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찾고자 하는 이는 문을 두드리시오.”
- 다석 류영모가 경기도 고양시 은평면 구기리 150번지에 살 때 대문에 걸어둔 글귀다.

하늘의 맨꼭대기와 땅의 맨꼭문이를 앎.
땅의 맨꼭문이와 하늘의 맨꼭대기를 봄.
비롯도, 이로 비롯오 마치기도 이에 맟.
- 다석 류영모, 『다석일지(1권)』(홍익재,1990), 1959.5.28.일기에서.

“없(無)을 내가 말하는데 수십 년 전부터 내가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말머리가 맘대로 트이지 않았다. 나는 없에 가자는 것이다. 없는 데까지 가야 크다. 태극에서 무극에로 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내 철학의 결론이다.”
- 다석어록

위에 가져온 글은 다석이 얼마나 태극도설(太極圖說)을 깊이 꿍꿍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제 태극도설 한글 한글 하나하나의 속뜻을 풀어보도록 한다.

 

그림1)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그림이다.
그림1)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그림이다.

無極而太極(무극이태극)
없극겆이오, 커극겆이다.

없극겆 : 없극 거기 그 자리
커극겆 : 커극 거기 그 자리

없극 커극은 한 자리다. 본디 하나다. 그러므로 ‘없극에 커극’이다. ‘없극에서 커극’이라고 하면 안 된다. “~에서”는 쪼개지는 자리다. “~에”라고 해야 한다. 거기 그 자리에 하나로 나 돌아가는 돎(徼)이다. ‘없’(無)은 아주 심히 크고 큰 ‘커’(太)다. ‘없’ 그 자리에 ‘큰숨’이 돌아간다.

太極動而生陽(태극동이생양)
커극겆이 움직여 불숙이 뵈고,

불숙 : ‘불쑥’이 아니라 ‘불숙’이다. ‘쑥’은 드세다. ‘숙’은 부들무릇하다.

‘불숙’은 나 뵈는 것이다. ‘움숙’은 너 고요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커극겆이 움돌아 나 ᄋᆞᆸ”이다. ‘움돌’은 나 돌아감이다. 움숙은 ‘ᄋᆞᆷ:너’(陰), 불숙은 ‘ᄋᆞᆸ:나’(陽)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 ‘동이생’(動而生)을 다석은 “움직여 뵈고”로 풀었다. ‘커극겆’은 움 돌아가는 돎이니 “움돌아 나”로도 풀린다.

動極而靜(동극이정)
움직 극겆에 고요.

극겆 : 극(極)은 끝이요, 용마루다. 꼭대기다. 그러니까 끝 그 자리다.
움직 : ‘움직’의 ‘움’은 ‘나:남’이요, ‘산:살’이다. 그런데 이때 ‘움’은 그 상태에 머무른 그침이다. ‘움’에 ‘직’이 붙어야 그야말로 움직이다. 나고 나며 살고 살아간다.
고요 : 티끌 하나 없이, 바람 한 점 없이 맑고 맑은 것이다. 텅 빈 것이다.

움직이는 그 자리에 맑은 고요다. 움직여 돌아가는 움돌마루는 고요라는 이야기다.

靜而生陰(정이생음)
고요에 움숙이 보임.

달리 말하면, 텅 빈 빈탕에 너 ᄋᆞᆷ이라는 이야기다.

靜極復動(정극복동)
고요 극겆 다시 움직.

달리 말하면, 고요마루에 돌아가는 움돌이라는 이야기다.

一動一靜互爲其根(일동일정 호위기근)
한움직 한고요 서로 그 뿌리됨.

서로 : ‘상’(相)은 ‘서로’가 아니라, 한꼴로 돌아가는 한가지라는 이야기다. ‘서로’는 ‘호’(互)를 써야 한다.

여기서는 둘이 함께 갈마든 꼴이니 ‘서로’의 뜻이다. ‘한움직’(一動)의 뿌리가 ‘한고요’(一靜)이고, ‘한고요’의 뿌리가 ‘한움직’이라는 이야기다. 서로 그 뿌리가 되어 갈마든다.

分陰分陽兩儀立焉(분양분음양의입언)
쪽(너) 움숙 쪽(나) 불숙 둘봐옳이 니러섰다.

둘봐옳 : 양의(兩儀)의 풀이다. 움숙 불숙이 뵈야 옳은 것이다.

