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축출, 신평 신당설도 모두 윤 구상?

"대통령 되기 전부터 당 장악을 획책한 듯"

"명백한 해당 행위…윤, 윤리위 회부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 "민주당보다 국힘을 더 싫어한다" "왜 신당을 만들고 이런 생각을 왜 안 하겠느냐"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다" "(대선) 후보 되면 비대위원장이 돼서 당 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 "개판 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릴 것" 등의 발언을 한 통화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한 발언으로, 그의 당권 장악 등에 대한 정치 구상을 '날것' 그대로 읽을 수 있다. 특히 그의 구상은 실제 과거 공개석상에서 '당 해체' 발언 등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여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충남 공주시 금성동 공산성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3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3일 충남 공주시 금성동 공산성 앞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2.3.3 [공동취재] 연합뉴스

개판치면 뽀갠다더니 실제 '당 해체' 발언

지난 5일 <시민언론 더탐사>가 공개한 윤 대통령의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입당 직전 가진 통화에서 여권 관계자 A 씨가 "만에 하나 (국민의힘에) 들어가시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셔 가지고 호랑이가 되시라"고 하자, "그래야죠, 그럴라고 가는 거"라며 "만약에 이놈의 XX들 가서 개판치면은 당 완전히 뽀개버리고"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당명을 바꿔버리라, 국민통합당으로 하라'는 A 씨의 제안에도 흔쾌히 "이름은 후보가, 국힘의 후보자가 바꾸기로 하게끔 만들어놨다. 얘네들(국민의힘)이"라고 응답했다. 또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되면 비대위원장이 돼 갖고 당 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구상들이 당시 어느 정도 구체화됐는지 파악은 어렵지만,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당권 장악 의지뿐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 어긋날 경우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조치를 하거나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실제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구상은 공개 석상에서 발언으로 표면화되면서, 당내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경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0월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홍준표·유승민 등 당내 경쟁 주자들이 무속과 처가 비리 등을 고리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자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정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른바 '당 해체' 발언이었다. 발언의 파장은 컸다.

윤 대통령의 '당 해체' 발언에 유력 대선 주자였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 오만방자하다. 들어온 지 석 달밖에 안 된 사람이 뭐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 해야 한다?"라며 "나는 이 당을 26년간 사랑하고 지켜온 사람이다.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떳떳하면 TV토론에서 사람 눈을 보고 당당하게 말하라"며 "무서워서 손바닥에 '王(왕)'자 쓰고 나와도 버벅거리는 사람이 어떻게 이재명을 이기나"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을 보탰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당 해체' 발언이 네거티브 공세를 회피하기 위해 화살을 당내로 돌리면서 그 책임을 상대 후보들에게 덮어 씌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러나 공개된 녹취록을 고려하면, 단순히 정치적 수순일 뿐 아니라 과거 본인의 구상을 일부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윤 대통령의 '당 해체' 발언은 "개판치면은 당을 완전히 뽀개버린다"는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당내 네거티브 공세는 녹취에 나오는 '개판치면'이라는 전제조건과도 맞닿는다. 또 당내 견제가 있으면 '국힘 내부를 뒤엎겠다'는 취지의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2022.6.10.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2022.6.10. 연합뉴스

"이준석 3개월짜리"라더니 1년 만에 축출

<더탐사>가 공개한 녹취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에 대해 가졌던 반감과 불신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이게 지금 이준석이 아무리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다. 3개월짜리"라고 했다.

또 5~6월에 선제적으로 입당하지 못한 것을 두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들어갔으면 최재형이도 못 들어오고, 국힘의 101명 중에 80명은 앞에다 줄을 세웠어. 그러면은 이준석이도 당선 안 시킬 수가 있고. 사실은 진작에 했었어야 되는 거야. 그래서 이놈의 당을 바꿔버렸어야 되는 건데"라고도 말했다.

윤 대통령의 통화가 이뤄질 무렵은 이 대표가 "당외주자(윤석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야 한다느니 모셔와야 된다느니 꽃가마를 태워야 된다느니 하는 주장에 선명하게 반대한다"고 말해 친윤 세력들과 크게 부딪혔던 시기다. 윤 대통령 역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유력 대선주자였음에도, 이 대표가 지방 일정으로 서울을 비운 사이 기습 입당을 했다.

