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국의 아시아 통신 인프라 지배
중국, 아시아 다수 국 클라우드 클러스트 지배
안보, 첩보활동과 얽혀 있는 디지털 사업 경쟁
의구심 커가는 아시아 데이터센터들 안전문제
중국의 다지털 데이터 ‘비대칭적 지배’ 전략
약소국일수록 더 취약한 디지털 데이터 도청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동남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거대한 인터넷 데이터센터 붐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디지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해 왔지만, 이 디지털 전쟁에서는 뒤처질 위험을 안고 있다.
중국 도전에 직면한 미국의 아시아 통신 인프라 지배
경쟁은 인터넷의 물리적 토대인 데이터센터, 해저 광케이블과 전선망을 누가 통제하고 소유하느냐를 두고 벌어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 지역의 통신 인프라는 미국이 지배해 왔으나, 지금은 그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지적 재산을 평가하는 맥시밀리언 메이어와 옌치 루의 ‘디지털 의존성’ 종합지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의 기술적 자립도가 크게 향상됐다.
싱가포르와의 국경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말레이시아의 조호르에는 이들 두 거대 경쟁국들의 관련 인프라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곳 미국 데이터센터 연결 허브인 에퀴닉스가 있는 곳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중국 거대 테크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지정업체’인 중국 최대의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GDS의 시설들이 눈에 들어 온다. 아시아에서 이들 대국들의 영향력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 아시아 12개 국 중 7개 국 클라우드 클러스트 지배
<이코노미스트>의 지난 8일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의 대형 인터넷 클라우드 기업들 중에서 중국의 기업들은 미국이 “주요 비(非)나토(NATO) 동맹국”이라며 중시하는 태국과 필리핀의 모든 클라우드 컴퓨팅 클러스트들을 통제하고 있다. 조사대상인 12개 아시아 국가들 중 7개 국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클러스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일본 호주 인도는 미국 시스템에 의존
이에 반해 호주와 인도, 한국은 미국이 운영하는 시스템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크게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알리바바는 아시아 8개 국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1년 이후 아시아에는 중대형 데이터센터들이 500개 이상 들어섰고, 내년에 270개가 추가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들을 작동시키는 서버들에 대한 지출이 올해에만 32% 늘어날 것이라고 컨설턴트 업체 가트너는 예상했다. 아시아의 모바일 트래픽은 2030년까지 4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내다본다. AI(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들을 위한 새로운 컴퓨팅의 필요 때문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더욱 늘었다.
안보 및 첩보활동과 얽혀 있는 디지털 사업 경쟁
경쟁은 상업적 요구들이 안보문제와 쉽게 분리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치열해진다. 중국의 계획부(planning ministry)는 데이터를 토지, 노동, 자본과 함께 4대 “생산 요소”로 간주한다. 인터넷 초창기 사용자들은 데이터가 탈중심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유통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유통 체증을 없애 인터넷 기업들의 비용을 줄여 주는 ‘인터넷 익스체인지 포인트’(IXPs)와 데이터센터, 해저 광케이블, 통신회사 등 4개의 관문들이 있다. 이 모두가 첩보활동에 취약하다. 해저 케이블 도청은 냉전 시기 이래로 비밀요원들이 구사해 온 일반적 수법이다. 데이터 도착역은 데이터 가로채기의 허브가 되고, 인프라에는 백도어가 설치될 수 있다.
