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위험의 균형, 정책기조 조정 정당화해”
파월,“관세의 물가 영향 몇 달간 축적될 것”
뉴욕증시, 금리인하 기대에 3대지수 1%대↑
이르면 9월에 베이비스텝 단행할 가능성 있어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장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파월 의장은 이른바 ‘잭슨홀 심포지엄’기조연설에서 “변화하는 위험의 균형은 우리의 정책기조 조정을 정당화해줄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있은 후 미 3대 증시는 급등했고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승했다. 하지만 파월의 발언을 종합하건대 설사 9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베이비스텝(25bp)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등의 주문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잭슨홀 심포지엄’서 기준금리 인하 여지 열어둔 파월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실업률과 다른 노동시장 지표의 안정성은 우리가 정책 기조 변화를 고려할 때 신중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정책이 제약적 영역에 있는 상황에서 기본 전망과 변화하는 위험의 균형은 우리의 정책 기조 조정을 정당화해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르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재 4.25∼4.50%인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할 여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2%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보다 급격히 둔화한 상황에서 고용과 물가라는 위험요소가 균형을 이룬 가운데 정책 기조를 금리 인하로 조정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이 같은 '변화하는 위험의 균형'에 대해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 있고, 고용 위험은 하방으로 기울어 있는,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가 이처럼 긴장 관계에 있을 때, 우리의 프레임워크는 이중 책무의 양 측면을 균형 있게 맞출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관세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 파월 의장
한편 파월 의장은 물가와 고용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율 인상과 이민 제한 정책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도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효과는 이제 분명하게 보인다”며 “이는 향후 몇 달 동안 축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미치는 관세의 영향이 “단기적·일회성”일 수도 있고,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 의장은 또 지난 5∼7월의 일자리 증가 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큰 폭으로 밑돌았음에도 “7월 실업률은 소폭 상승한 4.2%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제한 정책과 경기 둔화에 따른 구직 활동 감소로 “노동 공급과 수요가 모두 뚜렷하게 둔화한 결과 나타난 이상한 종류의 균형(curious kind of balance)”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은 정해진 궤도에 있는 게 아니며, FOMC 위원들은 경제 전망과 위험 균형에 대한 데이터를 평가하고 그 함의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 시사한 파월 발언에 미 증시 환호
한편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발언을 내놓자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폭등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46.24포인트(1.89%) 오른 45,631.7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6.74포인트(1.52%) 오른 6,466.9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396.22포인트(1.88%) 오른 21,496.54에 각각 마감했다.
특히 다우 지수는 작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 500 지수는 6거래일 만에 반등해 지난 1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6,468.54)에 근접했고, 나스닥 지수는 4거래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우와 나스닥 지수는 이날 오전 2% 넘게 올랐다가 오후 들어 상승폭을 일부 줄였다.
S&P 500 지수 주요 종목들이 대부분 상승 마감한 가운데, 특히 최근 낙폭이 컸던 대형 기술주들의 반등이 두드러졌다.
시장은 그동안 금리 인하를 기대해 왔지만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관세 영향과 물가 상승 조짐, 비교적 견조한 고용 지표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투자 심리가 냉각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의 여지를 열어둔 발언을 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살아났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약 83%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75%에서 상향된 수치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의 4.33% 수준에서 이날 4.25%로 하락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0.1%포인트 내린 3.69%를 기록하는 등 채권 시장도 눈에 띄게 움직였다.
이르면 9월에 인하? 베이비스텝 가능성 클 듯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제 그 시기와 폭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월 의장은 22일 연설에서 금리 인하의 명분이 될 미국의 경제 상황, 즉 성장률 둔화와 고용·물가 문제를 차례로 열거한 바 있다.
그는 먼저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상반기 성장률은 1.2%에 그쳤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둔화로 지난 5∼7월 일자리 증가가 월평균 3만 5000개에 그쳐 2024년의 월 16만 8000개 증가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 지표도 인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작”이라며 통계국장을 해임한 사유가 됐던 지표다.
하지만 그는 최근 전월 대비 0.9% 상승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 7월 생산자물가(PPI)는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여전히 잘 고정돼 있으며, 우리의 목표인 2%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고용 둔화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추동한다는 점에서, 파월 의장의 인식이 금리 인하 쪽으로 한층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의 예상도 이와 일치했다. 당장 다음 달 16∼17일 열리는 FOMC)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올해 남은 FOMC 회의는 세 차례(9월, 10월, 12월)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발언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0.50%포인트 이상 내리는 ‘빅 컷’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미뤄보면 연준의 움직임은 금리를 내리더라도 경제 상황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0.25%포인트씩 내리는 ‘베이비 스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7월로 끝나는 12개월 동안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2.6%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2.9% 상승했다”며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2%)를 웃도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화정책 결정의 배경이 되는 거시경제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생겼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무역 상대국 전반에 걸친 대폭적인 관세 인상은 글로벌 무역 체제를 재편하고 있다. 더 엄격해진 이민 정책은 노동력 증가의 급격한 둔화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을 법으로 뒷받침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에 반영된 세금·지출 정책도 거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대로 기준금리를 대거 인하하지 않는 파월 의장을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너무 늦은 자)로 부르면서 노골적인 인격모독을 일삼는가하면 줄기차게 해임을 압박해왔다.
최근에는 지난달 FOMC에서 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리사 쿡 연준 이사의 ‘부동산 담보대출 사기’ 혐의를 이유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파월 의장의 연설이 진행되는 시점에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쿡 이사를 향해 “사퇴하지 않으면 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는 달리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 폭이 베이비스텝(25bp)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물가의 상방 압력과 고용의 하방압력을 언급한 파월의 발언이 그 증좌다. 물론 물가가 너무 튀거나 고용이 붕괴되는 지표가 속속 등장한다면 연준의 통화방향과 속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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