개인적 돌출 행위 넘어 여당 밀접한 연계 의구심
김재원 "전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
5·18 발언 자숙은커녕 미국까지 가서 한술 더 떠
과거 김기현도 "선지자"…전광훈 "우리가 밀어줘"
조직 동원력 과시 '막후 실력자'로 국힘에 영향력
김재원 국민의힘 수석최고위원이 또 극우적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깊이 유착돼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
전 목사는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부터 황교안 대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총선 200석' 발언을 반복하는 등 국민의힘 측과 밀접한 연계를 맺어왔다. 전 목사 측의 독려로 당원 가입도 대거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최고위원 개인이 돌출적으로 일탈 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 집권여당 내부가 사실상 전 목사와 아스팔트 우파들에게 포획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북미자유수호연합'이라는 보수단체가 주최한 강연회에 나타나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치켜세웠다.
당시 현장 영상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은 "우파 진영에는 사실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정당 외에는 잘 없었는데,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을 해서 요즘은 그나마 광화문이 우파 진영에게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 무대가 됐다"며 "그나마 우리 쪽도 사람은 있구나 이런 마음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청중이 박수를 보내자 김 최고위원도 단상에서 활짝 웃으며 고개 숙여 답례하고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사기꾼"이라고 칭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을 점차적으로 사회주의 성향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사회를 끌고 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은 "MBC 사장은 좌파에서 자기들이 선출해 놨다"며 "KBS, YTN, 연합뉴스, 정부 소유의 언론사들은 정권이 바뀌었는데 아직도 옛날 방송 그대로 하고 있고, 사회자나 패널들이 전부 정권 바뀌기 전에 똑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공격을 한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 경향신문을 비롯한 좌파언론은 아직도 죽기살기로 공격을 한다. 정권이 바뀌어있는데 방송통신위원장은 아직도 민주당의 한상혁이 아니냐"며 "곳곳에서 다음 정권이 등장할 때까지 그대로 남아 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진지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 이론가 중에 그람시의 진지전 이론이 있는데, 그 진지전 이론이 가장 정확하게 적용되는 게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인 지난 12일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와 함께 단상에 섰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가 "내가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만들어주면 당에서 나한테 뭐 해줄래요?"라고 묻자 "영웅 칭호를 (드리겠다). 제가 최고위원회에 가서 보고를 하고 목사님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급기야 전 목사가 "이번에도 우리가 김기현 장로님을 사실 밀었잖아. 근데 세상에 우리한테 찬물을 끼얹은 게 뭐냐면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 그런다고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고 흥분하자 "그건(5·18 정신 헌법 수록은)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라고 맞장구를 쳤다. 전 목사가 "전라도에 '립서비스' 한다고 한 거지?"라고 거듭 묻자 김 최고위원은 "뭐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들 아니냐"고 했다.
이런 일련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 세 차례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당 지도부가 '호남 구애' 차원에서 23일 전북 전주에 내려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을 때도 불참해 일각에서는 '자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놨다. 그런데 미국까지 가서 또 문제의 발언을 잔뜩 늘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당내 비주류에서는 비판 목소리를 냈다. 전당대회 때 당권 경쟁을 벌였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그냥 본인 정치를 하기 위해서 우파 내지는 우리 보수 정당 자체를 굉장히 싸구려로 만들고 있다"며 "굉장히 철 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민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건 당연히 (당 윤리위에서) 징계해야 한다"며 "대체 국민들께서 이걸 어떻게 보실까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에서 귀국하는 전두환의 손자는 5‧18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겠다고 한다. 미국으로 건너간 당심 100% 최고위원은 5‧18 정신을 지우겠다고 하는 자가 천하통일했다고 한다"고 개탄했다. 허은아 의원도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 같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내년 총선은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냐"면서 "'수석' 최고위원의 분별 없는 행동과 발언들이 일반 당원과 국민들에게 보수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질까 너무 두렵다"고 썼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에서 전광훈 목사를 칭송하는 언행은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 김기현 대표는 과거 전 목사를 '선지자'로 부르기도 했고, 전 목사도 김 대표와 긴밀한 사이임을 과시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당시 울산시장으로서 전 목사가 주최한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독재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저는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지난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나온 뒤 예배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님은, 지나간 뒷이야기를 하자면, 저한테 전화가 와서 '목사님, 하여튼 목사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라면서 몇 번 전화가 왔다"고 직접 밝혔다.
김재원 최고위원과 청중을 상대로 "이번에도 우리가 김기현 장로님을 사실 밀었잖아"라고 대놓고 공개하는 걸 보면 전 목사가 실제 우파 진영을 조직적으로 움직여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까지 개입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광화문에서 수만 명 규모의 군중집회를 개최하는 등 우익 진영에서 전 목사의 조직 동원력은 남다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측에서도 '막후 실력자'인 전 목사 지원을 받으려 밀착해온 게 사실이다.
예컨대 2019년 9월 전 목사가 주도해 결성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에서 본부장은 이재오 현 국민의힘 상임고문이었고 주호영 원내대표도 당시 결성식에 참석했다. 준비위원회에는 권성동·장제원·정진석·김기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같은 해 10월 3일 '조국 사퇴, 문재인 하야'를 요구한 광화문 집회에는 당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직접 참석해 연설했다. 2020년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고, 전 목사는 황교안 대표를 만나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을 이어가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최근에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에 '추천인 전광훈'을 쓴 입당 원서가 무더기로 쏟아져 전 목사의 동원력을 다시 확인케 했다. 전 목사 측은 "우리가 국민의힘 권리당원이 돼 당을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내에서는 중도층 여론을 감안해 전 목사 및 아스팔트 우파 세력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래 국민의힘의 우경화는 더욱 심화하는 추세이고 특히 현 지도부는 대부분 극우 성향에서 전 목사 측과 별 차이가 없다. 김재원 최고위원처럼 겉으로 내놓고 발언하지는 않아도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과 같은 인식은 집권여당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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