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김건희 문자 거론해 왜 빌미 주나" 비판에

한동훈, 나경원 빠루 들었던 패스트트랙 사건 언급

"나 후보님, 패트 사건 공소 취하해 달라 한 적 있죠?"

나경원 "한동훈 입이 리스크…패트 사건은 사법정의"

조국 "충격 폭로…이러고 공정 정의 운운하며 살았구나"

민주당 "전당대회 치를 게 아니라 나란히 수사 받아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나경원·윤상현·원희룡 당 대표 후보. 2024.7.17 [공동취재]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나경원·윤상현·원희룡 당 대표 후보. 2024.7.17 [공동취재] 연합뉴스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건희 씨의 문자, 한동훈 댓글팀 의혹 등으로 당무개입·국정농단 파문이 일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민의힘 나경원 당대표 후보의 '공소 취하 청탁'(형사사건 부정 청탁)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아니라 '국정농단 경연대회'에 비견할 만하다는 평가다.

17일 오전 <CBS>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선 나경원 후보가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당시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후보에게 취소해달라고 청탁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나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으로부터 사퇴 요구가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한 후보가 이를 "온 천하에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김건희 여사의 (문자) 문제에 관련해서도 당무개입이라고 하고 국정농단이라는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한다"면서 "자꾸 (야당에) 구실을 준다는 점에서 (윤석열) 탄핵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리스크를 높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또 나 후보는 당무개입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 후보가 검사 시절 친박계에 유리하게 공천관리위원장 후보 관련 지시를 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를 당무 개입으로 기소한 전례를 지적했다. 이어 한 후보에게 "(박근혜 씨가) 형사 기소 대상이 맞냐"고 계속해서 캐물었다. 한 후보는 "말장난을 하시네요" "너무 가르치려 하지 마시고요"라며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4.7.17.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2024.7.17. 연합뉴스

나 후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본적인 본인의 책무를 알지 못하고 법무부 장관의 일을 하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이 기각되면서 강서구청장 선거도 졌고, 많은 분들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무죄, 무혐의인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한 적폐 수사 같은 것을 제대로 되게 해라 큰 가르마를 타주는 게 법무부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수사에서 가르마를 타주는 게 법무부 장관의 일이라고 말씀하시는 거냐"면서 "잘못 알고 계신다"고 반박했지만, 나 후보는 "검사들 배치하는 거 다 법무부 장관이 하고, 주요 사건이 제대로 안 된다면 인사권을 행사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식으로 해석을 하면, 법무부 장관은 어떤 사건이 진행이 되든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몰아붙였다.

계속해서 나 후보가 발언을 이어가자, 한 후보도 발끈했다. 그는 "당무 개입이 위험하다고 하던데 탄핵을 제일 많이 말씀하시고 당무 개입을 제일 많이 말씀하신 게 바로 나 후보"라면서 "7월 10일, 나 후보는 페이스북에다가 원희룡 후보 출마 자체만으로도 당무 개입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적 있다. 그거 자체가 본인이 이 프레임을 공표하고 오히려 더 공고하게 하는 것 아닌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 저는 어차피 정책적 얘기에 관여된 거긴 하지만, 나 의원께서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해달라고 부탁하신 적 있으시죠?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제가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요"라면서 "그런 식으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를 들고나오고 있다. 2019.4.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노루발못뽑이(일명 '빠루')를 들고나오고 있다. 2019.4.26.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후보의 갑작스러운 '공소 취하 청탁 '폭로에 나 후보는 당황한 듯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한 후보는 "본인 사건이잖아요"라며 재차 나 후보를 몰아붙였다. 이에 나 후보는 "실질적으로 그것은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궤변을 늘어놨다.

한 후보가 언급한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지정된 신속처리안건 처리를 두고 여야가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일이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가 '빠루'(노루발 못뽑이)를 집어들면서 폭력 국회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검찰은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나 후보를 기소했지만, 재판은 2020년부터 지금까지도 1심 계류 중이다. 그런 와중에 공소 취하를 청탁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야당은 나 후보의 부정 청탁 정황이 드러나자, 즉각 한 목소리로 강도 높게 비판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충격 폭로"라며 "공정과 정의 운운하며 이러고 살았구나"라고 했다. 이어 "나경원의 이런 청탁, 수사 대상"이라며 "한동훈, 당시 이런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라고 했다. 그는 다른 글에선 "검찰, 또 묵언수행에 들어갈 것이다. 그래서 검찰청은 문을 닫고 공소청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공수처 또는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2024년 현재까지 1심 판결도 나지 않았다"며 "한때 판사였던 나 후보가 한 전 법무부 장관에게 공소 취하 청탁을 했던 것처럼, 재판부에 재판 연기 청탁을 했는지도 조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를 향해서도 "미니버스를 보내, 전당대회를 마치고 나오는 국민의힘 대표 후보자들을 바로 소환해 조사하길 바란다"며 "대표 당락과 관계없이, 나 후보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에 위법한 청탁을 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7.17.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2024.7.17. 연합뉴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순히 법 위반을 넘어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며 "당사자가 직접 범죄행위를 증언한 만큼 반드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이라고 썼다. 박 의원은 "불법청탁을 한 나경원 후보, 불법청탁임을 인지하고도 아무 조치 취하지 않는 한동훈 후보 둘다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소권 거래이자, 국정농단. 수사해야"라고 했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나 후보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 운운하지 말고 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이 자행한 공소 취소 청탁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면서 "당무개입, 불법 댓글팀 의혹, 폭력사태를 넘어 이제는 형사사건 청탁이라니, 국민의힘은 선거를 치를 것이 아니라 후보 모두 다같이 손잡고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가 눈을 뜨고 지켜보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음에도 후보들의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진흙탕 개싸움 하던 국민의힘은 △김건희 문자 '당무개입' '국정농단' △한 후보 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 △한동훈-원희룡 지지자들 간의 합동연설회장 폭력 사태에 이어 △'나경원 공소 취하 청탁 파문'까지 겹치면서 더이상 표현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오히려 당당했다. 수사로 이어질 수 있는 대형 폭로임에도 사과는 없었다.

당사자인 나 후보는 청탁이 문제가 되자 페이스북에 "역시 한동훈 후보의 ‘입’이 우리 당 최대 리스크"라며 "한 후보가 입을 열면,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과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썼다. 부정한 청탁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이어 "(한 후보가) 해야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심지어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공소 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과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었다"고 주장했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향해 손으로 'X'를 그리고 있다. 2024.7.15. 연합뉴스
15일 오후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를 향해 손으로 'X'를 그리고 있다. 2024.7.15. 연합뉴스

그는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민주당의 의회 폭주는 2019년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면서부터"라며 "이는 한마디로 좌파의 장기 집권 플랜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온몸으로 막고 저항했다"면서 "한 달에 한 번씩 31번째 재판을 받고 있는데 고달프지 않고, 이 건으로 감옥에 간다고 해도 훈장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공소 취소는 여당 법무부 장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청탁을 합리화했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당내 문제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원희룡 후보는 조국 전 대표, 김승원 의원의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무차별 총기난사"라며 "이러다 다 죽는다"라고 썼다. 그는 합동연설회에서도 "누가 무서워서 한 후보와 말을 섞으려고 하겠나. 탄식이 나올 뿐"이라며 "(한동훈의) 입 리스크"라고 했다. 윤상현 후보도 "우리 스스로 선을 넘는 발언들은 조심해야 하겠다고 느낀다"며 "스스로 자중하고, 까딱 잘못하다가 야당의 공격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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