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대책에도 여전히 불안한 집값과 대출

한은, 한미 금리차 확대도 부담스러운 요인

추경 효과, 관세 협상 덕분에 동결 룸 생겨

올해 0%대 성장 유력 10월엔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월에 이어 두 번 연속 동결했다. 6·27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경솔하게 금리를 낮췄다가,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타오르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에선 한은이 10월께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집값 및 가계대출 추이, 9월에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 결과, 추경 집행효과, 한미 관세 협상 전개상황 및 효과 등이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향방을 좌우할 변수들이다.

6·27대책에도 불안한 집값과 가계대출 영향으로 금리 동결한 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은 부동산과 가계대출이다. 상반기에 달아오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이 '6·27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다소 주춤하지만, 여전히 서울 집값 상승세가 강한 만큼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 부동산과 가계대출 불씨만 되살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추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틀었고, 11월엔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올해 상반기에도 네 차례 회의 중 두 차례 인하하며 완화 기조를 이어갔다. 건설·소비 등 내수 부진과 미국 관세 영향 등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춘 결과다.

한은은 하반기 들어 금리를 7월과 8월 연속 동결했다. 무엇보다 부동산·가계대출 등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너무 나쁜 탓이다.

정부가 수도권 지역 주택담보대출을 일괄적으로 최대 6억 원으로 묶는 등 유례없는 강도의 6·27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라 상승세가 지속 중이다. 물론 상승폭이 가파르게 줄고 있긴 하다.

서을 집값이 이를데 없이 불안한 최대 요인은 단연 가계대출이다. 주택매매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계대출의 경우 지난달 예금은행에서 2조 8000억 원 늘어나며 증가 폭이 6월(+6조 2000억 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6·27 대책 이전 급증한 주택 매매 계약 관련 대출이 시차를 두고 계속 실행되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금통위는 이날 회의 의결문에서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를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과열 양상을 보이던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6·27대책 이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추세적 안정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5.8.28. 연합뉴스

한미 금리차 확대도 신경 쓰이는 대목

이미 역대 최대(2.0%p)인 미국(연 4.25∼4.50%)과의 금리 격차도 동결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6∼17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p 인하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금통위가 만약 이번에 미국보다 앞서 0.25%p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 최소 약 20일간 한미간 금리 격차는 2.25%p까지 벌어진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는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가뜩이나 달러가 원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연합뉴스

추경 효과와 한미 관세 협상 선방 덕에 금리 동결할 틈 생겨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었던 것은 추경 집행 등으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된 데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선방한 덕분이다. 기준금리 압박이 약해졌다는 말이다.

추경 집행 등으로 소비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미국과 관세 협상 결과가 최악을 피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라도 빨리 내려달라'는 여론이나 정치권의 압박이 다소 약해진 점도 금통위에 동결 후 관망할 수 있는 여유를 줬다.

한은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11.4로 7월(110.8)보다 0.6p 올라 2018년 1월(111.6)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도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한은과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성장률 전망을 소폭이라도 상향 조정한 뒤 경기 회복의 속도를 지켜보고 추가 인하를 결정할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은도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추경 등에 따른 소비 회복 효과와 미국 관세 협상 결과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0.8%에서 0.9%로 0.1%p 올려 잡았다.

 

한국은행 및 주요 기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한국은행 및 주요 기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10월 경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높아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시장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친다. 인하 시점으로는 10월설이 가장 유력하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며 10월 0.25%p 인하를 점쳤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도 "한은도 경기를 우려하고 있고, 특히 건설 투자나 수출 관련 관세 불확실성 등을 걱정하는 것 같다”며 “따라서 가계부채·부동산이 얼마나 진정되는지, 미국이 실제로 얼마나 금리를 낮출지 확인하고 4분기에 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통위는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추세적으로 안정될지 더 점검하는 한편 환율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도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성장의 하방 리스크(위험) 완화를 위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면서 금리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부동산 및 가계대출 추이, 미 연준의 9월 기준금리 결정 방향, 추경 효과, 한미 관세 협상 진행 경과 및 그 효과 등의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은의 10월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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