이 때문에 입당 후에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갈등은 사사건건 이어져 당내에서 '공멸'이라는 단어까지 거론됐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이들의 갈등을 두 사람 이름의 '석'자만 따서 '투 스톤(stone) 갈등'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두 돌'의 갈등은 봉합되지 않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 된 뒤, 더욱 불붙었다.

두 사람은 선거대책위원회 운영을 놓고 벼랑 끝 대치했고, 결국 극적인 화해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 과정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결별했고, 당내 의원들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이 같은 갈등 배경에는 '윤핵관'과 이 대표의 갈등, 대선과 함께 진행되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공천권 등이 있었다.

대선은 윤 대통령의 '신승'으로 끝났지만, 두 사람의 앙금은 그대로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해 7월 26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는 텔레그램 문자가 사진 기자에 의해 노출되면서 전면 부상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은 완전하게 갈라서게 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취재진 앞에서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21.12.3.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 후 취재진 앞에서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2021.12.3. 연합뉴스

특히 이 사건이 두드러진 점은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본심이었다. 텔레그램 문자가 파문을 일으키기 전인 지난해 7월 8일 이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로부터 성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텔레그램 문자에서 권 대행에게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하고,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고 화답하면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이준석 축출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 녹취에서 드러난 오랜 앙금을 생각하면 이 대표의 축출은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신평 변호사의 나름 근거 있는(?) '창당설'

또한 녹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A 씨가 국민의힘 내부 견제나 권력 투쟁를 우려해 "지지하는 의원들 한 50명 되더만 데리고 나가버리라"고 하자, "데리고 나오고, 일단 당원을 왕창 늘려가지고 국힘 내부를 갖다 뒤집어엎은 다음에, 3개월 안에 쇼부(승부)난다. 그래서 후보되면 비대위원장이 돼 갖고 당 대표부터 전부 해임할 수 있다"며 당권 장악 의지와 함께, 신당 창당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저도 왜 이상적인 거, 왜 신당을 만들고 이런 생각을 왜 안 하겠느냐. 그러나 이게 현실적으로 이 정권을 갖다가 뒤집으려고 하고 교체를 하려고 하면 어찌 됐든 경선은 해야 돼"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정권교체와 권력 장악에 유리한 것이 국민의힘 입당이라고 판단했지만, 신당 창당도 하나의 선택지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한 구상의 바탕에는 국민의힘이라는 당 자체에 대한 '불신'도 깔린 것으로 추측된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입당과 관련, "국힘이라는 당이 좋아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거나 "국힘이라는 게 어디 쥐약 먹은 놈들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힘이 아무리 미워도 국힘을 갖다가 플랫폼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을 해야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구상은 '대통령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의 창당설 발언과도 맥락이 이어진다. 신 변호사는 지난 2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내부 투쟁에서 밀릴 경우 지지 세력을 데리고 나온다는 발언과 통하는 부분이다.

신 변호사가 지난달 3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수도권 위기설'과 함께 제기한 신당 창당설 같은 경우엔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멘토'라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다"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황당무계한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선을 그었지만, 과거 윤 대통령이 밝힌 구상을 보면, 신 변호사가 마구잡이로 내뱉은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 변호사 자신도 논란이 되자 창당에 선을 그었지만, 그의 인터뷰를 보면 국민의힘의 불신을 여기저기 내비쳤던 대통령의 녹취 속 발언과 별개로 놓기엔 어려워 보인다.

▷ 신평 변호사 (8월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국민의힘이 무기력하게 흘러가고, 또 수도권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으니까 이래서 되겠나….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의힘과 같이 갈 수 있겠느냐, 신당 문제에 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한다는) 그런 말을 얼핏 내가 전해 들었다고 했을 뿐이지 윤 대통령이 신당 창당을 한다든지 그런 말은 제가 한 적이 없고요. 그리고 지금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신당 창당을 한 만한 동력 자체가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의 당권 장악, 친위대가 된 국민의힘

당 해체 발언이든, 이준석 당 대표 축출이든, 창당설이든, 결국 윤 대통령의 발언은 최종적으로 당권 장악으로 연결된다. 윤 대통령은 통화에서 "쟤네들(국민의힘)이 기다리고 있다고 그래서 저거를 먹어줘야 돼"라거나 "필요하면 손을 잡아야 되고 필요하면 접수하러 들어가야 되는 것"이라고 하는 등 '접수한다' '먹어야 한다' 등의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당권 장악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러한 구상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구체화했다. 전당대회 자체 역시 친윤 그룹이 당을 '접수'하는 과정의 연장선상이었다. 전개 자체도 집단 린치에 가까웠다. 대통령실은 유력 당권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출산시 대출금 탕감'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윤 정부 기조와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으며, 불출마를 압박했고, 결국 나 전 의원은 무릎을 꿇었다.

