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미래를 건 과학기술 기반의 혁신 경쟁

화웨이 연구개발비 매출 2배인 삼성보다 많아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

중국과 달리 R&D 예산 왕창 깎아버린 한국

지난 5일 상하이 황푸구에 있는 화웨이 매장 앞 거리 모습. 2024.6.5. AFP 연합뉴스
지난 5일 상하이 황푸구에 있는 화웨이 매장 앞 거리 모습. 2024.6.5. AFP 연합뉴스

“중국 공산당과 미국의 안보 매파들(security hawks)이 동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혁신(innovation)이 지정학적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게 해 주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이 자국의 미국 추월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수출 통제와 제재를 뒤섞어 가며 중국이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중국 과학의 급부상이 얼마나 걱정스러운가?’(How worrying is the rapid rise of Chinese science?)라는 글의 도입부분이다.

중국과 달리 R&D 예산 왕창 깎아버린 윤 정부

가열되고 있는 미국-중국의 ‘과학기술 전쟁’에 관해 써 온 이 잡지의 최근 몇 차례 연속 기사들 중의 하나인 이 글 서두를 보면서, 올해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을 2023년 예산에서 4조6천억 원 가량(14.7%)을 줄인 26조 5천억 원으로 편성했다는 윤석열 정부 발표를 다시 떠올렸다. 1991년 이후 33년 만의 첫 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발표하면서 ‘과학계 카르텔’ 등을 삭감 이유인 듯 언급했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불과 얼마 뒤 4.10 총선 1주일을 앞두고 대통령실은 내년도 연구개발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겠다는 ‘공약’을 내 놓아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좌절감만 안겼다. 정책의 일관성도, 그것을 뒷받침할 정세 판단과 문제의식도 없고 정치적 득실계산에만 재빠르다는 걸 스스로 드러낸 듯한 좌충우돌이었다.

 

6월 13일 스페인 산탄데르의 자동차 쇼룸에 중국 국영 자동차 제조사 SAIC의 브랜드인 MG-4 EV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2024.6.13. 로이터 연합뉴스
6월 13일 스페인 산탄데르의 자동차 쇼룸에 중국 국영 자동차 제조사 SAIC의 브랜드인 MG-4 EV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 2024.6.13. 로이터 연합뉴스

과학기술 강국 중국

<이코노미스트>의 글은 ‘권위주의적인 중국’이 과학기술의 최전선에 가까워지고 있는 현실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것을 막을 순 없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미국이 기술 복제와 탈취도 마다지 않는 중국의 국가 주도 과학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그와 유사한 대응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미국 자신의 강점인 개방성과 시장 메커니즘 활용을 더욱 진작시키는데 신경 쓰라고 권유한다. 그 이유는 중국의 급속한 과학기술 대두를 막으려는 지금까지의 미국 대응, 즉 집요한 제재와 수출통제 공세들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이 중국의 과학기술 발전과 자립을 촉진시켰기 때문이다. 중국의 과학기술이 전반적으로 여전히 구미보다 다소 뒤처져 있기는 하나, 중국은 이미 “과학기술 강국”이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특히 화학, 물리학, 재료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의 해당 분야 과학자들보다 권위 있는 학술지에 더 많은 논문을 기고하고 있으며, 인용도가 높은 논문을 더 많이 생산한다.(‘중국은 과학 초강대국이 됐다’ China has become a scientific superpower <이코노미스트> 6월 12일)

 

2022년 미국(분홍색 점), 유럽연합(파란색), 중국(빨간색) 연구자들의 분야별 고평가 논문발표 비율. 재료과학, 화학, 엔지니어링, 컴퓨터 과학, 환경 생태, 농학, 물리학, 수학 분야에선 중국 연구자들 논문이 압도적 다수다.   이코노미스트

화웨이 연구개발비 삼성보다 많아

칭화(청화)대와 저장(절강)대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만큼의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슈퍼 컴퓨터와 초고에너지 검출기에서부터 극저온 전자현미경에 이르기까지 가장 진보된 키트들이 중국의 실험실들에 갖춰져 있다.

그리고 중국은 풍부한 인재도 확보하고 있다. 서방에서 공부하거나 일했던 많은 연구자들이 중국으로 돌아갔고,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AI) 연구자들 중 자국에서 첫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미국에서 취득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을 정도로 중국 자체의 고급 과학기술자 훈련체계도 갖추고 있다.