움숙은 너, 불숙은 나. 움숙 불숙 한꼴은 커극(太極)이듯이, 너나 한꼴도 커극이다. 커극이 움직여 불숙이 뵈고, 움직 극겆에 고요, 고요에 움숙이니, 서로 그 뿌리가 된다고 하였다. 그러니 ‘둘봐옳’(兩儀)이 일어선 것이다.

陽變陰合而生水火木金土(양변음합이생수화목금토)
불숙 일 움숙 맞아서 물불나무쇠흙이랑 보임.

한움직에 한고요가, 아니 불숙 일에 움숙이 서로 갈마들어 맞으니 물불나무쇠흙이랑 보인다. 서로 맞아서 너랑 나랑 다같이 하나로 돌아감이 보인다.

五氣順布四時行焉(오기순포사시행언)
​다섯김 가만히 펴, 녯때 ᄀᆞᆫ다.

김 : ‘기’(氣)의 우리말이다.
넷때 : 봄여름가을겨울이다.
ᄀᆞᆫ : 가고가고 오고오는 가오는 ‘가온다’의 뜻이다. 돌아가는 ‘돎’이다.

‘다섯김’(五氣)는 나무․불․흙․쇠․물 이어 돌아가는 다섯행길(五行)의 김(氣)이다. 가운데(中)와 네녘(四方)의 김이다. 또 비, 볕, 덥, 춥, 바람이다. 그것들을 거스르지 않고 가만히 펴니(順布), 이어이어 고루번지니 봄여름가을겨울이 쉬지 않고 돌아간다.

​五行一陰陽也(오행일음일양야)
다섯행길에 움숙 불숙이 하나다.

나무․불․흙․쇠․물 이어 돌아가는 다섯행길(五行)에 움숙 불숙이 하나라는 이야기다. 다섯행길에 이어 돌아가는 하나로 움숙 불숙이다.

陰陽一太極也(음양일태극야)
움숙 불숙은 커극겆에 하나다.

달리 말하면, 움숙 불숙이 하나로 커극겆이라는 이야기다.

太極本無極也(태극본무극야)
​커극겆 밑둥은 없극겆이다.

맨 앞에서 “없극겆에 커극겆”이라고 했으니 커극겆의 밑둥은 없극겆이다. 뿌리, 밑둥, 몸통, 가지, 잎이라고 따로 부르지만 그것은 본니 한 나무일 뿐이다.

五行之生也(오행지생야)
다섯행길로 가 난다.

가 : 지(之)의 뜻이다.

다섯행길이 가고 가면서 나고 내고 낳는다. 그러므로 ‘지’(之)의 뜻풀이는 ‘가:갈’이다.

各一其性(각일기성)
저 그 바탈 하나.

바탈 : 성(性)의 뜻이다. 본바탕이다. 하늘로부터 받아서 할 바탕이니, ‘받할-바탈’이라 한다. 다석 류영모 그리 풀었다.

저마다 그 바탈로 하나라는 이야기다.

無極之眞二五之精(무극지진이오지정)
없극겆 참은 둘 다섯의 알짬.

둘(二) : 움숙불숙을 이른다.
다섯(五) : 다섯행길(五行)을 이른다.

없극겆이 가는 참은 움숙불숙에 다섯행길이 알짬이라는 이야기다.

妙合而凝(묘합이응)
야믊이 하나로 엉김.

(움숙불숙에 다섯행길의 알짬이) 야물어 하나로 엉긴다는 이야기다.

 

그림2)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풀이 가운데 앞 부분이다.
그림2)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풀이 가운데 앞 부분이다.

乾道成男坤道成女(건도성남 곤도성녀)
하늘길로 아비 세움 땅길로 어미 세움.

하늘길 : 건도(乾道)의 우리말이다.
땅길 : 곤도(坤道)의 우리말이다.

(하나로 엉기니) 하늘길로 아비를 세우고 땅길로 어미를 세운다는 이야기다.

二氣交感化生萬物(이기교감화생만물)
두김이 휘감아 내니 잘몬.

두김 : ‘아비어미’를 이른다.

하늘길 땅길로 세운 아비어미 두김(二氣:움숙불숙:ᄋᆞᆷᄋᆞᆸ)이 한꼴로 휘감아 내니 이 세상 온갖것들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잘몬(萬物)은 온갖 생명들을 이르는 말이다.

萬物生生而變化無窮焉(만물생생이변화무궁언)
​잘몬 내고 낳아 바뀐짓 다함 없다.

달리 말하면, 온갖 생명들이 솟고 솟아 바뀌고 뒤바뀌는 짓이 다함 없다는 이야기다.

