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SW, 카메라 밖에 없는" 액트지오
실패 시추공 거울삼아 유망구조 점 찍은 듯
"경제성 있는 누적 탄화수소 못 찾아 리스크"
"20% 확률, 정확한 것은 시추해봐야 안다"
정부, 일부 검증 했다는데…증거 없고 말뿐
"포항 영일만 앞바다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 매장 가능성…국민께 보고"
지난 3일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브리핑 제목이다. 석유·가스가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한다는 대통령 브리핑은 확신에 가득 찼지만, 물리 탐사를 했다는 액트지오(ACT-Geo) 발표 내용은 확신보다는 모든 건 가능성뿐이라는 사실만 입증한 것으로 보인다. 액트지오는 석유·가스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줄 상당량의 탄화수소를 찾지 못한 것은 '리스크(Risk·위험)'라고 했다.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밖에는 남아 있지가 않다"는 액트지오의 발표는, 대통령이 일부 가능성만 보고 설익은 발표를 한 것 아닌지 의심만 키운 대목이었다.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존에 있었던 3개 시추공이 왜 실패했는지, 그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평가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7개의 유망구조(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질 구조)를 도출했다"고 말했다. 아브레우 고문이 언급한 3개 시추공은 2012년, 2015년 호주 우드사이드(Woodside)와 한국석유공사가 공동 시추한 주작 시추공과 홍게 시추공, 2021년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시추한 방어 시추공을 의미한다. 아브레우 고문과 석유공사 설명을 종합하면, 액트지오는 과거 시추공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번에 7개 유망구조(대왕고래)를 도출했다.
다만 아브레우 고문은 "탄화수소가 누적되고 쌓이기 위해서 필요한 암석의 속성들이 굉장히 양호한 상태로 드러났다"면서도 "상당한 규모의 경제성 있는 탄화수소가 누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직 찾지 못했다. 이것은 '리스크'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시추하는 것밖에는 남아 있지가 않다"며 "저희가 도출해 낸 이 유망구조의 석유와 가스의 잠재적인 존재를 나타낼 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판별을 했지만, 시추를 하지 않으면 그 리스크를 전부 다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남아 있는 마지막 방법은 시추"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근원암(석유·가스를 생성할 수 있는 암석) △저류암(탄화수소 보전에 적합한 암석) △트랩(저류암 내 탄화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구조) △덮개암(석유가 새나가지 않도록 차폐역할을 하는 암석) 등 지질 구조 데이터를 통해 논리로 검증했지만, 실제로 수천억 원의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시추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확률론적 단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액트지오는 실제로 현장을 가지 않고 제공된 데이터로만 평가했다.
아브레우 고문은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대통령이 발표한 매장량 추정치에 대해서도 "존재하고 있는 액체를 판단해서 가스와 석유의 비율을 도출한 것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정확한 비율은 확답을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확률에 따른 추정치라는 의미였다. 석유공사 쪽 관계자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까지 추정되는 데 대해 "확률론적 탐사 자원량이기 때문에 정확한 범위를 알 수 없어서 레인지(범위)가 벌어지게 됐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추정 성공률 20%' 의미에 대해서도 "20%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 즉슨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는 "20%라는 추정의 성공률은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수치"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자료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한계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유공사 곽원준 수석위원은 '다른 회사가 분석해도 같은 동일한 가능성이 나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자료 해석의 문제는 사람마다 다 다를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능성 차원의 문제인 만큼 교차 검증이 필수적이지만, 절차나 과정도 불투명했다. 정부나 석유공사는 보안 등을 이유로 1개 업체가 분석했고 국내 전문가도 일부 검증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도 제시도 하지 않았다.
곽 수석위원은 분석 작업에 복수 업체가 참여하지 않은 데 대해 "석유업계에서 그런(복수업체를 선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자기 회사의 기술인력들만으로 평가를 한다. 동해 심해지역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심해지역의 최고 기술전문 업체인 액트지오를 찾아서 기술 의뢰를 맡겼던 것"이라며 "여러 업체에 맡기지 않는 이유는 기밀유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액트지오가 최고 기술전문 업체라는 설명은 어디까지나 석유공사의 자의적인 해석이고 주장인 만큼 입증 자료가 필요해 보인다.
산업부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은 "이번에 액트지오가 분석한 방법 등이 적절하고 유효했는지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정부도 하고 있었다. 그런 차원에서 석유공사가 국내 검증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정부와 같이 일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서 일정 정도 의견 수렴을 했다. (그리고) 의견 수렴한 결과, 액트지오의 분석 방법은 적절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나 자료 제공도 없었다. '일정 정도 의견을 수렴했다'는 발언은 실제로 면밀한 검증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케 한다.
아브레우 고문은 국내에서 논란이 된 '회사 주소'와 '1인 기업'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액트지오 회사의 주소지가 개인 주택이 맞냐는 질문에 대해 "(자택이) 맞다"면서 "전 세계 석유 관련 회사들이 인력 감축을 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에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며 "제 팀은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서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희가 최근에 영국 런던에 지사를 열었다"며 "영국 런던 지사는 디렉터인 르네 박사의 자택 주소"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소규모 업체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분석하는 게 일반적이냐'는 질문에도 "산업계 스탠다드"라고 말했다.
그는 1인 기업 논란을 의식하듯 "저희 같은 소규모 컨설팅 리서치 회사는 실제로 시추를 담당하는 회사가 아니고 어떤 데이터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역할을 맡는 회사다. 그래서 거의 모든 관련 기업들은 데이터 해석을 위한 인력을 3~5명 정도 갖추고 있다"며 "작년 특정 시점에는인력의 규모가 15명까지 늘어났던 적도 있다. 지금은 14명의 직원들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이아나의 리자 광구는 유망구조를 도출하기 위한 담당자가 딱 1명이었다"며,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액트지오의 일방적인 설명일 뿐 추가 검증은 필요해 보인다. 아브레우 고문은 1인 기업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자신들의 팀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보인다거나 관련 서류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아울러 일각에선 '검은 커넥션'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지만, 과거 MB정부 시절부터 호주 우드사이드와 같은 대형업체가 해왔던 탐사 작업을 갑자기 작은 컨설팅 업체로 바꾼 입찰 경위 등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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