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과 ㄴ의 합형이 ㅁ, 갓난아기 첫소리

맨 처음, 맨 밥, 맨 소나무뿐의 그 '맨'

거기에서 피어니 벌어진 것이 ㅂ, ㅍ

“땅에서 보면 불길은 올라가고 물은 내려오는 것 같으나 대공(大空)에서 보면, 우주에서 보면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앉는다.” 
“사람은 맨 처음을 잘 모른다. 그것은 온통 하나가 되어 그렇다. 사람은 전체를 알 수가 없다. 사람은 완전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사람은 완전을 그리워한다.”

『다석어록』에서

미음(ㅁ)은 입술소리다. 『훈민정음해례본』 제자해(制字解)에 “입술소리(脣音) ㅁ은 입의 형상을 본떴다”고 했다. 또 덧붙여서 “입술은 모나고 합(合)하였으니 토(土)이다. 소리가 머금고 널리 들리는 것은 마치 흙이 만물을 함축(含蓄)하여 넓고 큼과 같다.”라고도 했다.

학산 이정호는 『훈민정음의 구조원리』에서 “토(土)를 나타내는 곤괘(坤卦)에도 ‘곤 (坤)이 두터이 만물을 실음은 덕이 무한함에 합당하다’ 하고, 또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는다’ 하며, ‘널리 머금어서 빛나고 커서 온갖 것들이 다 형통한다’ 하고, 또 ‘빛을 머금어서 곧게 마친다’라고도 하여 토(土)가 만물을 머금고 싣는 방정한 덕을 말하였다.”라고 하였다. 또 “ㅁ과 ㅂ은 우리의 육체를 길러주는 맘마와 빠빠를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의 정신을 키워주는 엄마와 아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과연 순음은 모든 언어의 시초이며 근본이 된다는 것은 갓난아기가 말을 배울 때에 ㅁ(엄) 소리부터 시작하는 것을 보아도 알만하다.”라고 하였고, “ㅂ이 ㅁ을 위로 벌려내어 전개(展開) 개장(開張)의 뜻을 나타냄과 같이, ㅍ은 ㅁ을 좌우로 피어내어 발전(發展) 발산(發散)의 뜻을 표시한다.”라고도 하였다.

전개(展開)는 눈앞에 벌어짐이요, 개장(開張)은 넓게 벌려 놓음이다. 발전(發展)은 더 낫고 좋은 상태로 나아감이요, 발산(發散)은 밖으로 퍼져서 흩어짐이다. 위로 벌어지고, 넓게 벌려 놓고, 그러면서 나아가고, 또 밖으로 퍼져서 흩어지는 꼴이 ㅁㅂㅍ에 있는 셈이다. 흙 자리에 터 잡은 ‘ㅁㅂㅍ’ 한 꼴의 ‘⌗’는 사방으로 벌리고 나아가고 퍼지고 흩어진다. 위로 벌려서 비읍(ㅂ)이 되었고, 넓게 벌려서 피읖(ㅍ)이 되었다.

 

그림1) 입술소리(脣音) ㅁㅂㅍ를 한 꼴로 만들면 우물 정(井)이 된다. 다섯 숨길(五行)에서 흙(土)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①은 가운데 미음(ㅁ)이 위로 벌려내어 비읍(ㅂ)이 되는 꼴이요, ②는 가운데 미음(ㅁ)이 좌우로 피어내어 피읖(ㅍ)이 되는 꼴이다.
그림1) 입술소리(脣音) ㅁㅂㅍ를 한 꼴로 만들면 우물 정(井)이 된다. 다섯 숨길(五行)에서 흙(土)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①은 가운데 미음(ㅁ)이 위로 벌려내어 비읍(ㅂ)이 되는 꼴이요, ②는 가운데 미음(ㅁ)이 좌우로 피어내어 피읖(ㅍ)이 되는 꼴이다.

