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에 가구 소득 2400달러 감소
기업들 관세 비용 전가 위해 가격 올려
신발 가격 40%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WSJ "절약 소비 시작돼 소비지출 정체"
"트럼프 빼고 모두가 패배자" 조롱까지
다급한 트럼프, 배당금 지급까지 시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관세 쓰나미가 미국 소비자들부터 직격하고 있다. 기업들이 관세를 제품 가격에 전가시키면서 소비자들이 앞다퉈 소비를 줄이고 있다. 관세영향으로 미국 가구 당 2400달러(한화 330만 원)에 해당하는 추가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를 제외한 모두가 패배자라는 자조까지 나오자 다급해진 트럼프는 관세 수입 일부를 배당금 형식으로 국민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관세 영향으로 지갑을 조이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절약 소비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미국인들이 다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며 연방정부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소비지출이 정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형 유통점의 자체 브랜드 제품이나 꾸러미 포장으로 파는 제품의 판매는 늘고, 비싼 식당의 매출은 줄고 있다. 멕시코 식당 체인 치폴레와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 생활용품 기업 프록터앤드갬블(P&G)의 경영진은 고객들이 더 쪼들리고 있거나 그렇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전 세계적으로는 간식류 매출이 증가했지만 미국에선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고기 가격은 사상 최고가 수준으로 치솟았다. 매일 카페 라테를 마시던 소비자들은 최대 50%의 커피 관세에 직면했고,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인 F-150 픽업트럭을 만드는 완성차업체 포드는 관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일부 차량 가격을 올렸다. 기업 경영진은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고용 전망, 개인적 재정 상황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필수품에만 집중하고 여유분은 포기하면서 소비를 축소하고 있다고 한다고 WSJ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그동안 기업들이 미뤄왔던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을 제품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2일 보도했다. 관세 전쟁 초기엔 많은 기업이 그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길 선택했지만, 수익성이 점점 악화하자 가격을 유지할 방법이 동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주 나온 미 상무부 자료 등을 보면 지난 6월 가구와 장난감, 가전제품 등 관세의 타격을 많이 받는 품목들의 가격이 상승했다. 또 아디다스와 프록터앤드갬블(P&G), 스탠리 블랙앤드데커 등은 관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나 장난감 기업 해즈브로·마텔도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관세 영향으로 물가 1.8% 오르고 가구당 실질소득은 330만원 줄어
한편 2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예일대 예산연구실(TBL)은 미국의 평균 유효관세율이 올해 초 2.5%에서 7개월 만에 18.3%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오는 7일부터 적용될 상호관세 영향이 포함된 결과다.
예일대 TBL은 올해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 영향으로 미국 물가 수준이 1.8% 상승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이는 가구당 수입이 올해 달러 가치 기준으로 2400달러(약 330만 원) 감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미국 가구당 실질수입이 한화로 환산하면 330만 원씩 줄어든다는 뜻이다.
심지어 단기적으로는 신발과 의류 가격이 각각 40%와 38% 오르고, 장기적으로도 19%와 17%의 인상 효과가 유지될 것이라고 TBL은 내다봤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류와 신발 중 97%가 수입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예일대는 올해부터 시행된 관세 조치로 인해 미국 GDP 성장률이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0.5%포인트, 이후에도 매년 0.4%포인트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연간 약 1200억 달러(약 170조 원)의 경제 손실에 해당한다.
관세전쟁으로 인해 트럼프를 제외한 모두가 피해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외국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묘사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미국 내 수입 업체가 관세를 부담하며 결국 제품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 80%는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부담하며, 외국 수출 업체가 흡수한 비중은 고작 20%에 불과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부총장을 지낸 앨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학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AP통신에 "최대 승리자는 트럼프이고, 미국 소비자들은 큰 패배자"라고 말했다. 기실 미국 소비자들이 트럼프 관세전쟁의 일차 피해자이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트럼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이자 패배자가 될 것이다.
1931년 세계대공황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미국을 포함한 서구 열강들은 관세를 높여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 했다. 그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모두가 가난해졌고, 전부 패자가 됐다. 관세 장벽으로 인해 국제교역이 재앙적 수준으로 격감한 탓이다. 대공황의 교훈으로 인류는 관세전쟁이 자해행위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트럼프 미국이 대공황 당시의 교훈을 망각한 채 전 세계를 관세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었다. 1931년의 비극이 2025년에는 희극으로 바뀔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관세 역풍에 배당금 카드 꺼낸 트럼프
NYT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들이 관세의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닥칠 수개월간 관세가 가격에 더 두드러진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투하한 폭탄이 미국에서 먼저 폭발하다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황급히 대안마련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들에게 배당금 지급이나 분배가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중산층과 저소득층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인 1인당 600달러(약 83만 원)를 지급하자는 법안을 최근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재원으로 하여 국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래봐야 미국 국민들은 배당금으로 지급받는 액수를 아득히 상회하는 손해를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인해 입게 된다. ‘조삼모사’도 이런 ‘조삼모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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