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부의 공유’를 위한 전략: 토지제도의 예

‘공유부’(共有富, common wealth)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유부’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이지만 실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예를 들어, 전남 신안군은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2021년부터 자라도, 안좌도, 지도, 사옥도 등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된 섬 지역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의 명칭은 ‘햇빛연금’이다.

햇빛처럼 우리 모두의 것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이 바로 공유부이다. 즉 공유부란 특정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에 주어진 또는 공동체 구성원이 다 같이 생산한 자원·자산 및 그 수익을 의미한다. 햇빛을 비롯한 토지, 대기, 해양, 천연자원 등의 자연 그리고 인류가 공동으로 축적한 지식, 데이터 등의 자산도 포함된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추적식 태양광발전소단지.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지도읍에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추적식 태양광발전소단지. 연합뉴스

‘공유부는 공유해야 한다’는 원리는 매우 간명하고 당연하다. 그러나 오랜 세월 공유부의 사유화를 방치 내지 조장해온 현실에서는 이 원리를 부정하려는 세력이 만만치 않다. 주로 기득권층의 저항이지만 기득권층에 의해 세뇌된 일반 국민의 동조도 무시할 수 없다.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멀어도 바른길로 가야 한다.

가장 뚜렷한 공유부인 토지를 예로 들어보자. 부동산은 토지와 인공물(주택 등)의 결합체인데 이 중에서 인공물은 인공을 가한 사람의 것이지만 토지는 당연히 공유부이다. 그러나 부동산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토지를 공유부로 되돌리려는 개혁에 대한 저항이 엄청나다. 정치인, 언론, 정책 당국 등이 개혁을 가로막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필자는 현 토지소유자에 손해가 되지 않으면서 다수 국민이 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싶다.

토지소유자가 손해 보지 않는 전략: 이자 공제형 지대세

첫째로, 현 토지소유자에 손해가 되지 않는 전략으로 필자는 ‘이자 공제형 지대세’를 제시한다. 토지의 배타적 사용권을 개인에게 주는 제도를 국민이 원한다면, 사용권은 개인에게 주되 그 대신 지대를 세금으로 징수하자는 것이다. 이런 세금을 ‘지대세’라고 한다. 토지라는 공유부를 공유하는 가장 간명한 방식이다. 19세기 미국의 토지개혁가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가 제안한 세금이다.

그런데 ‘지대세’를 과세하면 지가 즉 토지 매매가격이 이론상 0이 된다. 지가는 미래 지대를 현재가치로 환원한 금액인데 지대를 세금으로 환수한다면 토지소유자에게 돌아갈 몫이 사라지므로, 토지소유권의 가격인 지가는 0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대세를 단기간에 도입하면 지가가 곤두박질친다.

잘못된 토지제도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현재의 토지소유자가 몽땅 떠안게 되는 셈이므로, 사유재산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위헌 시비가 일어나게 된다. 또 금융기관이 대출 담보로 부동산을 많이 활용해온 사회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대출을 회수하기가 어려워진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일부 금융기관이 파산하면 급기야 실물경제 전체로 파급되어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막는 방법이 있다. 지대를 전부 환수하지 않고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공제한 금액만 환수하면 된다. 매년 (연간 지대 - 매입지가에 대한 연간 이자)를 토지보유세로 징수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이런 세금을 ‘이자 공제형 지대세’ 또는 ‘지대이자차액세’라고 부른다.

현재와 같은 토지사유제에서 토지소유자는 토지의 매입과 매각을 통해 매매차액을 얻으며, 토지 보유 기간에는 토지의 사용가치인 지대를 향유하면서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는 비용으로 부담한다. 즉, 단지 토지를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인 ‘토지 불로소득’은 (매매차액 + 지대이자차액)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지대이자차액을 징수하면 토지소유자는 토지를 보유하는 동안 이자만큼만 이득이 생기므로 지가는 그 이자에 상응하는 원금으로 고정되어 매매차액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토지 불로소득은 0이 된다.

이 전략을 택하면 지가가 하락하지 않으므로 현재의 토지소유자가 ‘손해를 본다’면서 저항할 명분이 사라진다. 토지를 매입하든 매입지가를 저축하여 이자를 얻든 금전적으로 같아지므로 토지 투기, 부동산 투기를 할 이유가 없다. 지대세와는 달리 지가의 급속한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불안도 생기지 않는다. 또한 지대소득이 과세 평가액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만큼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므로, 투기 목적으로 토지를 소유하면서 토지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없게 된다.

이자 공제형 지대세가 지대를 어느 정도 환수할 수 있는지는 지대상승률에 따라 달라진다. 실시 초기에 지대와 이자가 같아서 징수액이 0이라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으로 50년 후를 예상해보면, 이자율과 지대상승률이 각각 연 5%, 3%라고 하면 지대의 77%를 환수하게 되고, 각각 연 5%, 4%라고 하면 86%를 환수하게 된다.

국민 다수가 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전략: 나쁜 조세 감면, 복지 확대

둘째로, ‘이자 공제형 지대세’와 더불어 국민 다수가 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제도를 병행하면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도 얻을 수 있다. 두 가지 대안이 있다. 늘어나는 재정수입으로 나쁜 조세를 감면하거나 이를 기본소득 등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세수 증가가 특별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유부 세수가 증가함에 따라 나쁜 조세를 감면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중요 세원은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인데, ‘이자공제형 지대세’ 수입이 늘어나면 소득세보다 부가가치세부터 감면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 이유는 노력소득 외에 불로소득에도 부과하는 소득세와는 달리 부가가치세는 모두 생산적 노력에 의해 발생한 가치에 부과한다는 점에서, 사회제도 평가의 두 기준인 정의와 효율 면에서 부가가치세가 더 나쁜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소득세는 누진적인데 비해 세율이 일정한 부가가치세는 소득 대비 역진적이어서 저소득층에 더 무겁게 부과된다. 바로 이 때문에, 기초생활에 필수적이며 국민후생을 위해 필요한 재화 및 용역에 광범위하게 면세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실증연구가 있다. 더구나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면 물가가 하락하므로 서민층의 실질소득이 불어나고, 거래에 지장을 주는 세금이 줄어 시장 작용이 더 활성화된다. 이런 이유에서 두 조세 중에서 부가가치세부터 감면하는 것이 좋다.

공유부 과세 수입 증가분을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공유부에 대해서는 모든 국민이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복지제도를 만들면 국민 누구나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할 수 있다.

그 방식으로는 빈곤자를 선별하여 지급하는 보험 방식과 누구에게나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방식이 있다. 보험 방식은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을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본소득 방식은 지대 환수의 혜택을 체감하는 국민을 더 많게 하여 정치적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본소득 방식은 2021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들어 있었는데, 이재명 후보는 “90% 가까운 가구가 순혜택(납부토지세보다 기본소득이 더 많음)을 보게 됩니다.”라고 하였다.

지금까지 ‘공유부의 공유’를 위한 개혁 전략으로, 토지의 경우에 ‘이자 공제형 지대세’를 도입하고 그 세수를 나쁜 조세 감면 또는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하였다. 지대세처럼 공유부 모두를 일거에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저항과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일단 방향을 옳게 잡은 다음에 국민의 폭넓은 지지 위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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