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서 찬성 180표, 반대 105표로 통과
수원지검 안양지청 안동완 차장검사 직무 정지
헌법재판소로 공 넘어가… 탄핵 결정하면 면직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의원 105명과 함께 발의
"간첩 조작 사건으로 검찰 위기 처하자 보복기소"
대법원서 공소권 남용 인정, 첫 '공소기각' 판결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뤄진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회가 공직자를 탄핵소추한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검사 안동완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총투표수 287표 중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이로써 수원지검 안양지청 안동완 차장검사는 곧바로 직무가 정지됐다. 안 차장검사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즉시 직무에 복귀하며, 반대로 탄핵을 결정하면 면직된다.
검사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 것은 1999년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이후 24년 만이다. 2007년에는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검사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처리 시한을 넘겨 자동 폐기됐다.
탄핵소추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168석의 과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이 발의한 만큼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불법을 저지른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이 검사는) 국민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고 검찰의 권한 남용에 경종을 울리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장동혁 의원 등 12명이 '검사 안동완 탄핵소추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의 회부 동의의 건'을 제출해 "본회의에서 이날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대신 법사위로 회부해 조사와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표결에서 재석 의원 273명 중 찬성 104명, 반대 168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19일 야당 의원 105명과 함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보복 기소'한 안 차장검사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안 차장검사가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로 재직할 때 '유우성 대북송금 사건'을 담당하며 피해자 유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복 기소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 검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증거들이 조작되었음이 밝혀지고 검찰이 큰 위기에 처하자 이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사건을 가져와 뒤늦게 보복 기소를 감행했다"며 "이에 대해 대법원은 최초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고 보복 기소임을 명확히 했으나, 아무런 제재도 없이 검사직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21년 10월 14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유우성 씨를 과거 기소유예 처분했던 불법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다. 유 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공소기각'으로 판결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된 대법원 첫 판례였다.
유 씨는 2005∼2009년 총 25억 원을 북한에 불법으로 송금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당초 서울동부지검은 2010년 3월 유 씨의 대북 송금 혐의를 수사했다가 유 씨의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초범인 점을 고려해 기소유예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5월 이미 기소유예 처분했던 대북 송금 혐의로 뒤늦게 유 씨를 기소했다. 이는 유 씨가 2013년 별도의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가 국정원의 증거 조작이 드러나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이 징계를 받은 뒤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7명 중 4명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했으나 재판부는 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과거의 기소유예 처분을 번복할 사정이 없었던 점에 비춰볼 때 검찰의 공소 제기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공소기각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한 것은 통상적이거나 적정한 소추 재량권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이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이므로 이 부분 공소는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바로 다음달에 유 씨는 2014년 자신을 기소했던 담당 검사와 지휘 라인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 안동완 검사, 이두봉 전 대전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신유철 전 서울서부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이들 전·현직 검사 4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였다. 당시 유 씨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 "공수처는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한 것이 아니라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자 갖은 노력을 다했다"며 "피의사실을 기소와 상소 제기 행위만으로 축소한 후 불기소 처분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의 전향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우성 씨는 통분을 삼켜야 했으나, 이제 국회가 담당 검사를 탄핵소추함으로써 '지연된 정의'가 헌법재판소를 통해 뒤늦게나마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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