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새 원내대표도 TK…당 3역 등 친윤‧영남 일색

서진정책‧전국정당화 외면…PK 여론조차 경고등

"영남 자민련 넘어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

당정관계 주도권 확립 등 체질 개선 가능성 희박

서문시장 환호에 취한 윤 대통령부터 '착각의 늪'

국민의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 확정 후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2023.4.7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당선 확정 후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2023.4.7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에 또 대구 출신이 선출됐다. 당 3역이 모두 영남 의원들이고 지도부 전체적으로도 친윤계 영남 출신이 '우점종'을 형성해 당을 장악했다.

집권여당이 '윤석열당+영남당'으로 고착화하면서 "수도권 선거는 어쩌려고 하는 거냐"는 우려가 당 일각에서도 제기되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사당(私黨)으로만 질주하는 국민의힘은 내부 관성에 제동에 걸리지 않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대구만 집중적으로 방문하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망언‧실언 릴레이를 벌이는 사이에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동반 추락하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7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에 대구 달서을에서 내리 3선을 한 윤재옥 의원을 선출했다. 윤 신임 원내대표는 재적의원 109명 중 65명의 지지를 얻어 경기 안성의 4선 김학용 의원을 제쳤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원내대표론'이라는 명분과 선수(選數)로 볼 때 김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결국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을 지낸 '찐윤'을 원내사령탑으로 선택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 박대출 정책위의장(경남 진주갑)에 이어 새 원내대표까지 '당 3역'이 모두 영남 일색으로 채워졌다.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구성을 봐도 원외를 포함해 다수가 영남 출신이다. 김재원 최고위원,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구자근 비서실장이 TK(대구·경북)이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박성민 사무부총장, 강민국 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은 PK(부산·울산·경남)로 분류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만 보면 영남 4명, 서울 1명, 호남 1명, 평양 1명으로 영남 편중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총선 대패 이후 김종인 비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나름대로 '서진정책'을 펴며 전국정당을 표방하기도 했지만 이젠 '도로 영남당'이 됐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3역이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됐다"며 "부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도 배려하는 그림으로 채워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같은 '사상 초유의 구도'를 고수한 채 대통령과 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내년 총선 때 텃밭인 영남권 외에 다른 지역에서 과연 승산이 있겠느냐는 비관론이 내부에서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현재의 여소야대 지형을 뒤집을 수 있는 관건은 무엇보다 수도권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수도권은 지역구 전체 253석 가운데 121석이 걸린 부동의 최대 승부처다. 서울 49석, 경기도 59석, 인천 13석인데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불과 17석을 얻으며 참혹할 정도로 완패했다.

그래서 원내대표에 도전했던 김학용 의원은 경선 내내 "가장 많은 의석이 있는 수도권에서 원내대표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전국정당의 상징성을 가지게 된다"고 호소했고, 당권 주자였던 윤상현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은 전국정당의 모습이 아니라 한마디로 영남당"이라며 "22대 총선에서 수도권 싸움이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의석수를 어떻게든 다시 획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의 '투 톱'을 수도권 안배는커녕 PK와 TK 나눠먹기로 구성한 국민의힘 주류는 아직 위기의식이 없거나 옅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투 톱이 모두 수도권 의원인 더불어민주당과 대조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특히 '윤심(尹心)'을 등에 업은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른바 당대표로 유력했던 수도권 출신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을 맹폭한 끝에 울산의 지역 정치인 정도로 인식되던 약체 김기현 의원을 기어이 당선시키는 무리수를 연출한 바 있다.

3‧8 전당대회 때 청년최고위원에 도전했던 이기인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두고 "TK 3선 의원의 원대 당선으로 이른바 윤실 속 텃밭 지도부가 완성됐다"면서 "공천만 받으면 배지 다는 텃밭 인사들이 수도권과 험지의 어려움을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우리 당은 어디로 가는 걸까"라고 탄식했다.

그렇다고 영남권 여론이 여당에 마냥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이상징후는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4·5 재보선을 통해 국민의힘이 울산 교육감 선거와 기초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대목은 상징적이다. 최덕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울산 남구 나 선거구는 지난해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득표율 57.9%를 기록함으로써 이재명 후보를 압도했던 지역이다. 울산 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고작 8%를 얻었는데 이는 지난 대선 때 15%대 득표율의 절반 수준이었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를 향해 이른바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후보(10.14%)에도 뒤진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영남, 강남 의원들이 둘러앉아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강경보수에게 어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속하는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당권 주자였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전주을 재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추진한 '서진정책'의 성과가 대부분 소멸한 것이 확인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데 문제는, 울산 남구 선거 결과를 보면 '영남 자민련'을 유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은 영남 자민련을 넘어 'TK 지역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의 '내년 총선 결과 기대' 여론조사 결과 표
한국갤럽의 '내년 총선 결과 기대' 여론조사 결과 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역시 'TK 지역당'으로의 전락을 시사한다. PK를 포함한 민심 이반 현상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화면접 조사를 하는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실시한 4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32%, 민주당은 3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1주차 조사 때 39%를 기록한 이후 5주 연속 하락세로, 한 달여 만에 7%p가 떨어졌다. 그중에서도 부산·울산·경남은 33%로 지난주보다 11%p나 하락했다.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에서도 부울경 지역은 긍정평가(40%)보다 부정평가(53%)가 훨씬 높았다.

ARS(자동응답) 조사를 하는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지난달 27∼31일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37.1%, 민주당 47.1%로 오차 범위를 훌쩍 넘는 10%p 차이를 나타냈다. 지역별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이 앞선 곳은 대구·경북뿐이었는데 그나마 한 주 전보다 3.7%p 하락한 결과였고, 부울경에서는 양당 모두 42.2%로 동일한 지지율을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을 뽑으면 당 지지율을 55%로 만들겠다"고 공약했었는데 현실은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에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6%,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를 기록했다는 7일 한국갤럽 발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 달 전 같은 조사에서 정부 지원론(42%)과 견제론(44%)이 비슷했던 점을 감안하면 여론 악화가 한눈에 포착된다. 지역별로는 역시 대구·경북(52%)을 제외한 전 권역에서 정부 견제론이 높았는데 부울경에서도 여당 당선(41%)보다 야당 당선(48%) 여론이 우세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걸어서 입장하며 대구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걸어서 입장하며 대구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3.4.1.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기는커녕 거꾸로 지지율 급락세를 맞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지도부와 주요 당직을 온통 친윤계가 싹쓸이한 데다 외연 확장 대신 '영남당' 색깔을 오히려 강화했다는 점이 민심에 악영향을 미친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집토끼'만 쫓을 게 아니라 여론 전반에 민감하게 조응하며 정부 정책을 적절히 견제하고 견인해야 할 여당 고유의 역할은 내던지고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스스로 자리매김한 탓에 대통령과 동반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근본적으로 당 체질을 바꿔 수구극우 노선과 거리를 두고 집권당으로서의 주체성과 당정관계 주도권을 확립하며 서진정책을 비롯한 전국정당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이번에 원내대표로 또다시 친윤계 TK 출신을 선출한 데서 알 수 있듯 체질 개선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윤심'과 '민심'은 다르다는 뻔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총선을 맞으면 'TK 지역당'을 예고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대로 현실화할 전망이다. 대구 서문시장에서의 박수와 환호에 취한 윤석열 대통령부터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하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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