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표, 4분기말 가계 1886조, 기업 2780조 달해

GDP 비율 225%…두 분기 연속 줄었지만 소폭 그쳐

기업 실적부진에 고금리 겹쳐 재무건전성 지표 악화

국내 금융기관 부실채권 지난해에만 15조 넘게 늘어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을 합친 민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두 배가 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가계 부채는 소폭이나마 개선됐지만 기업 부채는 악화돼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돌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 상황(2024년 3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신준영 한국은행 금융기관분석부장, 서평석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장정수 금융안정국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2024.3.28.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안정 상황(2024년 3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신준영 한국은행 금융기관분석부장, 서평석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장정수 금융안정국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2024.3.28.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보고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규모는 명목 GDP의 224.9%로 집계됐다. 민간신용 레버리지(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가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 2분기 225.7% 이후 3분기 225.6%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이긴 했다. 하지만 하락 폭이 극히 미미해 민간 부채 규모가 경제 규모의 2.25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해 4분기 말 민간신용 중 가계신용 레버리지(100.6%)는 전분기(101.5%)보다 0.9%p 낮아졌다. 그러나 기업신용 레버리지(124.3%)는 전분기보다 0.2%p 올랐다. 1975∼2023년의 장기 추세와 비교해도 5%p나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886조 4000억 원으로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가계신용 유형별로는 주택관련 대출의 증가 폭이 축소되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감소세가 이어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올랐지만, 전체 금융권 연체율(0.86%)는 2009~2019년 장기평균(1.43%)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취약차주의 비중은 소폭 상승했다.

 

민간신용 / 명목 GDP 비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민간신용 / 명목 GDP 비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기업신용 규모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2780조 1000억 원으로 전기 대비 1.7% 증가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1.65%로 2009~2019년 장기평균(1.81%)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은행과 중소기업의 연체율은 오름세를 보였다. 3분기 중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성장성, 수익성 및 이자지급능력 등의 지표는 기업실적 부진과 고금리의 영향으로 2022년 말 대비 낮아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가계신용은 주택거래 위축 등의 영향으로 증가 폭이 둔화했지만, 기업 신용은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부채 증가세 둔화와 주택가격 약세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 불안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단기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2월 금융불안지수(FSI)는 16.9로 1월(17.3)보다 떨어졌지만, 여전히 '주의' 단계(8 이상)다.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도 지난해 4분기 32.9로 3분기(37.1)보다 4.2p 하락했다. 2007∼2023년 장기 평균(37.7)을 밑도는 수준이다.

 

국내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 및 고정이하여신 비율 추이
국내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 및 고정이하여신 비율 추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규모가 전년 말 대비 55.5%나 늘어난 15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고정이하여신은 43조 7000억 원으로 2022년 말 28조 1000억 원보다 15조 6000억 원(55.5%)나 급증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의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12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말(10조 1000억 원)보다 2조 4000억 원(23.8%) 증가했다. 여전사,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18조 원에서 31조 2000억원으로 13조 2000억 원(73.4%)이나 크게 늘었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도 전년의 약 2배로 확대됐다. 금융기관 전체 부실채권 매·상각 규모는 2023년 중 24조 3000억 원으로, 전년(13조4천억원)보다 81.3% 증가했다. 업권별로 은행은 9조 1000억 원, 비은행은 15조 2000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각각 93.6%, 74.4%나 불어났다.

한은은 지표의 안정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 향후 부동산 경기 등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확대 가능성 ▲ 긴축적 금융여건 지속과 함께 커지는 가계·기업 채무상환 부담 ▲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조정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손실 발생 가능성 ▲ 기업신용 중심의 민간신용 확대 압력 등을 금융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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