상업적 혁신에서도 중국은 관련 분야에서 성공하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첨단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제재와 수출통제로 죽어가는 듯했던 통신 대기업 화웨이는 다시 살아나 흑자를 기록하면서 서방의 기술 의존에서 급속히 벗어나고 있다. 화웨이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미국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3분의 1 정도지만, 연구개발비는 이들과 비슷하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약 1000억 달러로, 미국의 기술기업 오라클의 2배에 이른다. 이는 삼성의 절반 정도지만, 연구개발(R&D) 예산은 삼성보다 많다.

2023년 R&D 예산이 230억 달러를 초과한 것은 미국 최대 기술기업인 알파벳(구글의 모기업)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뿐이었다. 그 바로 아래에 화웨이와 삼성이 자리잡고 있다.(‘미국의 화웨이 암살 시도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America’s assassination attempt on Huawei is backfiring <이코노미스트> 6월 13일)

 

세계 주요 기업들의 2023년 연구개발비. 아마존 등 상위 5개의 미국기업들 다음 6위가 화웨이, 7위 삼성.  이코노미스트 촬영 
세계 주요 기업들의 2023년 연구개발비. 아마존 등 상위 5개의 미국기업들 다음 6위가 화웨이, 7위 삼성.  이코노미스트 촬영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

그러나 중국은 아직 지배적인 기술 강국은 아니다. 화웨이 연구비 지출의 대부분을 여전히 국가가 강력하게 통제 조정하고 있다. 중국의 혁신은 아직도 비효율적인 면이 많으며, 다수의 대학들은 고만고만한 연구물들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등 서방을 따라잡으려는 시진핑 체제는 그런 비효율성을 감수하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파산상태의 부동산 개발과 얼어붙은 국내 소비, 인구 감소가 예고하는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을 돌파하기 위한 것인지, 중국은 ‘과잉생산’ ‘과잉수출’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을 감수하며 중국산 대량 ‘밀어내기’에 ‘올인’하고 있는 듯하다. 이제 과거와 같은 ‘저가 공세’만으로는 불가능한 현실에서 시진핑 체제는 고도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의 전면적 ‘업그레이드’에서 그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여전히 손실까지 감수하는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 도발적인 전략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미국 등 서방을 한층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여전히 칩 제조 분야에서 서방에 비해 몇 년 뒤처져 있다.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비용을 증가시켰고 의도했던 대로 수천 개 기업의 AI 활용을 지연시켰다. 허블(화웨이의 투자전문 자회사)의 투자는 아직 서구의 리소그래피(웨이퍼에 초미세 설계 회선을 그려넣는 공정) 기계 및 기타 구성 요소들을 대체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미국이 처음 (중국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을 때 화웨이가 걱정거리였다면, 지금은 그것이 더 커졌다.”(<이코노미스트> 6월 13일)

 

미국(분홍), 유럽연합(파랑), 중국(빨강) 연구자들의 고평가 논문 발표 비율 추이.2020년대 들어 중국 연구자들 비율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그것을 추월했다.  이코노미스트
미국(분홍), 유럽연합(파랑), 중국(빨강) 연구자들의 고평가 논문 발표 비율 추이.2020년대 들어 중국 연구자들 비율이 미국과 유럽연합의 그것을 추월했다.  이코노미스트

미국의 화웨이 ‘암살’ 시도와 역효과

미국이 화웨이를 공격하기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2012년 미국은 중국군 출신의 런정페이가 1987년 선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창업한 통신장비 제조판매회사 화웨이가 자사 제품에 몰래 내장시킨 ‘백도어’를 통해 중국정부에 사용자의 정보를 제공하는 ‘간첩행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런정페이의 딸이 미국의 이란 제재 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해 기소했다.

그럼에도 2020년까지 화웨이는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됐고, 3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모바일 네트워크 장비의 선두 공급업체가 됐다.

