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공격적으로 내리면 인플레 억제 어려워"

"주가 상당히 고평가" 발언에 빅테크 주가 폭락

고용시장 급속 붕괴…제조업·서비스업도 냉랭

연준, 경기 둔화·인플레이션 사이서 진퇴양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완화한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올해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추가 금리 인하와 폭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거기에 더해 파월이 주식가격이 상당히 고평가되고 있다고 발언함에 따라 빅테크 주가가 폭락하면서 뉴욕 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미국은 고용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도 둔화 조짐이 완연한 상태다.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에 낀 채 진퇴양난에 놓인 연준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준 이사들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9개월 만에 첫 인하다. 2025.9.17.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1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준 이사들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9개월 만에 첫 인하다. 2025.9.17. EPA/연합뉴스

파월 "기준금리 공격적으로 내리면 인플레 억제에 영향"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상공회의소 연설을 통해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상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고용 리스크는 하방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양면적 리스크(two-sided risk)가 존재할 때 리스크가 전무한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금리를) 너무 공격적으로 완화하면 인플레이션 억제를 미완으로 남겨 놓게 되고, 나중에 인플레이션 2% 목표치를 회복하기 위해 정책을 다시 (금리 인상으로) 전환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은 또 "우리가 긴축 정책을 너무 오랫동안 유지하면 고용 시장이 불필요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오랜 기간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할 때 일어날 부작용을 함께 지적한 발언이다. 그는 "이처럼 우리의 목표(물가안정·최대고용)들이 긴장 관계에 있을 때, 연준의 정책 틀은 양쪽 목표의 균형을 맞추도록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고용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증가하면서 우리의 목표 달성에 있어 리스크 균형 잡기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뒤 9개월 만의 첫 인하 조치였다.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이 정책 기조가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다소 긴축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는 우리를 잠재적 경제 변화에 대응하기 좋은 위치에 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책은 미리 결정된 경로 위에 있지 않다"며 "연준은 들어오는 데이터와 변화하는 전망, 리스크 균형 잡기 등에 근거해 적절한 정책 기조를 계속해서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최대 고용을 지원하고 인플레이션을 지속 가능하게 2% 목표치에 맞추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와 함께 "최근 물가지수가 상승하며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 데이터와 조사에 따르면 이런 가격 상승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보다 관세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세에서 파급된 물가 인상이 비교적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면서도 "관세 인상은 공급망 전반에 반영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 결과, 이 일회성 수준의 물가 상승은 몇 분기에 걸쳐 확산하면서 그 기간 다소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고용 위축으로 상징되는 경기 둔화와 관세 등에 의해 견인되는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두 개의 적과 직면한 연준의 고충을 잘 보여준다. 중요한 건 파월 의장이 기운을 차리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엔비디아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 돼있다." 파월 발언에 증시는 혼비백산

한편 주가 관련된 파월의 발언에 미 증시는 크게 동요했다. 특히 빅테크주들의 주가는 폭락을 면치 못했다.

23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무렵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8.76포인트(0.19%) 밀린 4만 6292.78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36.83포인트(0.55%) 떨어진 6656.92, 나스닥종합지수는 215.50포인트(0.95%) 하락한 22,573.47에 장을 마쳤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에 가까울 지경이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82% 내린 178.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180달러선 위에서 출발했으나, 낙폭을 확대하며 180달러선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전날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1000억 달러 투자 발표로 올랐던 상승분 약 4%의 대부분을 반납했다.

시총 2위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는 1.01%, 애플은 0.64% 하락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반독점 소송이 시작된 아마존은 3.04%, 구글 주가는 0.21% 내렸다. 메타와 테슬라도 1.28%와 1.93% 약세로 마감했다. 엔비디아와 오픈AI 거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기업 오라클도 4% 넘게 떨어졌다.

이날 하락은 미 로드아일랜드주 상공회의소에서 가진 파월 의장의 연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시장 가격에 얼마나 비중을 두는지, 높은 자산 가치에 대해 더 큰 관용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이에 “우리는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살펴보고, 우리의 정책이 목표한 방식대로 금융 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한다”면서 "여러 지표로 볼 때 예를 들어 주식 가격은 상당히 고평가(fairly highly valued)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 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뉴욕 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둔화조짐 완연한 미국의 경기

금리 인하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경기는 둔화되는 신호가 완연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9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3.9로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달(54.5) 대비로는 0.6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PMI 예비치는 52.0으로 전달(53.0)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시장 전망치인 51.5는 상회했다.

고용시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9월 첫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26만 3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전망치 23만 5000건을 대폭 웃도는데다, 2021년 10월 넷째 주(26만 8000건) 이후 가장 많다. 

한편 8월 비농업 신규일자리도 전월 대비 고작 2만 2000명이 증가해 전문가 전망치(7만 5000명)를 충격적으로 밑돌았다. 또한 7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기존 발표치 '7만 3000명 증가'에서 '7만 9000명 증가'로 조금 높아졌지만, 6월 일자리는 '1만 4000명 증가'에서 '1만 3000명 감소'로 수정했다. 일자리가 감소한 것은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5~6월 증가 폭은 기존 발표치 29만 1000명에서 3만 3000명으로 무려 25만 8000명이나 축소 수정됐다.

이처럼 고용시장은 붕괴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수도 냉랭하다.

 

미국의 7월 제조업 일자리가 1만 1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쇼크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7월 제조업 일자리가 1만 1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쇼크가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준, 금리 내리기도 동결하기도 어려운 처지

파월 의장이 토로한 것처럼 연준은 지금 무너져내리는 고용시장과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 사이에 낀 상태다. 고용시장을 생각하면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내려야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기운을 차린 인플레이션의 기세를 보면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 밖에 없다. 만약 금리를 급하게 내렸다가 물가가 튀면 통제불능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 연준이 고차 방정식을 어떻게 풀지 관심이 집중된다. 

참고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까지 기준금리가 50bp 인하될 확률을 77%로 반영했다. 직전 거래일 마감 무렵의 75.4%와 큰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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