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분석, 한국 가계부채 비중 GDP의 108%로 늘어

5년간 16%p↑…26개국 중 유일하게 두 자릿 수 증가

기업부채 비중도 147→173%, 룩셈부르크 이어 2위

정부부채는 GDP의 54%로 14%p 늘어나는 데 그쳐

가계 이자 부담 2년 새 52%↑…소득 대비 역대 최대

가계부채 (PG) 연합뉴스
가계부채 (PG) 연합뉴스

'부채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써온 우리나라가 '기어이' 가계와 기업의 부채 증가율 세계 1, 2위를 기록했다. 정부 부채도 부담을 민간에 떠넘긴 덕분에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상당 폭 증가했다.

특히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결과 가계의 소득 대비 이자 지출 비중이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이미 미국 등 주요국들이 고금리를 상당 기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가계를 비롯한 민간부문의 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최근 업데이트한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를 기록했다. 2017년 92.0%에서 5년 새 16.2%p 증가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 상위 10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증가폭 상위 10개국

한국은 관련 데이터가 집계되는 26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 다음은 슬로바키아의 9.1%p로 비교하기가 머쓱할 정도다. 이어 일본 7.7%p, 요르단 6.0%p, 룩셈부르크 3.9%p, 칠레 2.8%p, 스위스 2.5%p, 독일 2.3%p 순이었다. 미국(79.5→77.0%)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덴마크, 노르웨이,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폴란드 등은 가계부채 비중이 되레 감소했다,

한국은 가계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절대 수준도 스위스(130.6%)에 이어 두 번째였다. 2017년 26개국 중 7위에서 5년 만에 5단계나 뛰어올랐다.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 증가폭 상위 10개국
 'GDP대비 기업부채 비율' 증가폭 상위 10개국

가계부채와 함께 민간부채를 구성하는 기업부채도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의 GDP 대비 비금융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147.0%에서 지난해 173.6%로 26.6%p 증가했다. 이는 룩셈부르크(38.0%p)에 이어 2위다.

한국의 기업부채 비중은 IMF가 데이터를 처음 집계한 2008년 152.6%를 시작으로 2009년 160.0%로 늘었다가, 2010~2016년 150%대 초중반을 유지했다. 2017년 147.0%로 낮아졌지만, 2018년 149.8%, 2019년 154.9%, 2020년 164.8%, 2021년 166.8%에 이어 지난해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와 기업이 이런 양상을 보이면서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비율도 초고속으로 상승했다. 한국의 민간부채의 비율은 2017년 238.9%에서 지난해 281.7%로 42.8%p 상승했다. 이는 데이터 확인이 가능한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7년 한국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전체 11위였지만, 가파른 상승세로 매년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지난해에는 전체 2위로 올라섰다.

 

국가별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 연합뉴스
국가별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 연합뉴스

주요국 가운데서는 일본(30.9%p)과 독일(18.3%p)의 민간부채 비율 증가폭이 높았다. 2017년 민간부채 비율이 225.3%로 한국과 비슷했던 영국은 5년간 30.4%p 줄면서 194.9%까지 떨어졌다.

중앙정부 부채도 민간부채와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이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는 GDP 대비 54.3%를 기록했다. 2017년 40.1%보다 14.2%p 증가한 수치다. 정부부채 증가폭은 비교 가능한 87개국 가운데 16번째를 기록했다.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중은 이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일본(261.3%)·이탈리아(144.4%)·미국(121.4%)·프랑스(111.7%)·캐나다(106.6%)·영국(101.4%)·독일(66.5%) 등 주요 7개국(G7) 국가들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부채 비중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은 2017년 3.7%에서 2018년 7.1%, 2019년 9.5%로 빠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도 매년 9%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우리나라만 정부 지출을 늘린 것은 아니다. 미국(15.2%p)과 영국(14.7%p)의 부채 증가 폭은 한국과 비슷했고, 일본(30.0%p)은 두 배 이상으로 부채가 늘었다. 다만 이들 나라는 달러, 엔화, 파운드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인데다 절대적인 정부 부채 규모도 우리나라보다 높아 증가 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또한 한국은 정부부채의 대외채무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은 부채 비율과 증가 폭이 모두 크지만, 대부분의 국채를 자국 내에서 보유하고 있어 대외채무 비중 면에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 (PG) 연합뉴스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 (PG) 연합뉴스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가계의 이자 지출 부담도 전에 없이 늘었고, 이에 따라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과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가 이자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3만 1000원이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6년 이후 전 분기 통틀어 가장 많은 금액이다. 월평균 소득(479만 3000원)에서 차지하는 비중(2.7%)도 전 분기 통틀어 역대 최대였다.

가계 소득은 작년 2분기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 회복, 소상공인 손실 보전금 지급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역대 최대 폭인 12.7% 증가했다가 지난 2분기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0.8% 감소했다. 반면 이자 지출은 작년 2분기 7.1%, 지난 2분기에는 42.4% 각각 급증했다. 지난 2분기 이자 지출 증가율은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더구나 미국 등 주요국들의 고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 고금리 지속을 예고하면서 국고채 금리 등 국내 시장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로 이자 지출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실제 지난 2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은 2.7% 늘어나는 데 그쳐 2021년 1분기(1.6%)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이 0.5% 감소하는 등 소비는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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