학산은 “우리말에 마신다 먹는다 머금다(含) 문다(咬) 등이 ㅁ으로 시작되는 것은 재밌는 일이며, 범벅, 버버리다, 벌인다, 그리고 ‘꽃이 핀다’, ‘민족문화를 피어낸다’, ‘전국에 퍼진다’ 등의 퍼어내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 한결같이 ㅂ과 ㅍ으로 시작되는 것은 또한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다석은 ‘맘’과 ‘ᄆᆞᆷ’을 빗대어 꿍꿍하는 생각을 풀었다. “맘과 ᄆᆞᆷ을 가려서 쓰고 싶다. 맘이란 아직 상대적인 세상에 욕심을 붙여서 조금 약게 영생하는 데 들어가려는 것이다. ᄆᆞᆷ이란 모든 욕심을 다 떼어 버리고 자신을 세워 나가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맘은 항상 궁신(窮神)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신을 알려는 것이 궁신이다. 신이 딴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바로 신이다. 궁극에는 내가 신이 되겠다는 것이 아닌가. 신의 자리에 간다는 말이다. 정신이란 곧 궁신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맨’은 첫비롯의 ‘탕’(空)이다

미음(ㅁ)에 비읍(ㅂ) 나고 피읖(ㅍ) 난다. 므에 브요, 프다. 미음을 바탕에 두고, 솟구쳐 오르는 비읍이요, 두루 퍼지는 피읖(ㅍ)이다. 사방팔방(四方八方)에 위아래 뚫린 시방(十方)으로 ㅁㅂㅍ이다. 미음(ㅁ), 그러니까 ‘ㅁ’의 소리는 ‘ᄋᆞᆷ’이다. 아이가 옹알이로 처음 ‘엄’이라 하는 소리다. 아이가 자라면서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다. 그 소리는 우주가 첫비롯(始原)을 나타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ᄋᆞ므△I

닿소리 기본음 셋 : ○, □, △

홀소리 기본음 셋 : ⋅, ㅡ, ㅣ

부르는 소리로 어므△I, 어므이, 어므니, 엄마, 어머니. ‘ᄋᆞ므△I’에 맨첨(太初)의 신비가 있다. 아니, 다시 말하면 ‘맨’에 미음(ㅁ)의 숨은 뜻이 있다. ‘맨첨’(太初)의 ‘맨’은 무슨 뜻일까?

다석 류영모는 이렇게 풀어 말한다.

“‘맨첨’ 생각입니다. 맨 자(字), 참 묘(妙)합니다. ㄱㄴ합형(合形)인 ㅁ, ㅁ은 모름, 먹음, 므름, 말 들의 뜻을 보이는 듯한 입에, 사람을 뜻한 ㅣ를 하늘(⋅)이 그 뒤를 미는 ㅏ가 맞나니 ‘마’라. ‘아마’ 하는지? 사람(‘ㅣ’)이 한번 다시 ‘마’를 인수(引受)하는 작용(作用)으로, 더하매, 매오, 다시 단속(團束)한 ‘맨’은 보든 것이 와서 맨것인지? '맨 탕'이라면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순일(純一)이요, ‘맨’이다, 라면 어디든지 있다, 보편(普遍)이다, 뜻. 영어로 MAN의 어원(語原)을 범어(梵語)까지 가면 ‘생각’의 뜻이 된다, 하니. 맨 사람들이 참생각으로(사르므로) 사는 날도 멀지 않아 오리이다. 첨은 참이요, 참이야 첨일 것이라, 합니다. ‘맨첨’이라면 참말씀의 첫끗이겠습니다.”

ㄱㄴ합형(合形)이 ㅁ이다. 기윽(⬎) 니은(⬑), 하나 한꼴로 맞아서 미음(ㅁ)을 이룬다. 하늘이 땅 그리워 내리는 얼 기윽(ㄱ), 땅이 하늘 그리워 받들어 올리는 니은(ㄴ). 둘이 하나 한꼴로 동시에 오르내리는 미음(ㅁ). 가고가고 오고오는 가온이 하나 한꼴로 맞붙어 이룬 미음(ㅁ). 내리오르고 오르내리는 힘이 한 힘으로 맞붙어 ‘파-란’(蒼蒼)을 내고 ‘가-만’(玄玄)을 이루며, 얼골과 바탕이 나타나고, 첫끝(端)과 맞끝(倪)이 돌아가며, 우․아래와 넷녘(四方)이 일어나는 그 모든 움쑥불쑥의 앞바탕, 미음(ㅁ). 그 앞바탕의 소리 글꼴이 ‘맨’이다. 그래서 다석은 “맨들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맨으로 들어냈다는 뜻이다. 한아님이 이 우주(한늘)를 맨드신 것이다. 맨손으로 들어내 놓았다. 진작 맨들었다는 뜻도 있다.”라고 했다.

