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활동가를 만나다] 독립연구활동가 신채원씨
윤 파면축하 콘서트에 '보성사 이종일' 무대 올려
노찾사 출신 문진오씨와 함께 2021년 공연 시작
관동지진 조선인학살 사건 다큐 홍보에 큰 역할
가을엔 안창호 관련 작품 상하이에서 발표하기로
역사를 연구하기 전에, 역사를 기록한 사람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후세인들이 읽게 되는 역사의 기록에서 기록자의 정신과 사상도 함께 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읽을 때 ‘역사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그의 사관을 동시에 기억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에는 그 정신과 사상을 오직 문자기록에만 의존하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로 역사를 기록하고 정신을 계승한다.
일제강점기의 사건이나 독립 운동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연구자의 논문이 도서관의 수많은 장서 중 하나로 먼지에 쌓여 있는 현실적 안타까움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렇듯 그 시절의 사건에 가치를 부여하고 독립지사의 정신을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음악회와 노래로 알리는 이가 있다. 그는 해마다 삼일절과 광복절 즈음에는 공연을 들고 시민 곁으로 찾아간다. 독립운동가의 노래, 역사가 흐르는 서사음악회 등을 연출하는 작가로 활동하는 신채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인터뷰는 1개월 전에 이뤄졌지만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에 맞춰 내보내게 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 3.1 운동 당시 독립선언을 계기로 그 정신을 이어받고, 경술국치와 그로 인한 식민 통치를 거부하며 한반도 내외의 항일 독립운동 주도와 민주공화국 설립을 위한 목적으로 건립된 임시정부다. 4월 11일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일이다. 기념일 지정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에 의미가 부여되면서 국가 공식 기념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소수의 뉴라이트들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제를 찬양하고 우리의 정신을 왜곡 말살하려 한다.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잔재들이 기득권이 되고 군사쿠데타를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윤석열에 의한 친위쿠데타가 21세기 문명국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윤석열은 8:0 만장일치로 파면되었고 4월 4일 축하 콘서트에서는 신채원 작가의 시 『보성사 이종일, 바람의 혁명』이라는 노래를 민중가수 문진오 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 이종일은 언론인으로 민족대표 33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바람이 불었소
세찬 바람이 불었소
고요한 어둠 속에서 이 나라 운명을 걸고
인쇄기는 돌아가고 있소
삼만 오천 장의 선언문은 이 어둠 속에서도 천 리를 가고 있소
걸어서 뛰어서 기어서라도 기어이 가야겠소
바람에 실어 이 나라 조선의 독립을 선언할 것이오“
민주주의를 지키고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말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채원 씨는 삼일절과 광복절 즈음하여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조명하고 독립지사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공연과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선다. 그는 시인이며 작가이자 콘텐츠제작사 미디어 세림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명함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직함은 ‘독립 연구 활동가’이다. 특정한 단체에 소속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연구와 활동을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독립운동을 연구하는 활동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약 200여 명의 인물들을 인터뷰했고 그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가 역할도 해오고 있다. 식민지역사, 근현대사, 독립운동, 제노사이드, 민간인학살 등 아픔으로 점철된 근현대사 100년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알리는 역할을 해 온 시민운동가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건이 바로 3.1운동이다. 3.1 운동은 1919년 3월 1일부터 수개월에 걸쳐 한반도 전역과 만주 등지 그리고 세계 각지의 한인 밀집 지역에서 3000회가 넘게 시민 다수가 자발적으로 봉기하여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고 일본 제국의 한반도 강점에 대하여 저항권을 행사한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이자 한민족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이었다. 1919년의 3.1 운동의 주역인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의암 손병희다. 그는 조선 말기 동학과 천도교의 지도자이자 동학을 체계화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3.1 운동 당시 선언서가 발표된 탑골공원에 손병희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의 주도적 비중을 알 수 있게 한다. 독립운동가의 노래 공연에 손병희의 업적을 기리는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동학 연구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동학콘텐츠 제작자이기도 한 신채원 활동가가 쓴 시에 곡을 붙여 만든 『 겨레의 가슴 의암 손병희 』 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목숨의 무게가 버거울 때
자네가 누구인지 모를 때
기미년 삼월의 씨앗을 기억해주게
어서 가시게 자네들 세상이 올 것이네
기억하는 한 실패는 아니라네
맨주먹이었으나 빈손은 아니었네
독립, 독립, 독립
이 노래를 불러 주게 끝까지
마지막 한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공연은 2021년 광복절 ‘다시 찾은 빛’이라는 이름으로 코로나 시절 '글로리어겐'이라는 스튜디오에서 온·오프 동시로 공연을 한 것이 시초였다. 어느덧 만 4년이 되어가고 있다. 2022년 삼일절 전야 공연을 신채원 작가는 민중가수이자 노찾사 멤버였던 문진오 선생과 함께 서사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서사와 음악을 결합하여 새로운 모색과 시도를 하게 된다. 역사 깊은 천도교 중앙 대교당에서 시작하며 공연 포맷에 변화를 시도하였고 이후 삼일절과 광복절 공연의 기본 형식이 되었다. 총 일곱 차례 공연을 하는 동안 신채원 작가의 시로 10여 곡의 새로운 노래를 만들고 ‘독립운동가의 노래’ 등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노래가 만들어질 때마다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싸맸고 음악감독은 편곡을 통해 훌륭하게 노래에 옷을 입혔다. 피 끓는 외침보다 깊은 울림을 주는 잔잔한 말을 건네듯 부르는 노래가 더 감동스러울 때가 있는데, 바로 삼일절과 광복절 기념 공연이 그것이다.
그는 작가로서 글에 쓰임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 내 앞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 아픈 사람이 있다고 소리쳐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글을 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연구하며 알리려고 노력한 사건이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사건이다. 재일교포 오충공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학살 사건을 학습하며 홍보한 그가 지난 10년 동안 연구자, 작가, 활동가,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100년을 넘나들며 그 흔적을 찾아다녔다. 가해자와 희생자의 얼굴을 만나게 해야 한다는 다큐의 잔인한 운명 속에서 유족들을 만날 때마다 눈물을 꾹꾹 삼키며 꼭 안아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가 만난 유족 중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한 유족이 있다. 아버지의 얼굴을 모른 채 태어나 자란 소년에게 '그리움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도 했다. 아버지의 얼굴을 수도 없이 그려보았을 것이며, 강물에 비친 얼굴을 보며 '당신의 아들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사이타마에 있는 ‘조선인 강대흥의 묘’ 비석 앞에서 “등에 진 햇살 얼마나 무거웠습니까” 신채원 씨가 물었을 때, 나뭇잎 사이로 스르륵스르륵 들려온 바람소리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무엇을 위해 이 작업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신채원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다. “잘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아픔과 슬픔 속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세상 곱고 아름답고 찬란한 말들을 글로 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신채원 활동가는 현재 투병 중에 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올 가을에는 상하이에서 공연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 도산 안창호에 대한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역사는 소수의 권력자가 아닌 다수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그 역사의 페이지를 수많은 활동가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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