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구 만평작가의 '동그라미 생각'
군과 국가가 움직이는 순간, 명령과 책임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특검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여인형과 윤석열의 태도는 이 상식을 뒤집고 있다. 둘은 서로 위치는 다르지만, 책임을 피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여인형은 12월 3일 내란 당일, 부하들에게 출동명령을 내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후 작전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출동을 명령해놓고 작전은 지시하지 않았다는 말은 곧 작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겠다는 선언이다. 내란 상황에서 출동은 단순한 이동 명령이 아니라 작전의 시작인데, 여인형은 그 시작을 명령해 놓고도 결과는 '아랫사람의 판단'으로 떠넘긴 셈이다.
윤석열의 논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국회에 군을 투입하라고 명령한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체포 대상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 안의 요원들이었다"고 주장하며 책임의 범위를 조정한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 역시 한 적 없다며, 현장에서의 강경 행동은 "특전사의 자체 판단"이라고 강변한다. 명령은 했지만, 그 명령의 정치적·법적 파장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두 사람의 설명은 결국 하나의 문장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지시했지만, 문제된 행동은 우리가 시키지 않았다."
이 논리는 단순한 변명을 넘어 지휘 체계를 스스로 부정하고, 명령권의 책임을 부하에게 미루는 심각한 치졸함이다. 작전을 지시한 책임자는 위에 있는데, 정작 결과의 책임은 아래로 내려보내 내란 혐의라는 무거운 질문 앞에서 자신만 빠져나가려는 비열함이다.
내란 당일 군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 그 모든 판단과 책임은 지휘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여인형과 윤석열은 자신들은 그림자 뒤로 숨긴 채, 내란의 실행 책임을 오히려 부하들의 ‘현장 일탈’로 둔갑시키며 지휘 책임을 교묘히 도려내려 한다. 권한은 행사했지만, 그 권한의 결과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러면서도 ‘군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앞세워, 자신의 범죄적 일탈을 군 조직 전체의 이름으로 희석시키는 파렴치함까지 보이고 있다.바로 이 치졸한 비열함과 뻔뻔한 무책임이야말로, 우리가 끝까지 추적해 드러내야 할 내란세력의 숨겨진 본질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