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중의 윤핵관…'전형적 꼰대 갑질' 후폭풍

장관급 선관위 사무총장 및 직원에 반말‧삿대질

내년 총선 대비 의도적 '선관위 군기 잡기' 관측도

여야 청년 정치인 "추악한 인격…사과‧사퇴해야"

부전자전? 아들 래퍼 노엘도 "체할 거 같네" 디스

22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3.22. 연합뉴스
22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3.22. 연합뉴스

"어디서 배워먹은 거야?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지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장제원 의원의 막말 폭주가 심상치 않은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실세로 통하며 '윤핵관 중의 윤핵관'으로 불리는 그가 국회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안하무인격 언사를 쏟아내자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비판이 빗발치는 중이다.

특히 청년 정치인들의 반감이 거세고 대형 커뮤니티를 비롯한 SNS 등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형적인 꼰대 갑질'이라는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안 그래도 젊은 층에서 하락 추세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장 의원 사태로 더 타격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그럼에도 장 의원은 사과는커녕 일절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장 의원은 지난 22일 행정안전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갑자기 고성을 내질렀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대기석 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장 의원은 "아니, 국회의원 12년 하면서 위원장의 허락 없이 이석하는 피감 기관장은 처음 본다. 사무총장! 뭐하는 사람이냐! 선관위는 국회를 이렇게 무시하냐!"고 점점 더 흥분하다 삿대질과 반말을 섞어가며 호통을 치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기도 했다.

박 사무총장이 "제가 메모 받기를…"이라고 설명하려 하자 장 의원은 "누가 이석해도 된다고 메모를 줬냐"고 직접 색출에 나섰고, 이에 한 선관위 직원이 해명에 나서자 "당신이 상임위원장이야?"라고 반말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장 의원은 일방적으로 소나기성 추궁을 이어가다 해당 직원 실명까지 굳이 물어본 뒤 "앞으로 국회 출입 안 된다"고 황당한 지시까지 내렸다. 이어 "회의 끝날 때까지 총장은 이석하지 말라"고 중앙선관위 임직원들을 마치 부하 대하듯 끝까지 하대했다. 

 

22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22일 오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직원들에게 호통을 치고 있다. KBS 뉴스 화면 캡처

그러나 사건 발생 2시간쯤 전에 장 의원은 "참고로 오늘 오후 5시에 정개특위가 열린다. 그래서 아마 사무총장님은 이석을 하셔야 되죠?"라고 본인 입으로 '이석' 필요성을 꺼낸 사실이 있었다. 이에 박 사무총장은 "예"라고 대답했고, 장 의원은 "참고하셔서 대체토론하시고 현안질의 해주시기 바란다"고 행안위 위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까지 했다. 이렇게 다 양해가 된 사안인데도 장 의원이 느닷없이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박 총장은 정개특위가 열리는 오후 5시 직전인 4시 45분쯤 자리에서 일어났고 박 총장의 자리에는 선관위 사무차장이 대신 앉은 상황이었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장관급으로서 선관위 사무처 직원들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이번 회의 중 이석 문제는 장 의원의 사전 양해도 있었거니와, 혹시 절차상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단순 착오나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장 의원이 필요 이상 엄포를 놓으며 위압적으로 몰아세운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선관위 군기 잡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박찬진 사무총장이 광주 출신이라는 점도 그런 해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박 총장은 7급 공채로 공직을 시작해 광주시선관위 관리과장, 충청북도선관위 사무처장, 중앙선관위 조사국장, 선거정책실장, 사무차장 등 중앙과 지방 선관위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걸어다니는 선거법'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문성이 탁월하고 인품도 훌륭해 직원들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파성'이 문제가 된 일도 없었다. 그래서 장 의원의 횡포를 두고 선관위 측에서 공식적으로 항의는 못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장 의원에 대한 질타가 쇄도하는 중이다. 장 의원의 사과는 물론 행안위원장직 사퇴 요구도 거세다. 국민의힘에서는 '윤핵관'의 위세에 눌린 기성 의원들 대신 '갑질'에 민감한 청년 정치인들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때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24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 모습"이라며 "그게 과연 그런 식으로 호통을 치고 반말까지 해가면서 할 일인가?"라고 어이없어했다.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했던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급발진도 이런 급발진이 없다"며 "아무리 사무총장이 잘못했어도 이런 식의 태도는 갑질과 언어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한 자 위에 군림하는 상왕 노릇을 그만하고 해당 공무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강한 자, 본인이 읍소하는 권력 앞에서나 그렇게 좀 당당하게 소리쳐보라"고 꼬집었다.

변호사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규 전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대한민국 역사, 아니 한반도 역사상 가장 더럽고 추악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말과 샤우팅으로 인격살인을 하는 데다가 공무원 실명까지 오픈시키는 저질스러운 추태를 어디까지 참아줘야 하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전형적인 정치간신"이라며 "진짜 사람이 먼저 돼라. 욕도 아깝다. 한 줌 권력에 취해 오만을 떨다가 그 끝이 굉장히 궁금하다"고 쏘아붙였다.

손수조 전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의 실세라고 평가받는 중진 의원의 이러한 행동은 당 전체에 큰 부담"이라며 "스스로 반성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행안위원장 사퇴를 통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장제원 의원 등을 소재로 한 장도리 사이트 '진격의 수색대' 12화. 박순찬 화백 제공
장제원 의원 등을 소재로 한 장도리 사이트 '진격의 수색대' 12화. 박순찬 화백 제공

야당 측 성토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청년 정치인들만 꼽아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왼팔이 이렇게 센 자리인가. 윤핵관이라는 직위로 이렇게 상전 노릇을 해도 되는 것이냐"면서 "선관위 직원이 무슨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상황상 차분하게 얘기를 들어봐도 충분할 텐데, 고성에 반말에 위세도 이런 위세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 전 최고위원 역시 "행안위원장 자리는 오늘이라도 사퇴하시고 선관위 공무원들께는 공들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부대변인도 "회의장에 카메라 돌아가는 걸 모를 리는 없을 테고, 국민이 뻔히 보는 앞에서도 이러시는 건 본인이 정권 실세라서 눈에 뵈는 게 없어서 그런 건가? 아니면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본인도 주체를 못 하시는 건가?"라며 "하긴 간신이라 불리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 강자에게는 분노조절이 잘 되실 테니 후자는 아니겠군요"라고 비꼬았다.

이번 사건을 두고 '부전자전'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이 무면허 음주운전과 음주 측정 거부, 경찰관 폭행 등으로 구속기소 돼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는 등 안하무인격 언행으로 잇단 물의를 빚어온 사실을 빗댄 것이다. 노엘은 출소 뒤에도 지난 1월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이라는 가사의 '강강강?'이라는 자작곡을 공개해 또다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장제원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 인스타그램 캡처
장제원 의원의 아들인 래퍼 노엘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그런 노엘조차도 이번 장 의원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보인다. 노엘은 25일 한 식당 내 TV 화면에 나온 아버지 장 의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체할 거 같네'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화면 속 장 의원은 화난 얼굴로 "들으세요"라고 말하고 있고 하단에는 '다른 직원의 해명에도 노여움 풀리지 않는 듯…'이라는 자막이 달려 있었다. 노엘은 '전두환 시대'를 언급했다가 계정을 폐쇄했는데 이번 사진을 올리며 SNS 활동을 재개했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도 없이 하락세를 계속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20대(18~29세)와 30대 젊은 층 지지율이 당 평균 지지율보다 훨씬 저조해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 개편안 등 악재가 잇따르는 정국에서 장제원 의원의 갑질 사태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까봐 여권에서는 여론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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