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출 4.6%·수입 1.7% 증가 그쳐
그나마 수출 효자 품목 반도체·자동차 덕분
정부는 기저효과 핑계 대며 되레 "실적 호조"
중동 전쟁·미 대선 등 대외 통상 환경 불안 고조
'수출 7000억 달러 달성' 목표 이미 물건너가
지난달 수출 실적이 전년 동월 대비 4.6% 증가에 그쳤다. 수출 증가율은 석 달 연속 하향세를 보이면서,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입 증가율도 1.7%에 그쳐 이 역시 석 달 연속 감소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9월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무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 비춰 활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되레 환호하는 분위기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2024년 10월 수출입 동향’ 자료는 “수출은 13개월 연속 플러스, 무역수지 17개월 연속 흑자” 등 자화자찬 평가로 도배했다. 7월부터 월별 수출 증가율이 꺾인 것은 기저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지난해 내내 아예 마이너스를 기록해 온 수출이 10월 처음 4.9% 증가한 것을 두고 이르는 변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의 기준이 되는 10월에 수출이 증가했으니 올해 증가율이 낮게 나왔다는 말이다. 이는 기저효과를 수출 13개월 연속 증가 등을 자랑할 때는 묻어두고, 증가율 축소 해명 등 필요한 때만 꺼내는 꼼수다. 지난해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도 상당 기간 수출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집계한 10월 수출액은 575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549억 9000만 달러) 대비 4.6% 증가했다. 산업부는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월별 수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3.5%를 기록한 이후 8월 11.0%, 9월 7.5% 등으로 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 4.6%는 지난해 10월(4.9%) 기나긴 ‘마이너스 터널’을 벗어난 이후 올해 2월(4.2%)과 3월(3.0%)에 이어 세 번째 낮은 수치다.
10월 수입은 543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534억 4000만 달러) 대비 1.7% 증가에 그쳤다. 월별 수입 증가율도 지난 7월 10.5%까지 늘었다가 이후 8월 6.0%, 9월 2.2% 등 3개월 연속 줄었다. 무역수지 흑자가 유지되는 것은 여전히 수입이 부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0월 무역수지는 31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억 달러 개선됐다. 흑자 규모가 전월(66억 6000만 달러)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올해 1~10월 누적 흑자 규모는 39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3억 달러 개선됐다. 산업부는 이를 지난 2018년 1~10월(608억 달러) 이후 최대 실적이라고 설명했다.
10월 수출을 견인한 품목은 무엇보다 반도체다.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 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은 125억 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을 6년 만에 경신했다. 올해 월별 반도체 수출액은 1월(94억 달러)과 2월(99억 달러)을 제외하면 3월부터 110억∼130억달러 안팎을 기록하며 탄탄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김대자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브리핑에서 "한국 기업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와 같은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 물량을 늘리면서 수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말까지 반도체 수출은 증가세가 계속 견고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대(對)중국 수출도 활기를 띠었다.
특히 10월에는 대중국 수출 품목 1·2위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0.9% 늘어난 12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9월(133억 달러) 이후 25개월 만에 최대치다. 양대 수출국인 미국으로의 수출도 10월 중 최대실적인 104억달러를 나타냈다. 대미 수출은 15개월 연속 월별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그러나 중동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국 대선 이후 경제·통상 정책 변화 가능성 등도 불안요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1%로 집계하면서 순수출이 -0.8%p를 기록해 성장률을 깎아내렸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기 때문에 이번 달 발표부터는 기저효과가 사라졌다"며 "과거처럼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은 쉽지 않지만, 한 자릿수 증가율이 결국 역대 최대 실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정부가 내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부도 "연초 매우 도전적으로 설정한 목표로, 현재 상황에서는 연말까지 달성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도 "하지만 2022년 기록했던 역대 최대 기록(6836억 달러)는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