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분기 GDP 성장률 1.3%"…방심은 금물
건설투자 회복‧수출 호조로 2년3개월만에 최고
기저효과‧통계 기준연도 변경 따른 영향도 있어
연평균 성장률 0.1%p↑, 1인당 국민소득도 늘어
섣부른 경기흐름 괴리나 착시 효과 현혹 없어야
정부가 우리 경제 성장률이 8개 분기 만에 0%대를 벗어났다며 환호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건설투자 회복과 수출 호조 등의 영향으로 전기 대비 1.3%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4분기(1.6%) 이후 지난해 4분기까지 2년 연속 1% 미만의 성장률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성장률의 상승은 직전 분기 건설투자 대폭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기에 국민계정의 기준연도 개편에 따라 여러 통계 지표들이 일제히 개선된 영향도 있었다. 정부가 섣부르게 현실 경기흐름과의 괴리나 착시 효과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5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잠정치)이 1.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25일 공개된 속보치와 같은 수치이며, 지난 2021년 4분기(1.6%)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 2022년 4분기 수출 급감과 함께 –0.5%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1분기(0.4%) 반등한 뒤 2분기(0.6%), 3분기(0.8%), 4분기(0.5%)와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여왔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특히 건설투자가 건물·토목 건설이 동반 회복하면서 3.3% 뛰었다. 속보치(2.7%)보다도 높다. 한은은 건설투자가 전 분기 큰 폭 감소한 기저효과와 양호한 기상 여건 등으로 큰 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앞으로 입주물량 축소, 착공 수주 감소세 영향으로 다소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도 반도체·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품목과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1.8% 성장했다. 수출 증가율은 속보치(0.9%)의 2배 수준으로 조정됐다. 반도체와 이동전화 등 IT 품목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더 호조를 나타냈고 해외 생산을 통한 수출이 예상보다 늘어나 속보치보다도 잠정치에서 수출이 크게 확대됐다.
민간소비의 경우 의류 등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가 모두 늘어 0.7% 증가했다. 정부소비 역시 물건비 지출 위주로 0.8% 늘었다. 반면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등의 침체로 2.0% 뒷걸음쳤고, 수입도 천연가스·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0.4% 감소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민간소비(0.8%→0.7%)와 설비투자(-0.8%→-2.0%)는 하향조정된 반면, 정부소비(0.7%→0.8%)와 수입(-0.7%→-0.4%)은 상향됐다. 1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항목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0.8%p)로, 1분기 성장률을 0.8%p 끌어올렸다. 건설투자(0.5%p)와 민간소비(0.3%p), 정부소비(0.1%p)도 성장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설비투자(-0.2%p)와 정부투자(-0.1%p)는 성장률을 깎아내렸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민간소비(-0.1%p)와 설비투자(-1.2%p) 성장률은 낮아졌지만, 건설투자(+0.7%p)와 수출(+0.9%p)은 상향 조정됐다.
한은은 이번 1분기 성장률 잠정치부터 국민계정 기준연도가 기존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속보치와 잠정치를 비교할 때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연도를 조정한 새 시계열에서 2001∼2023년 연평균 GDP 성장률(3.6%)이 기존 시계열상 성장률(3.5%)보다 0.1%p 높아졌다. 다만 한은은 1분기 성장률 잠정치(1.3%)가 속보치와 같은 수준을 유지한 데 시계열 조정 효과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종별 성장률의 경우 건설업이 5.5%로 가장 높았고, 농림어업이 1.8%로 뒤를 이었다. 운송장비 등을 위주로 제조업도 0.9% 성장했고, 서비스업 역시 도소매·숙박음식업·문화기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0.9% 늘었다.
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직전 분기보다 3.4% 증가했다.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4조 8000억 원에서 7조 7000억 원으로 늘어 명목 GDP 성장률(3.0%)을 웃돌았다. 실질 GNI도 2.4% 늘었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무역손실이 17조 원에서 11조 3000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성장률이 실질 GDP(1.3%)보다 높았다.
이번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에 따라 작년 1인당 GNI도 기존 3만 3745달러에서 3만 6194달러로 늘어나고, 1인당 GNI가 처음 3만 달러를 넘은 시점도 2017년에서 2014년으로 3년이나 앞당겨졌다.
한편 한은은 이번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하면서, 우선 2000∼2023년 시계열에 반영했다. 기준년 개편은 5년마다 이뤄지는데, 이번이 13차 변경이다. 이날 개편으로 경제총조사(2022년 6월 공표), 실측 투입산출표(2024년 4월 공표) 등을 토대로 각 산업의 총산출·부가가치·부문별 최종수요 등이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규모 자체가 커졌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0년의 명목 GDP는 2058조 원으로, 2015년을 기준으로 삼은 기존 시계열상 규모(1941조 원)보다 6%나 늘었다. 2001∼2023년 실질 GDP의 연평균 성장률도 시계열 변경에 따라 3.5%에서 3.6%로 0.1%p 높아졌다. 이 영향으로 브라질·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밀려 13∼14위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던 우리나라 명목 GDP의 세계 순위도 12위 수준으로 반등했다. 체감과 실제와 관계없이 기준년 변경으로 지표가 개선되고, 순위가 상승하는 것으로 무너지는 경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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