맨 탕. 탕은 텅과 같은 뜻으로 빔(空)이다. 텅 비어 빈 빔이 ‘탕’이요, ‘텅’이다. ‘맨’은 그 텅 빈의 앞에 있다. 이 또한 앞바탕이다. 다섯 번째 글에서 밝힌 것처럼 『역해종경사부합편 전』의 「삼일신고(三一神誥)」는 “‘파-란’(蒼蒼) 것이 한울 아니며, ‘가-만’(玄玄) 것이 한울 아니다. 한울은 얼굴과 바탕도 없으며, 첫끝(端)과 맞끝(倪)도 없으며, 우·아래와 넷녘(四方)도 없고. 겉은 황-(虛虛)하며, 속은 텡-(空空)하여. 있지 않은 데가 없으며, 싸(容)지 않은 것이 없나니라.”라고 했다. 또 “이치(理)는 하나 없는데 일어나고, 몸은 만(万)가지 있음을 쌌(包)도다. 텡(冲)하게 비(虛)어서 가마(曠) 아득(漠)하니, 비겨(擬) 의론(議)함을 얻으랴 말야. 바른 눈으로 보아 오면, 바라지(窓牖)를 열(啓)은 것 같도다. 비록 그러나 뭇 고동을, 뉘(疇)가 능히 짝(仵耦)하리오.”라고 이어서 말하는데, ‘맨’을 싸고 도는 이응(ㅇ)을 말하는 것이다.

이응(ㅇ)은 깊고 고요하다. ‘없꼭대기’(無極)이다.
미음(ㅁ)은 움쑥불쑥을 짓고 일으킨다. ‘맨꼭대기’(太極)이다.

 

그림2) 송나라의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태극도설(太極圖說)』을 다석이 한글로 풀었다. 붓글씨로 쓴 닿소리 홀소리를 보면 그 원리를 잘 밝혀서 쓴 것을 살필 수 있다. 다석의 한글은 큰 글씨, 작은 글씨를 잘 따져서 보아야 한다. 무극은 ‘없극겆’, 태극은 ‘커극겆’, 음정양동(陰靜陽動)은 ‘움숙 고요 불숙 움직’으로 풀었다.
그림2) 송나라의 주돈이(周敦頤)가 지은 『태극도설(太極圖說)』을 다석이 한글로 풀었다. 붓글씨로 쓴 닿소리 홀소리를 보면 그 원리를 잘 밝혀서 쓴 것을 살필 수 있다. 다석의 한글은 큰 글씨, 작은 글씨를 잘 따져서 보아야 한다. 무극은 ‘없극겆’, 태극은 ‘커극겆’, 음정양동(陰靜陽動)은 ‘움숙 고요 불숙 움직’으로 풀었다.

‘없극겆’(無極)은 없꼭대기다.
‘커극겆’(太極)은 맨꼭대기다.
‘없극겆’은 ‘없꼭대기’ 바로 그 자리에 야믊(妙)이 뵈고, 
‘커극겆’은 ‘맨꼭대기’ 바로 그 자리에 돌아감(徼)이 뵌다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은 반드시 ‘~에’를 써서 ‘없극겆에커극겆’이라 해야 한다. ‘없극겆’과 ‘커극겆’은 쪼개지지 않기 때문이다. ‘~에서’, ‘~이면서’라고 풀어 쓰면 쪼개져 버린다. ‘없극겆’이 ‘커극겆’을 낳았느니, ‘없극겆’에서 ‘커극겆’이 나왔느니 하는 따위는 몽땅 틀린 말이다. 이름만 다를 뿐 그 둘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차양자동출이이명 동위지현 현지우현(此兩者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일 뿐이다. “이둘은 한끠 나와서 달리 이르(브르)니, 한끠 일러 감ᄋᆞ, 감ᄋᆞ 또 감ᄋᆞᆷ”(다석 풀이)으로 한꼴이기 때문이다. 함께 나와서 하나로 감고 또 감아돌아가는 한꼴의 꼭대기.