의구심 커가는 아시아 데이터센터들의 안전문제
미국정부는 중국이 IXP 분야에 진출하면 트래픽 라우팅이 오도될 수 있고, 따라서 트래픽에 대한 접근이나 조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IXP를 통해 흘러가는 데이터를 암호화하더라도 메타 데이터가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생각한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데이터센터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019년에 파푸아뉴기니는 중국의 지원으로 포트 모레스비에 세워진 데이터센터에서 정부 데이터를 가로채기 쉽게 노출시키는 결함있는 암호화 수법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국 기업들에 동맹국과 적국 감시 강요하는 미국과 중국
각국 정부들은 자국기업들에 데이터를 제공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 에이브러햄 뉴먼과 헨리 패럴 공저 <지하제국>이 보여 주듯이 미국 정보기관은 AT&T와 같은 자국 클라우드 기업과 회사들에게 동맹국과 적국들에 대한 감시를 강요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테크 기업들과 국가 그리고 공산당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다. 중국의 법률은 국가에게 데이터를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 권한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데이터라면 중국은 얘기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높은 시장 점유율에는 중국정부의 계획이 일부 반영돼 있다. 일대일로의 일환인 디지털 실크로드 전략에는 중국의 인프라 구축과 데이터 거버넌스 재편 시도가 결합돼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싼 값에 제공하는 이점도 갖고 있다. 2023년 이후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3번이나 가격을 인하했다. 화웨이 또한 고객을 빼앗기 위한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다지털 데이터 ‘비대칭적 지배’ 전략
전선망, 서버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가치들도 아시아의 디지털 붐에 반영되고 있다. 중국은 국내외에서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면서 세계 기술표준화 기구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왔다. 통제력 확보에 민감한 베트남 같은 나라들은 중국의 엄격한 데이터 현지화 법률들에서 영감을 얻어왔다. 그 법률들은 중국에서 생산된 데이터들을 중국 내에 남아 있게 하면서 외부로의 유출은 줄인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애플과 테슬라 등의 미국 기업들로부터 중국관련 데이터들을 빼앗아 냈다. 이 분야 연구자들인 에밀리 데라 브뤼에르와 나단 피카르시치는 중국이 외부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자국 데이터 인프라를 타국에 심는 ‘비대칭적 지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응 전략
중국의 디지털 영향력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첨단기술 칩들에 대한 미국의 규제는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야망을 저지할 수 있다. 미국 당국은 몇몇 태평양 횡단 케이블 프로젝트들이 홍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필리핀과 같은 우호국들로 가도록 노선을 변경했다. 2022년 보조금과 제재 위협을 통해 미국은 화웨이의 자회사 HMN 데크가 동남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대형 케이블 네트워크를 운영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지난 15년 간 미국과 중국을 바로 연결하는 케이블은 하나를 빼고는 없어졌다고 케이블 건설회사 OMS 그룹의 리처드 선은 썼다.
일부 미국 동맹국들도 중국의 디지털 확장에 반대해 왔다. 일본과 호주는 자국 주권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중국 기업들을 단속했다. 두 나라는 중국 화웨이와 ZTE의 5G 인프라를 금지했다. 지난 9월 일본과 호주는 태평양 도서국들에 다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합동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태평양 지역에서 대만의 가장 강력한 지지국인 투바루의 총리는 중국의 사이버 압박을 걱정하고 있다. 인도는 아예 수백개의 중국 앱들을 금지하고, 알리바바와 샤오미 같은 핸드폰 제조업체들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 몇 개를 조사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올해 인도와 호주에 있는 데이터센터들을 폐쇄했다. 일부 미국 관리들은 아시아에서 일부 중국 기술들의 퇴출을 보장해 주는 대신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 기술 및 표준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해 주는 새로운 디지털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싶어한다.
약소국일수록 더 취약한 디지털 데이터 도청
그때까지 많은 나라들이 양다리를 걸치기(헤지)를 할 것이다. 중국 디지털 인프라의 위험에 대한 호소는 그들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중국이 스파이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모든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 말레이시아의 한 관리는 화웨이 장비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모든 것은 리스크(위험)”라고 말했다. 그런 헤지 전략은 실수하는 것일 수 있다. 약한 국가일수록 특히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중국의 해커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정부 사이트에 침투했고 말레이시아와 태국에서 위구르인 여행자들에 대한 첩보수집을 위해 통신을 도청했다. 적어도 하나의 대형 통신 네트워크가 중국 화웨이의 5G로 작동되는 필리핀에서는 안쓰럽게도 도청 등을 막기 위한 사이버 방위국에 돈이 없다. 아시아에서 디지털 구축이 가속화하면서, 알게 모르게 국가들의 이해가 그들의 케이블과 데이터센터들에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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