나 전 의원에 이어 일반국민 여론조사 1위를 달리며 유력 당권주자로 떠오른 유승민 전 의원 역시 거센 견제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18년 만에 개정해 당원투표 70%·여론조사 30%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바꿔, 당내에서 '반윤'으로 분류된 유 전 의원을 정조준했다. 유 전 의원도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는 말을 남긴 채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유 전 의원에 이어 '윤심'과 거리가 먼, 심지어 2월 창당설의 원인이 된 안철수 의원이 당권주자 1위로 떠오르자, 대통령실은 대놓고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안 의원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은 엄중경고를 지시했고, 이진복 정무수석이 국회를 전격 방문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오히려 경선에 대통령실을 끌어들이는 당무 개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더탐사>가 공개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녹취에 따르면 김건희 씨 팬클럽 회장 강신업 변호사에 대한 당 대표 불출마 압박도 예비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뤄졌다.

결국 '윤심'으로 낙점된 김기현 의원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전방위적인 도움을 받고 52.9%를 득표, 2위인 안철수 의원(23.4%)을 한참 따돌리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지난해 하반기만해도 지지율이 5%도 안됐던 김 의원이 당 대표가 된 데에는 유력 당권주자를 사실상 배제한 대통령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일등 공신'으로 분석됐다.

그 때문인지 싱겁게 끝난 전당대회장은 현장을 방문한 윤 대통령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윤 대통령은 '윤비어천가'로 가득한 전당대회장에서 자신이 대선에서 했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여당이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 '대통령실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리고 예상대로 전개됐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5.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5. 연합뉴스

'벙어리'된 여당…당권 주자들 다 어디갔나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 전 발언은 사적 영역이라고 하지만, 그간 전개된 과정을 보면 현재의 여권 형성과 매우 밀접해 보인다. 그만큼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됐다는 것을 의미로도 읽힌다. 이 때문인지 사실상 대통령의 '해당 행위'에 가까운 발언이 공개됐지만, 그에 대한 당내 공식 반응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 반기를 들었던 당내 세력들의 반응도 미미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녹취와 관련, "이 시기에 그런 보도를 했다는 자체가 김만배-신학림의 대선 공작의 물타기로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그 사안은 저희 당에 입당하기 전에 사적인 발언에 가까운 이야기"라며 "보도하는 것이 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다"고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어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협조가 잘 되고 또 같은 방향으로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한 분열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런 시기에 대선 공작이 밝혀져서 국민적 공분을 사는 이 시기에 (대통령이) 입당하기 전에 사적인 대화에 가까운 내용 보도하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갈등의 한복판에 있었던 이준석 전 대표 정도다. 그는 전날 <더탐사> 녹취록 공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애초에 싸움을 하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었구나. 3개월 내에 당대표 끌어내리려고 입당한 사람들이니 애초에 수많은 비상식이 작동했겠지"라며 "익명 인터뷰로 당 대표 음해하고, 유튜버들 꼬셔가지고 악마화 방송하고, 이제 와서 다 어떤 기작(메커니즘)이었는지 이해가 가네"라고 적었다.

또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배종찬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녹취를 들으면서 더 충격적인 것은 대통령 되기 전부터 획책했던 것은 결국 국민의힘을 장악하겠다는 거 아니었겠냐"면서 "그래서 실제로 이준석은 쫓아내고 유승민도 경기도지사 공천 때 물먹이고 나경원, 안철수는 출마도 못 하게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 한다든지 이런 것보다는 내부 때려잡는 데 모든 동력을 소진했다. 아직도 더 할 게 남았나. 저는 그걸 대통령실에 반문하고 싶다"면서 "지금 와서,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때려잡힌 정치인은 전부 다 여당 내에 있다. 그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말했다.

야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 관련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며 일일이 윤 대통령의 통화 녹취 주요 내용을 읽었다. 그러면서 "이미 후보시절부터 이준석 대표 징계와 지도부 붕괴를 예고한 것이고,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양두구육이라는 발언만으로도 (이준석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을 의결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원을 윤리위에 회부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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