그 무렵 미국은 화웨이와 대다수 미국기업들의 거래를 금지했다. 제3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을 사용한 칩이나 장비들을 화웨이에 판매할 수 없게 막고 휴대폰과 관련한 화웨이 장비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난타당한 화웨이는 반도체 칩 부족으로 주력이었던 스마트폰 브랜드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 12개국이 넘는 선발국들이 5G 계약에서 화웨이를 제외했다. 2021년 화웨이의 수익은 30%가 감소했다. 2022년 순이익은 70%나 줄었다. 미국은 올해 5월에도 인텔과 퀄컴이 노트북용 화웨이 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특별허가를 취소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다시 번창하고 있다. 미국의 대대적인 공격은 화웨이 제국을 잠시 흔들었을 뿐이다. 올해 1분기 화웨이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4% 증가한 197억 위안(약 27억 달러)을 기록했다. 휴대폰 사업에도 다시 진출했으며, 통신장비 매출 역시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는 자사 제품이 도입한 외국기술을 중국에서 생산한 부품 및 프로그램으로 대체함으로써 이룬 것으로, 앞으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적대적 조치에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미국의 공격은 결과적으로 화웨이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이익은 약 123억 달러로 미국 통신그룹인 시스코 시스템즈와 맞먹는 수준이며, 모바일 네트워크 사업의 주요 경쟁사인 에릭슨과 노키아의 이익보다 훨씬 더 많다. 에릭슨과 노키아는 직원을 해고하고 있지만, 화웨이의 직원수는 늘어, 지금이 2021년보다 1만 2000명이나 더 많다. 화웨이의 주력사업은 여전히 통신 네트워크 장비로, 지난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 팀을 구성해 항만에서 탄광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를 재연결하고 간소화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시스코 시스템즈, 지멘스, 허니웰 같은 서구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컨슈머(소비자) 사업부는 5G로 연결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기기를 만든다. 다시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시작했지만, 시계, 텔레비전, 전기자동차 제어 시스템도 만든다. 소비자 기기 매출은 주로 새로운 스마트폰 판매 덕에 약 17% 늘었다.

수익의 10분의 1은 클라우드 컴퓨팅이 차지하는데, 지난해에 매출이 22% 증가했다.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한 또 다른 분야는 태양광 패널에서 생성된 직류 전기를 그리드(송전망)를 통해 흐르는 교류 전기로 바꾸는 EV(전기자동차) 충전 네트워크, 광전지 인버터 등의 에너지 분야다.

 

애플(분홍)과 화웨이(빨강)의 스마트폰 판매 비율 추이.  이코노미스트

화웨이의 생존전략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의 사업은 중국에 더욱 집중되었다. 현재 해외 매출은 전체의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2017년의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또 정치적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혁신에 더 집중해야 했다.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인 약 11만 4000명이 R&D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이 빼앗은 구성요소나 소프트웨어를 내부적으로 대체할 제품을 개발하려다 보니 조직이 더욱 수직적으로 통합됐다는 점이다.

현재 및 잠재적인 미래의 미국 제재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웨이는 자사 제품과 내부 시스템에서 미국 지적재산권(IP)을 대체할 제품을 체계적으로 추구해 왔다. 런정페이는 화웨이가 1만3000개의 외국산 부품을 중국산 부품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미국의 제재는 화웨이가 이 임무에 집중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의심할 여지 없이 화웨이가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러나 제재 조치는 화웨이 자체 IP의 급속한 개발을 촉진하고 새로운 사업 분야로 다각화하도록 채찍질했다. 예를 들어, 중국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대부분 외국 기업에서 구입해 온 적합한 칩들을 개발함으로써 스마트폰 제조와 판매를 되살릴 수 있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서구와의 완전한 단절에 필요한 부품과 도구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한다. 화웨이가 사용하고 있는 일부 자체 생산 칩은 외국 칩보다 가격이 몇 배 더 비싸고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화웨이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제재를 피해 부활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중국정부와 목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민간 기업으로서, 화웨이는 중국이 혁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되고 있다고 본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 9월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플러스' 부품 중 약 70%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2024년 첫 3개월 동안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을 15.5% 확보했다. 이는 2023년 같은 기간의 약 9%에서 상승한 것으로, 애플과 동등한 수준이다. 화웨이와 협력해 온 국영 파운드리 업체 SMIC가 만든 칩을 사용한다.

 

2015년도 구매력평가기준 미국(오른쪽)과 중국의 대학 및 정부 연구비 지출 비교. 빨간색은 응용연구와 실험개발, 분홍색은 기초연구. 중국의 연구비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투자전문 자회사 ‘허블’

