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지 말고 R&D예산 복원하십시오” 절규
졸업복 위장한 경호원들이 팔다리 들고 끌어내
민주당 “ R&D 우려 과학계 목소리 틀어막은 것”
진보당 “끌어내려진 국민과 함께 대통령 끌어내릴 것”
16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졸업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예산을 복원하라”고 항의한 졸업생이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팔다리가 들려 강제로 끌려나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열린 2024년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며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다. 마음껏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와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힘껏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축사에 졸업복을 입은 학생이 “R&D 예산 복원하십시오,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 복원하십시오”라고 외쳤고, 졸업복으로 위장한 경호원과 양복 입은 경호원 여러 명이 순식간에 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엎어뜨린 뒤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밖으로 끌고 나갔다.
정부는 올해 국가 R&D 예산을 전년 대비 15%(4조 6000억 원) 가량 삭감한 26조 5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로 인해 이공계 학생들이 받던 연구비가 삭감되고 중소기업과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수년간 추진한 연구과제가 중단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인재 유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경호처 대응이 문제가 되자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의 강압적인 현장 조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8일엔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경호원들에게 입이 틀어막히고 팔다리가 들려 끌려나갔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해 4월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경호원들이 전단지를 돌린 한국계 하버드대 학생을 행사장밖으로 쫓아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생이 돌린 전단지에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 발언을 비판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야당은 즉각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근접거리도 아닌 멀리서 대통령을 향한 의사표시의 외침조차 한시도 참을 수 없었냐”며 “윤 대통령은 정녕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 대통령’이 되기로 작정한 것이 틀림없다”고 힐난했다.
서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R&D예산 삭감에 대한 과학계의 목소리를 입을 틀어막아 내쫓은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제발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홍희진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의견을 가진 모든 국민을 끌어내 버려도 되는 사람 취급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국민을 다 치워버리는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권의 끝이 머지않아 보인다”며 “진보당은 끌려나가는 국민과 함께 이제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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