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0.2%…1분기 1.3%에서 급락
치적인 양 자랑에 목표 올린 대통령·정부 머쓱
1분기 고성장 기저효과 탓하지만 맥빠진 모습
설비·건설투자 모두 하락, 민간 소비도 뒷걸음
7월 기업 체감경기지수도 5개월 만에 내리막
정부의 ‘환호성'은 한 분기 만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3%로 나오자 정부는 기간까지 따져가며 얼마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라는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들뜬 기분일까, 성장률 연간 목표를 상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1분기 성장률은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4년 3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현 정부의 치적인 양 한껏 치켜올렸다. 기획재정부는 연간 성장률 전망을 2.2%에서 2.6%로 추어 올렸다.
하지만 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의 환호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경제는 역성장의 수렁에 빠졌다. 2분기 성장률은 금융권과 연구소들의 0%를 예상하기도 했지만,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도 5개월 만에 나빠졌다. 앞으로를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는 낮은 2분기 성장률이 1분기 고성장의 기저효과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변하지만 맥빠진 모습이 역력하다. 성장률을 견인해 온 수출도 기여도가 줄어들고 있고, 회복세를 보였던 민간 소비도 도로 부진해지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높기만 하기 때문이다.
2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2%로 집계됐다. 분기 성장률에 마이너스(-)가 붙은 것은 지난 2022년 4분기(-0.5%) 이후 6분기 만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 이어진 순성장 기조도 5분기 만에 역성장으로 전환됐다. 한은의 7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 CBSI는 95.1로 전월 대비 0.6p 낮아졌다. CBSI가 100보다 높으면 경제 전반에 대한 기업 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정부와 한은은 2분기 역성장은 1분기 큰 폭의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고, 상반기 성장률(전년 동기비)은 2.8%로,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다고 극구 설명한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상반기 성장률 2.8%는 조사국 전망치 2.9%와 큰 차이가 없고, 하반기에 전망대로 2.2% 성장하면 연간 성장률은 산술적으로 2.5%가 나온다"라며 "현 상황에서는 연간 전망치(2.5%)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지난 1분기 큰 폭 성장에 따른 예상 수준의 조정으로 평가한다"면서 "하반기 흐름이 중요하지만 당초 2.6% 성장률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2분기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0.9% 늘었다. 하지만 원유·석유제품 등을 위주로 불어난 수입의 증가율(1.2%)이 수출을 웃돌았다. 1분기 ‘깜짝' 성장률에 크게 기여한 수출이 한 풀 꺾이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분기 이후 에너지류 수입이 예전보다 증가하면서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 중심으로 2.1% 축소됐다. 1분기에 3.3%나 늘어 성장을 주도한 건설투자도 1.1%로 증가세가 꺾였고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에 눌린 내수와 설비투자가 단기간 내에 살아날 것으로 보기도 쉽지 않다.
각 부분의 2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0.2%p)·설비투자(-0.2%p)·민간 소비(-0.1%)가 모두 성장률을 깎아 내렸다. 1분기 기여도가 0.8%p에 이르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2분기 성장률을 0.1%p 낮췄다. 정부소비(0.1%p)가 소폭이지만 성장률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업종별 성장률은 농림어업이 5.4%로 가장 높았고, 제조업도 0.7% 증가했다. 반면 건설업은 건물·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5.4% 급감했고, 전기·가스·수도업도 수도·하수·폐기물처리·원료재생업 등을 위주로 0.8% 역성장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운수업은 늘었지만, 정보통신·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이 부진하면서 1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1.3%로 실질 GDP 성장률(-0.2%)보다도 낮았다.
전산업 CBSI는 지난 2월 87.8까지 떨어졌다가 3월(89.4) 이후 6월(95.7)까지 넉 달 연속 상승했으나 7월에는 오름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했다. 제조업(95.7)은 구성 5대 지수 가운데 업황(-1.1p)과 생산(-0.6p) 부진으로 6월보다 1.7p 떨어졌다. 비제조업(94.6)은 0.3p 올라 다섯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달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3524개 법인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3347개 기업(제조업 1878개·비제조업 1469개)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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