그러므로 ‘없’과 ‘맨’은 둘이 아니다.

다석은 노자 늙은이(老子) 53월(章)의 ‘대도심이’(大道甚夷)를 “큰길은 넘으도 맨이지만”으로 풀었다. ‘넘으도’는 ‘너무도’를 나타낸 말이지만 일부러 그렇게 썼다. ‘넘치도록 너무도’의 뜻이랄까. 좀 더 센 뜻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夷)를 ‘맨’으로 풀었을까?

‘맨’은 밑뿌리 터 나는 자리로 맨이요, 하늘땅사람이 큰 자리로 맨이요, 제절로의 자리로 맨이요, 큰 둥긂(弓弓:一圓)의 자리로 맨이요, 없꼴의 그림으로 있는 맨이다. 그 맨이 집집 우주의 본바탕인 참(眞)의 자리다.

므브프. 므름 브름 프름. 물음 불음 풀음. 묻고 불리면 풀린다. 늘 물음을 크게 불려야 어느새 텅~ 풀린다. 텅- 풀리는 그 자리가 또한 ‘맨’이다.

학산이 다섯 숨길(낭불흙쇠물:木火土金水)에 첫소리 다섯(ㄱㄴㅁㅅㅇ)을 엮어서 말아 놓은 초성릉도(初聲菱圖)의 한가운데를 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우물 정(⌗)이다. 그 자리는 땅과 하늘이 하나로 맞붙은 ‘땅하늘’로 뚫린 자리다. 땅우물에 하늘우물이 뚫렸단 이야기다. 뚫린 자리는 둘이 아니니(不二) 곧 ‘없’(無)이다.

 

그림3) 학산 이정호가 그린 초성릉도(初聲菱圖)이다. 첫소리 다섯은 가운데의 ‘⌗’에서 오르고 쌓는 꼴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ㅁㅂㅍ가 한 꼴로 그려진 ‘⌗’는 맨 그 자리다. ㅁㅂㅍ는 쌓아서 만든 글꼴이 아니다.
그림3) 학산 이정호가 그린 초성릉도(初聲菱圖)이다. 첫소리 다섯은 가운데의 ‘⌗’에서 오르고 쌓는 꼴로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ㅁㅂㅍ가 한 꼴로 그려진 ‘⌗’는 맨 그 자리다. ㅁㅂㅍ는 쌓아서 만든 글꼴이 아니다.

다석은 “불이(不二)이면 즉무(卽無)다. 둘이 아니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다. 곧 없는 것이다.”라면서 “나는 ‘하나’라는 말 자체도 불만인데 ― 우리가 만든 말이니까 ―, 더구나 ‘둘이 아니면 하나’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럼에도 다석은 “내가 죽을 때까지 말하고 싶은 것은 ‘원일(元一)’이다. 본디 본디의 하나가 원일물(元一物)이다. 우리는 새삼스럽게 이 절대진리물(絶對眞理物)을 찾는 게 아니다. 본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본디 가진 원일물이다. 그래서 원일물불이(元一物不二)다.”라고 힘주어 말하면서 “원일물불이(元一物不二)와 원래무일물(元來無一物)이 같은 말처럼 생각되나, 그렇지 않다. ‘원일물불이’에는 적극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원래무일물’은 소극적이다. 원일물불이, 이것이 부처요, 하나님이다. 나는 ‘원일물불이’를 믿는다.”라고 말을 맺었다(『다석일지(4권)』446~448쪽).

