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2분기 0% 예상…일부 증권사 마이너스 전망
정부는 1분기 1.3% 성장률에 들떠 연간 전망치 올려
윤 대통령 "코로나 때 빼면 4년여 만에 최고 성장률"
반짝 실적치 부풀리기보다 서민 생활 어려움 살펴야
지난 1분기 '깜짝' 성장률에 정부가 올렸던 환호가 한 분기 만에 성장률 '0%'라는 실망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지난달 5일 발표된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3%로 2년여 만에 가장 높게 나오자 정부는 아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이라는 조건까지 붙여 오랜만에 보는 1%대 성장률을 자찬하기 바빴다.
1%대 성장률이 그렇게까지 환호할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2분기 성장률은 0.0% 혹은 아예 마이너스일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경제성장률은 직전 분기를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1분기 성장률이 높으면 2분기 성장률에는 기저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왜 이토록 호들갑을 떠느냐다. 몇 년만에 보는 고성장이라며 바람을 넣었다가 한 분기 만에 김새는 소리가 국민들을 더 지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기관과 금융연구소들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을 0% 안팎으로 전망했다. 우리은행 산하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7월 금융시장 브리프'는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전분기 대비 0.0%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오는 11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국고채 금리의 하방 압력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2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를 0.0%로 가정했다.
한은은 지난 5월 23일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높이면서, 올해 상반기 성장률을 2.9%로 내다봤다. 이를 지난 1분기 GDP 성장률 1.3%로 역산해 보면, 한은도 2분기 성장률을 0.2%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다른 금융기관과 연구소들의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몇몇 증권사 등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2분기 성장률 전망치가 이처럼 낮게 나오는 것은 1분기 기저효과 때문이다.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로 계산하기 때문에 1분기 수치가 높았던 만큼 2분기는 낮게 나올 요인이 더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2% 중반으로 예상한다면 2분기 성장률은 0% 안팎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1.3%로 나오자 올해 전망치는 기존 2.2%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반도체 경기 호전에 힘입은 수출 회복세에 크게 고무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 또한 전분기 저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기준연도 변경(2015→2020년)에 따른 영향이다. 마치 경제가 급격하게 회복된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 정책 당국의 태도는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3%를 기록했다"며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4년 3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서까지 1분기 수치를 과장하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
여전히 내수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실제로 2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의 2분기 GDP 성장률 속보치 발표는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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