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40.3조…법인세는 12.8조 급감

높은 물가로 제품·서비스값 크게 오른 탓

윤석열 정부 들어 부가세 눈에 띄게 증가

"부자 감세를 서민 세금으로 메우는 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내는 부가가치세(부가세)는 부유층이나 서민층이 똑같은 금액을 부담하는 세금이다. 세율은 10%다. 물가가 올라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높아지면 부가세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소득세처럼 고소득자일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와는 다른 구조다. 부가세는 걷히는 절대액이 증가하거나 세율을 올리면 저소득층의 상대적 부담이 커지는 역진성을 갖는다. 부가세가 다른 세금에 비해 많이 걷히는 것은 결과적으로 '서민 증세'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서도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서민들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2024.4.11. 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도 장바구니 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서민들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2024.4.11.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주로 부자들이 내는 세금을 집중적으로 깎아줬다. 반면 부가세처럼 서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그런데도 국회입법조사처는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발표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에서 재정건전성 확보와 저성장·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부가 세율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지는 보고서였다.

올해 들어 ‘서민 세금’과 다름 없는 부가세가 크게 늘었다. 1월부터 4월까지 걷힌 부가세가 40조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반해 법인세는 기업 실적 부진과 세율 하향 조정으로 큰 폭으로 줄고 있다. 부동산 관련 세수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부자 감세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게 뻔하다.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면서 생긴 ‘세수 펑크’를 서민 세금으로 메우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부가가치세 수입은 40조 3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조 4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1~4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다. 이 기간 부가세 수입은 2016~2019년 30조~33조원 대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하던 2020년 대면 서비스와 소비가 크게 감소하며 부가세는 29조 원대로 줄었다가 2021년 34조 4000억 원으로 회복됐다.

 

부가세는 윤석열 정부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022년 39조 7000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35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국내 소비 증가가 부가세 수입을 견인했다고 분석했으나 물가가 오른 탓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1~4월 부가세 증가율이 작년 동기 대비 12.2%로 물가상승률보다 높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고물가가 2년 이상 누적된 결과라는 점에서 물가 요인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2021년 이전 2%대를 밑돌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1%로 치솟았고 작년에도 3.6%에 달했다. 올해도 들어서도 물가는 3%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구매하는 제품과 서비스값이 크게 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췄고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완화했다. 그 결과 전체 세수에서 서민들이 내는 세금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거꾸로 가는 세금 정책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목별 국세 수입 현황. 연합뉴스
세목별 국세 수입 현황.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를 보면 올해 1분기 민간소비는 재화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 모두 늘면서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1.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고물가로 인한 착시를 고려하면 국민의 실질 소비가 늘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제품과 서비스 가격이 올라 예전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데 더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부가세 부담까지 커졌으니 소비가 늘어난 건 말 그대로 통계 수치일 뿐이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소비는 오히려 줄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폭주로 올해도 세수 부족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법인세가 대폭 감소하면서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1~4월 법인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났던 작년과 비교해도 12조 8000억 원 더 줄었다. 감소율이 무려 35.9%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367조 3000억 원의 세금을 걷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4월까지 걷힌 총국세는 125조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진도율은 34.2%로 최근 5년 평균인 38.3%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수 부족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세금부터 늘려야 한다. 서민 증세가 아닌 부자 증세가 더 시급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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