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호처장·경호원 등 경찰 국수본 고발
“신체·표현의 자유 억압한 심각한 폭력행위”
“과잉 경호와 윤석열 독선에 경종 울리길”
“윗선개입·부실수사 있다면 책임 물을 것”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위 수여식 축사 도중 졸업생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강압적으로 끌려나간 사건(이번엔 카이스트 졸업생 …대통령 축사 중 외침 '입틀막')과 관련, 카이스트 동문들이 경찰에 고발했다. 카이스트 동문은 사건 직후인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과학 대통령 아닌 가학 대통령”…카이스트 동문들 분노)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실은 사건 발생 이후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엔 묵묵부답이다.
카이스트 동문 20여 명은 20일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 파견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폭행, 감금 등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대통령경호처 직원에 의해 졸업식에서 끌려나간 졸업생 신민기 씨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경호원들에게) 구두 경고 같은 건 전혀 들은 게 없었고, 제가 일어나고 거의 동시에 피켓을 빼앗기고 입을 막으려고 시도를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며 “그 이후에 행사장 근처에 있는 별실로 이동을 시켜서 대기를 시켜서 못 나가게 했기 때문에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경호원들의 과잉 대응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지만 무마됐다.
카이스트 산업경영학과 96학번인 전남대 주시형 산업공학과 교수는 고발장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경호처의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국가기관에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고 과잉 행사해서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폭력 행위이며 형사상 특수폭행이나 독직폭행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대통령경호처는 지난번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입을 막고 행사장에서 강제로 퇴장시켜 사회각계의 지탄을 받은 바 있으며 김진표 국회의장 또한 경호원의 과도한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동일 유사한 폭력행사가 대통령 면전에서 반복됐다”면서 “대통령은 학위 수여식에서 발생한 경호처 직원의 집단 폭행사건에 대해서 현장에 있었던 최고책임자로서 공개 사과하고,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자를 문책하고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18학번 졸업생 김신엽 씨는 “‘너희 랩(연구실)은 예산이 얼마 깎였어’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사말이 됐고, 어떤 친구는 기존에 하던 연구가 사실상 중단됐다. 아직 학부생인 후배들에게서도 불투명해진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읽힌다. 이런 와중에 모교 졸업식에서의 사태를 보며 참담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면서 “헌법을 수호할 대통령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나아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게 마땅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와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과학계를 약탈적 ‘이권 카르텔’로 몰아세우며 일방적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했다”고 말했다. 김 씨 “오늘 카이스트 동문이 접수한 고발장이 경호처의 폭압적 과잉경호와 윤 대통령의 독선에 경종을 울리기 바란다”며 “졸업식 주인공이어야 했던 카이스트 졸업생 강제 연행에 대해 책임자를 처벌받고 윤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발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발대리인인 김동하 변호사(더불어민주당 평택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민주적인 정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주의 국가라면 대통령 정책에 항의하고 소리치는 건 당연한 국민의 권리”라며 “이 사건 범죄는 피해자가 대통령을 위해할 어떠한 의사나 도구도 없이 단지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기 위해 잠시 소리친 행위에 대해 국가권력을 동원해 과도하게 제압하고 폭행한 국가폭력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에서 보듯 과연 수사기관이 이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 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 경호처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고발을 진행하게 됐다”며 “시민에 대한 국가 폭력에 관해 끝까지 책임추궁할 것이고, 만약 수사과정에서 윗선 개입이나 부실 수사가 진행될 경우 향후 이점에 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01학번인 민주당 김혜민 광명을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카이스트 동문들은 연구과제 존폐와 연구원 생계가 걸려 있어서 무언의 ‘입틀막’(입을 틀어 막음)을 당해왔다. 이번 졸업식 사건을 계기로 동문들이 뭉쳐나가고 있다. 더이상 가만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많은 동문들이 고발장을 제출하고 싶다고 연락하고 있고, R&D 삭감 복원,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문에 대해서 하루 만에 수백 명이 지지 성명에 동참했으며 재학생, 동문, 교수, 직원, 학부모까지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모든 상황들은 윤 대통령이 소통이 전혀 없고 불통인 상황에서 시작됐다. R&D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는 결심에서 비롯됐다”며 “이번 사건 계기로 동문들이 반드시 힘을 합쳐서 R&D 예산을 복원하고 대통령실 경호처장 경질을 이뤄내고 대통령의 사과를 받도록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동문과 재학생, 연구원 등은 사건 발생 이후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R&D 예산 복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카이스트 동문들은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은 ‘과학 대통령’이라고 하지만 사실 ‘과학 대통령’이 아니라 ‘가학 대통령’이다. 국민을 가학하고 있다”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은 윤석열 독재 정권 끝장내야 할 때”라고 했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 19일 “입을 틀어막히며 밖으로 끌려 나가는 장면을 본 학생들은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며 과도한 대응에 유감을 표했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청년 연구자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아도 연구 현장의 분노를 가릴 수는 없다”며 “조삼모사식 지원으로 학생 연구원 우롱하지 말고 연구개발 예산 회복하라”고 했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인권센터에 따르면 카이스트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직원 등 4456명이 연대 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관련기사
- '입틀막 정권'은 선거로 심판, '입틀막 언론'은 어쩌나
- “과학 대통령 아닌 가학 대통령”…카이스트 동문들 분노
- 이번엔 카이스트 졸업생…대통령 축사 중 외침 ‘입틀막’
- 대통령실 경호처 '과잉 대응' 한두 번이 아니다
- 강성희 향해 '스매싱'한 남성은 김용현 경호처장
- "감히 어디라고?" 대통령실 과잉 경호·거짓 해명
- 윤석열 경호원들, 야당 국회의원 입 틀어막고 끌어내
- SNS에서 퍼지고 있는 '입틀막' 저항운동
- [이래서 정권심판 ⑪] R&D 예산 ‘싹둑’…미래가 없어진 나라
- 미국의 화웨이 암살 시도가 되레 화웨이를 살렸다
- 제2 차지철·박종규 떠오르는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