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정부부채 합한 국가총부채 6000조 돌파

2분기 전년비 4.9%p 증가…다른 회원국은 모두 감소

정부부채 비중 17.4%로 가계·기업의 절반도 안돼

코로나19 종료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 효과 못 누려

"가계·기업부채 더 이상 늘지 않고 줄이도록 관리해야"

중소상인ㆍ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채무자들의 빚 탕감을 위해 정치권, 정부, 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0.19. 연합뉴스
중소상인ㆍ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채무자들의 빚 탕감을 위해 정치권, 정부, 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0.19. 연합뉴스

한국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부채를 합친 국가총부채의 비율이 증가한 나라로 기록됐다. 이로써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단 하나의 국가라는 것과 함께 부채 관련한 결코 명예스럽지 못한 2관왕에 올랐다. 특히 올해 한국의 국가총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6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2분기 말 원화 기준 비금융부문 신용은 5956조 9572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금융부문 신용은 국가 간의 비교를 위해 자금순환 통계를 바탕으로 주요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정부의 부채를 합산한 금액이다.

올해 2분기 말 한국의 총부채는 전년 동기(5729조 9946억 원)보다 4%가 증가했다. 이같은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총부채 규모가 3분기 중 6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BIS는 3분기 말 자료를 내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OECD 주요국 GDP 대비 가계 기업 정부부채 비율 비교
OECD 주요국 GDP 대비 가계 기업 정부부채 비율 비교

2분기 현재 한국의 국가총부채 가운데 가계부채는 2218조 3581억 원, 기업부채는 2703조 3842억 원, 정부부채는 1035조 2149억 원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계부채가 37.2%, 기업부채는 45.4% 등인 반면 정부부채는 17.4%로 가계‧기업부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가총부채 규모와 관계없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 면에서 한국은 OECD 주요국들과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말 273.1%로 전년 동기 대비 4.9%p 높아졌다. 2022년 2분기부터 1년 동안 OECD 회원국 31개국 중 이 비율이 높아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1%에서 101.7%로 줄었지만, 기업부채 비율(117.6→123.9%)과 정부부채 비율(45.5→47.5%)이 나란히 늘어난 결과다.

 

주요국 GDP 대비 기업 가계부채 비교
주요국 GDP 대비 기업 가계부채 비교

정부부채의 비율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소폭에 그쳤고, 아직 절대 수치가 주요국들이나 OECD 회원국 평균치에 턱없이 작다. 정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은 230.3%나 됐고, OECD 주요국 평균치도 100%를 넘은 지 오래다. 올들어 코로나19 지원 관련 각국 정부의 지출 부담이 줄어 들면서 모든 나라에서 정부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줄어든 반면 한국은 줄어들 정부 몫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을 기업과 가계에 떠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대목이다.

31개국의 GDP 대비 국가총부채 비율은 작년 2분기 말 평균 243.5%에서 올해 2분기 말 229.4%로 오히려 14.0%p 축소됐다.

OECD 주요국 국가총부채비율 비교
OECD 주요국 국가총부채비율 비교

이탈리아(257.7→243.1%), 덴마크(251.9→237.2%), 튀르키예(116.7→100.4%), 오스트리아(228.2→206.6%), 영국(261.8→236.7%), 스페인(268.5→241.1%), 네덜란드(283.9→255.1%) 등이 평균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포르투갈(284.3→251.1%), 그리스(303.0→268.6%), 아일랜드(233.3→198.8%) 등 3개국은 30%p 넘게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줄었다. 오스트리아, 영국, 스웨덴, 스페인, 네덜란드 등도 20%p 이상 비율이 감소했다.

올해 2분기 말 GDP 대비 총부채 비율 수치로는 한국이 273.1%로 31개국 중 8위였다. 일본이 414.0%로 가장 높았고, 이어 룩셈부르크(403.2%), 프랑스(322.7%), 캐나다(307.9%), 스위스(299.7%), 벨기에(292.2%), 스웨덴(274.5%) 등으로 조사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BIS 자료와 관련, "부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났고, 절댓값 자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연착륙같이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이자도 못 내고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기 전에 적극적인 부채 축소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임동원 연구위원도 "특히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줄이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며 "더 이상 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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