​惟人也得其秀而最靈形旣生矣神發知矣(유인야득기수이최령형기생의 신발지의)
오직 사람 그 빼어남 얻어 으뜸 얼꼴 난 이는 검이 앎을 터.

오직 사람만이 그 빼어남 얻어 으뜸 얼꼴로 난 이요, (그이로) 한아님이 앎을 텄다는 이야기다.

五性感動而善惡分(오성감동이선악분)
다섯바탈 느껴 움직, 착해 나빠 나눔.

다섯바탈 : 어짊.옳.낸감.슬기.믿.

(어짊.옳.낸감.슬기.믿.)이라는 다섯바탈이 느끼고 움직여 착해 나빠 나눈다는 이야기다.

 

그림 3)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풀이 가운데 뒷 부분이다.
그림 3)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풀이 가운데 뒷 부분이다.

萬事出矣(만사출의)
온갖 일 나타남.

온갖 일 : 만사(萬事)의 우리말이다.

(착해 나빠를 나누니) 온갖 일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聖人定之以中正仁義而主靜立人極焉(성인정지이중정인의이주정입인극언)
씻어난이 가온바름 어진옳음 바르니 맑은 고요 꼭지로 사람마루 세움.

씻어난이 : 성인(聖人)의 우리말이다. 성인은 거룩한 이요, 깨끗이 씻어난 이다. 여기서는 ‘씻어난이’로 붙여서 썼다. ‘성인’이라고 붙여 쓰듯이.
가온바름 : 중정(中正)의 우리말이다. 곧고 올바르다.
어진옮음 : 인의(仁義)의 우리말이다. 어질고 옳다.
사람마루 : 인극(人極)의 우리말이다.

씻어난이가 가온바름과 어진옮은을 바르게 하니 맑은 고요를 꼭지로 사람마루를 세웠다는 이야기다.

​故聖人與天地合其德(고성인여천지합기덕)
므로 씻어난이 하늘땅 더불어 그 속알 더함.

속알 : 덕(德)의 우리말이다. ‘속알이 찼다’, ‘속알이 들었다’고 할 때의 속알이다.

그러므로 씻어난이는 하늘땅과 더불어 그 속알을 더한다는 이야기다.

日月合其明(일월합기명)
해달 그 밝 더함.

해달은 그 밝을 더한다는 이야기다.

四時合其序(사시합기서)
넷때 그 담 더함.

(해달의 ‘밝’을 이어서) 봄여름가을겨을은 그 다음을 더한다는 이야기다.

鬼神合其吉凶(귀신합기길흉)
넋 그 좋ㄴ 언짢 더함.

넋은 그 좋고 언짢을 더한다는 이야기다.

君子修之吉小人悖之凶(군자수지길소인패지흉)
그이 닦아 좋음, 좁은이 어그러져 언짢음.

그이 : 군자(君子)의 풀이다.

그이는 닦아 좋고 좁은이는 어그러져 언짢다는 이야기다.

故曰立天之道曰陰與陽(고왈입천지도왈음여양)
므로 가로되, 선 하늘 길 움숙 더불어 불숙이고,

그러므로 가로되, 선 하늘 길은 움숙에 더불어 불숙이라는 이야기다.

立地之道曰柔與剛(입지지도왈유여강)
선 땅 길 부들 더불어 굳셈이고,

선 땅 길은 부드러움에 더불어 굳세다는 이야기다.

立人之道曰仁與義(입인지도왈인여의)
선 사람 길 어짊 더불ㄴ 옳이다.

선 사람 길은 어짊에 더불어 옳이라는 이야기다.

又曰原始反終(우왈원시반종)
또 말, 비롯을 따지니 맞힘에 도라 닿음.

또 가로되, 비롯을 따져보니 마침에 돌아 맞닿았다는 이야기다.

故知死生之說(고지사생지설)
므로 죽고살ㄴ다는 말을 앎.

그러므로 죽고산다는 말을 안다는 이야기다.

大哉易也(대재역야)
크다 바뀜이어

‘크도다 바뀌어 돌아감이여!’의 뜻이다.

이 그 다왔구나.

斯其至矣(사기지의)
‘이게 그 끝 간 데 이름이네(이게 그 까마득이네)’의 뜻이다.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풀이 가운데 맨 뒷 부분이다.
1966년 2월 10일 다석일지에 꿍꿍한 태극도설 풀이 가운데 맨 뒷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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