학산은 초성릉도(初聲菱圖)를 말하면서 “⌗은 ㅁㅂㅍ을 하나로 뭉쳐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초성십칠자(初聲十七字) 중에서 이것이 가능한 것은 오직 순음(脣音)뿐이다. 이것으로 보아도 순음이 토(土)에 속하고 따라서 궁조(宮調)임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다섯 가락, 그러니까 궁상각치우(宮商角徵羽)의 소리는 ‘음아어이우’이다. ‘궁=음’인데 ‘음’의 끝소리가 미음이다.

우물은 땅우물일까? 초성릉도의 우물은 땅우물에 맞뚫린 하늘우물이다. 하늘우물 첨성대는 땅에 세웠으니 땅우물에 맞뚫린 하늘우물이라고 해야 하리라.

 

그림4) 하늘우물 첨성대(瞻星臺). 정연식은 『경주 첨성대의 기원』에서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선덕여왕이 박혁거세와 석가모니의 신성성을 겸비한 여왕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첨성대를 세웠다는 것이 그것.
그림4) 하늘우물 첨성대(瞻星臺). 정연식은 『경주 첨성대의 기원』에서 아주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선덕여왕이 박혁거세와 석가모니의 신성성을 겸비한 여왕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첨성대를 세웠다는 것이 그것.

정연식 서울여대 명예교수는 「대학지성」(2023.4.30.)에 기고한 “첨성대 우물이 탄생의 별을 쳐다보다”에서 이런 말을 한다. “고대 한국, 중국, 일본에는 여인이 햇빛을 받거나, 별빛을 받아 위인을 잉태한 설화들이 있었다. 유화부인이 햇빛을 쬐어 알을 낳았다는 주몽 탄생설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고, 원효와 자장도 어머니가 별빛이 품에 들어오는 꿈을 꾼 뒤 잉태되었다. 그런데 햇빛이나 별빛을 받는 대상이 여인에서 우물로 바뀌기도 했다. 신라 시조 혁거세는 하늘의 별빛이 나정 우물에 비추어 만들어낸 알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일본에도 위인들이 탄생했다는 탄생정(誕生井) 우물이 여럿이 있다. 우물이 탄생의 상징이 된 것은 형상이 아기가 나오는 산도(産道)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첨성대도 둥근 몸통 부분 위에 우물 난간 형태의 사각 정자석이 2단으로 올려진 우물의 모습을 띠고 있다. … 그리고 첨성대의 모양은 대(臺)라고 하기는 어울리지 않아 예전부터 병 모양이니, 탑 모양이니 하는 말들이 있었다. 그런데 선덕여왕 시절에는 우리말에 아직 ‘ㅌ’ 음이 생기지 않아서 胎(태)도 臺(대)와 같이 ‘대’로 읽었다. 그러므로 첨성대(瞻星臺)는 ‘첨성대[瞻星胎]’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사람이 대 위에 올라가 별을 쳐다본 것이 아니라, 우물 모양의 태(胎) 자체가 별을 쳐다본 것이다.”

첨성대는 어떤 별을 쳐다보았을까? 정연식 교수의 말은 이렇다.

“경주시 내남면 화곡리에는 ‘별 뜬 산’ 성부산(星浮山)이 있고 그 북쪽 율동에는 ‘별 바라보는 산’ 망성산(望星山)이 있다. 망성산에서 성부산을 바라보면 성부산의 세 봉우리가 오른편으로 점점 높아진다. 세 봉우리는 오리온자리 삼태성(三太星)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삼’은 ‘삼신할머니’에도 보이듯이 태(胎)를 가리키는 말이고, 태(胎)는 태(太)와 음이 같다. 그러므로 삼태성은 탄생의 별이다. 그리고 박혁거세가 죽은 지 2년 뒤에 혁거세가 태어난 나정에 시조묘(始祖廟)를 세우고 제사를 지냈는데, 제관이 나정을 향한 방향에 바로 성부산이 있었다. 나정에서도 성부산을 바라보면 보갓산, 성부산, 망성산으로 구성된,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세 봉우리가 보인다. 나정에 빛을 내려 박혁거세가 태어나게 한 별도 삼태성인 것이다. 결국 첨성대는 탄생의 별 삼태성을 쳐다보는 우물이다.”