미국이 첫 번째 수출 제한을 발표한 것과 거의 동시에 화웨이는 허블(Hubble)이라는 투자전문 자회사를 창설했다. 그 이후로 최소 107건의 투자를 했다. 허블의 전략은 화웨이의 외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수십 개의 공급업체에 대한 소액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리소그래피 기계의 경우, 시안에 본부를 둔 포커스라이트 테크놀로지는 리소그래피 분야의 세계적 선두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과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칩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에 레이저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다. 허블은 2020년에 여기에 투자했다. 회로가 인쇄되는 재료의 결함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은 레이저 공급망 내에서 이 특정 기능에 대한 외국 독점을 종식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허블의 현금을 받은 또 다른 기업인 쑤저우(소주) 에버브라이트 포토닉스는 5G 장비부터 전력망까지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새로운 유형의 고성능 반도체인 질화갈륨 칩을 위한 중국 최대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노광 공정에서 칩 표면에 패턴을 형성하는 데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시장은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지만, 허블의 포트폴리오 기업 중 쉬저우(서주) 비앤씨(B&C) 케미컬이 이 틈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투자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리소그래피 장비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화웨이가 ASML만이 생산하는 업계 최첨단 기술인 심자외선 리소그래피 기계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허블의 활동은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은 동맹국들에게 첨단 리소그래피 기계를 계속 작동시키기 위한 대중국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해 왔다. 허블의 투자 중 일부는 화웨이가 만든 시스템과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구성요소를 서비스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구축하는데 투입되고 있다.

EV와 그린 에너지 시스템에 주로 사용되는 탄화규소(SiC) 칩은 오랫동안 독일 인피니온이 장악해 왔으나, 화웨이가 EV와 에너지 관리를 위한 기술 제공 쪽에 접근하자 허블은 SiC 칩 재료를 생산하는 4개 이상의 중국회사에 투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전무 상태였던 SiC 웨이퍼 시장의 32%를 이들 회사가 차지했다.

운영체제(OS) 등 소프트웨어의 탈서방 독립

훨씬 더 큰 장애물은 가전제품의 운영 체제(OS)였다. 화웨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구축했다. 안드로이드(Android)와 안드로이드에서 실행되는 방대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에 대한 액세스 상실이 화웨이가 스마트폰 사업 대부분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 중의 하나였다.

2012년부터 화웨이는 시계 및 기타 장치용 OS인 하모니(Harmony)를 개발해 왔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이 하모니도 휴대폰에 통합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모델의 인기 덕에 개발자는 하모니에서 실행되는 더 많은 앱을 만들게 되었다. 현재 버전의 OS는 당분간 안드로이드 앱이 호환되도록 만들기 위해 오픈 소스 안드로이드 코드로 구축되었다. 이는 시계, TV, 차량 시스템을 포함한 화웨이의 모든 소비자 제품에 사용되도록 설계돼 여러 장치에 걸쳐 기능을 통합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용자가 7억 명, 개발자는 220만 명이라고 한다.

하모니의 다음 버전에서는 모든 안드로이드 연결 코드가 삭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안드로이드 앱은 더 이상 화웨이 휴대폰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OS용 ‘기본’ 앱이 아직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비즈니스에 해로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또한 OS가 서구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모니는 안드로이드 및 애플 iOS의 경쟁자가 될 것이다. 이는 화웨이가 원래 소프트웨어에 대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야심찬 결과다.

미국의 제재로 인한 매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화웨이는 사업을 다각화했다. 예전에는 국제적인 초점을 네트워크 장비 판매에 맞췄지만, 이제는 클라우드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실행하는 소프트웨어를 아프리카,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 기업으로 판매하는 쪽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미디어 그룹인 클라린은 지난 5월 화웨이 행사에서 자사가 쓰고 있는 값비싼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화웨이가 제공하는 가우스(Gauss)로 교체하고 있다고 밝혔다. 2년 전만 해도 이런 전환은 다른 서방 소프트웨어와 호환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정밀 검사를 통해 이런 결함을 대부분 해결했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화웨이가 자체 운영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AI 칩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칩에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아이플라이테크라는 중국 음성 인식 회사는 최근 자사의 모델과 기술이 전적으로 화웨이의 AI 칩에서 실행된다고 밝혔다. 이는 서구로부터 '공급망 독립'을 갖춘 중국 최초의 고유 AI 시스템을 대표한다. 이는 화웨이가 다른 회사를 위해 구축한 최초의 AI 생태계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중국 공산당에 잘 어울린다. 화웨이의 가장 큰 고객인 국가는 다른 방식으로도 화웨이를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화웨이와 함께 보조금을 지급하고 투자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사와 정부는 모두 포커스라이트, 에버브라이트 포토닉스, 쉬저우 비앤씨 케미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화웨이와 국가의 관계를 오해해선 안 된다고 <이코노미스트> 기사는 주장한다. “회사는 정부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공급망을 현지화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화웨이를 비롯한 많은 중국 기업들에게 자급자족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기 때문에 상업적 필수 요소가 되었다. 투자 결정은 시장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전적으로 국가 정책에 기초하여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부진한 국영기업들과 구분된다.”

지난 10년 동안 화웨이가 경험한 성공 수준에 근접한 국영기업은 없었다. 반도체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간섭은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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