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표 후보 나경원의 '핵무장 당론화' 촉구
이미 핵무장 주장해 온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무시할 수만 없는 이유들
커지는 위험의 실체를 직시하고 막을 길 찾아야
최고의 안보 '싸울 필요 없는 평화' 반드시 지켜야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당 지도부 선거가 진행 중이다. 보수우파의 분열과 퇴행을 보여주는 이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나경원 의원은 "당 대표가 되면 핵무장을 당론화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큰 한동훈 후보는 좀 다른 입장이긴 하지만 “언제든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역량을 갖추는 데까지는 나아가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의 또 다른 대선 후보들인 오세훈, 유승민, 홍준표 등은 진작부터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미 작년 초에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 모든 것은 불길하고 중대한 신호로 보인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관한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다가 이제 대표적인 보수우파 정치세력의 당론이 될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 핵무장이나 군사 대결적 대외정책을 반대하는 많은 이들은 비판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허락할 리도 없고 국제 사회의 제재를 피할 수 없기에, 한미 동맹이나 국제 관계 속에서 볼 때 실현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평가해 왔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동기와 심정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평가는 다소 섣부르고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위험한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하고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과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누어서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에서 핵(원자력)을 둘러싸고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의 무시할 수 없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핵마피아’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정치권과 공공기관, 학계, 언론계 등을 걸쳐서 강력한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
둘째, 이들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의 ‘탈원전’ 흐름을 중단시키고 윤석열 정부에서 그것을 다시 핵발전의 확대 강화로 뒤집어버린 힘을 보여 준 바 있다. 그리고 핵발전은 핵무장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은 핵발전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으로 핵발전을 이룬 나라들은 거의 대부분 핵무장으로 나아갔다.
셋째, 한국은 이미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로 성장했고, 군사적으로는 그보다 더 상위일 정도인데, 세계 경제 10위권의 국가들은 대부분 핵무장 국가들이다. 경제적 경쟁은 군사적 경쟁과 상호작용하고, 거기서 가장 앞선 나라들은 결국 핵무장으로 나아갔다.
넷째, 이제 한국에서 냉전적이고 군사적 대결을 선호하는 보수우파들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핵무장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주요 정치인들이 그렇고, <조선일보>가 그렇다. 그러다가 이제 나경원 후보가 ‘핵무장을 국민의힘의 당론으로 정하자’라고 나선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들이 가진 힘과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다섯째, 핵무장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여론도 바뀌고 있다. 핵무장을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하는 여론보다 높아지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진보층’에서도 찬성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핵무장을 찬성한다는 응답이 60~70% 정도 나오고 있다. ‘핵마피아’와 보수언론들의 영향으로만 평가 절하할 수 없는 두려운 변화의 흐름이다.
여섯째, 미국의 지배층 내에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방부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는 대신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비록 이런 목소리가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핵무기를 독점한 강대국들의 위선적인 ‘핵확산 방지 체제’는 핵무장 확대를 낳은 실패의 역사이다. 미국과 핵 강대국들은 결국 인도와 파키스탄이나 이스라엘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절대 실현 불가능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무시할 수는 없다는 말이 된다.
물론 지금의 한미 동맹이나 국제 관계 속에서 볼 때 결코 쉽지 않은 수많은 난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점점 커지는 재앙을 반드시 막아내고 반전, 반핵, 평화라는 소중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위험의 실체를 과소평가하기 보다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을 막을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한미일 동맹의 압박과 위협 속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라는 선택이 다시 한국의 독자 핵무장 주장을 낳게 된 결과이다. 이것은 안보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이 왜 해법이 아니고 긴장 고조의 악순환적 상승작용만 일으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여기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그동안 화해와 대화, 평화와 군축을 주장하던 사람들의 태도 변화이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평가받던 진영과 언론, 지식인들 속에서도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라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라는 식의 태도도 볼 수 있다. 반핵과 평화에 대한 이들의 원칙이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보여주지만, 국제적 지정학과 동맹관계의 변화 등이 이것을 추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대선 캠프에도 있었고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등을 지냈던 서울대 이근 교수이다. 이근 교수는 1년 반 전에 페이스북에 “전술핵 도입에서 시작하여 결국 자체 핵무장까지 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후에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인 <얼룩소>가 거듭 적극 소개하고 있는 이근 교수의 주장은 이런 내용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도전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핵 공격의 가능성을 계속 흘리고 있다. 이 시나리오를 중국이 타이완에 적용할 수 있고,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미국의 약속은 깨지고 있다. 핵무장이 금기였던 이유는 미국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북한이 그들과 동맹을 강화하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핵무장은 타당한 명분을 갖게 된다. 이것은 전략적 사고를 통해 도출되는 논리적 결론이다.’
최근에 국민의힘 지도부 선거에서 핵무장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자 <얼룩소>와 천관율 에디터는 다시 이근 교수를 인터뷰해서 이런 주장을 소개하며 고민과 논의를 제안하고 있다. 이것은 언뜻 보면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처럼 보이고, ‘지정학적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라고 정당화된다.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뒤집어서 북한이 1990년대 초반의 냉전 해체 이후 핵무장으로 나아가던 시기의 논리와 관점에 대입해 보자.
‘미국과 서방에 의해서 냉전 시대의 국제질서가 해체되고 있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불량국가에 대한 핵 선제공격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를 미국이 북한에 적용할 수 있고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소련의 약속은 사라졌다. 핵무장이 금기였던 이유는 소련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이 노골적으로 냉전 질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고 한국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핵무장은 타당한 명분을 갖게 된다. 이것은 전략적 사고를 통해 도출되는 논리적 결론이다.’
어떤가? 이것은 일종의 패러디이지만, 길고 복잡한 이야기보다 근본적으로 뒤집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해 준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이제 일본도 핵무장을 할 것이다. 원래도 불안했던 동북아는 이제 ‘핵으로 무장한 화약고’가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듯이 ‘3차 세계대전에서 인류가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4차 세계대전에서는 돌멩이와 막대기를 들고 싸울 것이 분명하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야말로 어렵지만 가장 튼튼한 안보”(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는 말을 절대 잊지도 포기하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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