우주 자궁으로 탄생의 별인 삼태성을 바라보는 하늘우물 첨성대. 이 우물도 ‘맨’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보자.

 

그림5) 삼태성. 밤하늘에 동에서 서로 흘러가는 세 쌍둥이 별을 삼태성이라 부른다. 설화에서 세 쌍둥이가 유복자로 설정된 것은 환인, 해모수, 제석신에서 확인되는 ‘사라진 부신(父神)의 양상’과 관련된다고 한다. 또 설화에 등장하는 흑룡은 오행(五行)의 북방으로 물(水)에 대응하는데, 이것이 동방의 해(火)를 삼켰다. 해의 처소이기도 한 동방은 사령(四靈) 가운데 청룡(靑龍)에 해당하므로 ‘청룡을 제압한 흑룡’으로 해석된다. 세 형제가 흑룡을 제압하고 해를 회복했다고 했으므로 삼태성은 물을 제압할 수 있는 속성(土)을 지녀야 한다. 이는 방위상 중앙에 해당하며 황색(黃色)을 상징한다. 삼태성은 사람을 낳고 기르고 지켜 주는 신장(神將)으로서 각 방위의 신장 역할을 하는 사두성(四斗星, 東斗七星·西斗七星·南斗七星·北斗七星)이 만나는 중앙에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중앙방위에 대응한다.(한국민속문학사전)
그림5) 삼태성. 밤하늘에 동에서 서로 흘러가는 세 쌍둥이 별을 삼태성이라 부른다. 설화에서 세 쌍둥이가 유복자로 설정된 것은 환인, 해모수, 제석신에서 확인되는 ‘사라진 부신(父神)의 양상’과 관련된다고 한다. 또 설화에 등장하는 흑룡은 오행(五行)의 북방으로 물(水)에 대응하는데, 이것이 동방의 해(火)를 삼켰다. 해의 처소이기도 한 동방은 사령(四靈) 가운데 청룡(靑龍)에 해당하므로 ‘청룡을 제압한 흑룡’으로 해석된다. 세 형제가 흑룡을 제압하고 해를 회복했다고 했으므로 삼태성은 물을 제압할 수 있는 속성(土)을 지녀야 한다. 이는 방위상 중앙에 해당하며 황색(黃色)을 상징한다. 삼태성은 사람을 낳고 기르고 지켜 주는 신장(神將)으로서 각 방위의 신장 역할을 하는 사두성(四斗星, 東斗七星·西斗七星·南斗七星·北斗七星)이 만나는 중앙에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중앙방위에 대응한다.(한국민속문학사전)

큰길은 너무도 맨이다(大道甚夷)!

동이열전에 “이(夷)란 근본(根本)이다. 이(夷)가 어질어서 생명(生命)을 좋아하므로 만물(萬物)이 땅에 근본하여 산출(産出)되는 것과 같다.”하였고, 설문해자주에 “요컨대 하늘은 크고 땅도 크며 사람 또한 크다.”고 하였다. 그 뒤로 길게 이어지는 설명에는 군자가 동이사람과 같고, 그는 바르고 떳떳하며, 온씨알(百姓)을 불쌍히 여겨 늘 고민하는 걸로 나온다. 노자 늙은이 25월에 “그러므로 길이 크고 하늘도 크고 땅도 크며 임금 또한 크다.”는 내용이 있다. 그로부터 사람이 본받은 땅이요, 땅이 본받은 하늘이요, 하늘이 본받은 길이요, 길이 본받은 제절로(自然)를 갈무리해 낸다. 말과 뜻과 사상이 같지 않은가!

조금 다른 이야기 하나를 더 꺼내 보자. 이번엔 꿍꿍이다. 이(夷)는 큰 활이니 그로부터 궁궁을을(弓弓乙乙)이 비롯한 게 아닐까? 이(夷)에서 궁궁을을이요, 궁궁을을에서 약(弱)이 아닐까? 노자 늙은이는 36월에 “부드러움이 굳셈을 이긴다”(柔弱勝剛强)고 했잖은가. 수운은 또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에 “송송가가(松松家家) 알았으되 이재궁궁(利在弓弓) 어찌알꼬 천운이 둘렀으니 근심말고 돌아가서 윤회시운(輪廻時運)구경하소 십이제국 괴질운수 다시 개벽 아닐런가”라 했고, 소태산은 “궁궁은 무극(無極) 곧 일원(一圓)이 되고, 을을(乙乙)은 태극(太極)이 되나니 곧 도덕의 본원을 밝히심이요, 이러한 원만한 도덕을 주장하여 모든 척이 없이 살면 이로운 것이 많다는 것이니라.”고 했다.

 

그림6)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다. 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고, 1937년에는 스스로 깨달은 진리를 ‘일원상’(一圓相)으로 상징하였다. 곧 일원종지(一圓宗旨)를 선포한 것이다.
그림6)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이다. 그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고, 1937년에는 스스로 깨달은 진리를 ‘일원상’(一圓相)으로 상징하였다. 곧 일원종지(一圓宗旨)를 선포한 것이다.

오호라! 도덕의 본원이 궁궁(弓弓)은 무극(無極)으로 일원(一圓)이 되고, 을을(乙乙)은 태극(太極)이 되는 이재궁궁(利在弓弓)에 다시 개벽이 있구나. 그렇다면 이(夷)는 곧 궁궁(弓弓)이요, 또한 무극(無極)일 터!

그러므로 이(夷)는, 어질어 산숨(生命)을 좋아하니 잘몬(萬物)이 땅에 밑뿌리 터 나는 것이요. 그것은 크니, 하늘이 크고 땅도 크며 사람 또한 큰 것이며, 그래서 사람이 본받은 땅, 땅이 본받은 하늘, 하늘이 본받은 길, 길이 본받은 제절로(自然)이다. 그 제절로가 크게 둥글고 둥글어(弓弓) 가없이 큰 둥긂(一圓)이다. 돌고 도는 돎이 동그랗게 돌아가는 없긋(無極)으로 늘 없이 있는 그것. 바로 이(夷)의 없꼴(無形)이 ‘맨’인 이유다. 큰 그림은 사람 꼴(大象人形)인데, 이(夷)의 옛 글씨는 대(大)와 같다고 했으니, 그 큰이(大人)의 큰나(大我)는 집집 우주의 본바탕으로서의 참나(眞我)이리라.

늘 생각나기 앞(前)의 그 없 앞자리에 맨!
본디부터 있는 바탈(本性)이 다 타버린 빈탕에 맨!
쪼개 가르는 헛짓 마주 뚝 끊고 없이 있는 하나에 맨!
없이 있어 뵈는 그 맨이 참!
참이 흐르는 오늘이 맨의 큰 그림!
길은 맨 그 자리!

우리는 ‘맨’을 붙여 쓸 때 “더 할 수 없을 정도나 경지에 있음”으로 쓰고, 또 “다른 것은 섞이지 아니한 온통”으로 쓰고, 이름씨(名詞) 앞에 붙여서 “다른 무엇을 갖지 않고 오로지 그것만 있다”는 뜻을 더해서 쓴다. 다르게 써도 뜻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맨의 속뜻을 물음․불음․풀음으로 마음에 깊게 새기고 환히 틔워야 알아차릴 수 있다. 더 할 수 없는 맨이요, 온통 말끔하고 깨끗한 맨이요, 오롯이 그것만 있는 맨이다. 그 맨이 넘쳐 지나치니 큰 길일 수밖에. 큰길은 너무도 맨인 것이다.

매김씨(冠形詞) : 맨 꼭대기, 맨 처음, 맨 꼴찌라고 할 때, 그 맨!
어찌씨(副詞) : 맨 소나무뿐, 맨 놀기만, 맨 물고기뿐이라고 할 때, 그 맨!
머리가지(接頭辭) : 맨땅, 맨몸, 맨밥이라고 할 때, 그 맨!

- 참고문헌

류영모 글, 다석학회 엮음, 『다석일지』, 동연, 2024
박영호 지음, 『다석전기-류영모와 그의 시대』, 교양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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