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손준성·이정섭 탄핵소추안 철회, 재추진

여당 필리버스터 취소로 본회의 무산되자 차선책

11월 30일 재발의, 12월 1일 표결해 통과 계획

국회 사무처 "일사부재의 위반 아냐" 유권해석

홍익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경고…권력 하수인"

국힘,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가처분 신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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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대대적으로 예고했던 필리버스터를 갑자기 취소하며 '이동관 방탄 국회'를 연출하자 더불어민주당도 이미 발의했던 탄핵소추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여당의 허를 찌르는 꼼수에 야당 역시 변칙적인 방식으로 우회로를 찾은 셈이다. 민주당은 치열한 수 싸움을 통해서라도 언론 장악의 선봉장과 비위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반드시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10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 하루 만에 철회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인 이달 30일 탄핵안을 재발의해 국회 본회의에 다시 보고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날인 12월 1일 본회의 때 이를 표결에 부쳐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은 어제 제출한 탄핵안의 철회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며 "아무 문제 없이 철회서 접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철회는 했지만 11월 30일과 12월 1일 연이어 잡힌 본회의를 시기로 해서 탄핵안 추진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이날 중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김 의장은 '여야 협의 없이는 추가 본회의 개최는 어렵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선 전날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의 표결 시한이 12일 오후인 만큼 막판까지 김 의장을 설득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어차피 토·일요일엔 본회의 개최가 불가능하고 자칫 표결 시한인 '72시간'을 넘길 경우 '일사부재의'(안건이 한번 국회에서 부결되면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동일 안건을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하는 것) 논란에 휘말리게 되기 때문에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하게 탄핵안을 자진 철회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10일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10일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석)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169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 단독으로도 넉넉히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를 막기 위해 4박 5일간 진행하겠다던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면서 계획이 꼬였다.

여당이 전날 예고했던 대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면 야당은 의석수를 이용해 24시간 이후인 이날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바로 표결할 수 있었지만, 필리버스터가 철회되고 9일 본회의가 산회되는 바람에 10일 본회의가 못 열리게 됐다. 여야 합의로 10일 본회의가 개최되지 못하면 토요일과 일요일로 넘어가기 때문에 72시간이 지나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되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다음 본회의는 오는 23일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노리고 '이동관 구하기'를 위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저지를 포기하고 필리버스터를 철회했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여당의 꼼수로 규정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10일 본회의가 열리도록 할 방침이었지만 여야 합의라는 원칙론을 강조하는 김 의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자 '철회 후 재발의'라는 차선책을 택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힘이 '탄핵안 철회는 본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접수와 동시에 바로 철회가 되는 것"이라며 "자의적 해석과 혼란을 야기했던 국민의힘의 정치적 공세가 멈췄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상 해당 탄핵안은 '철회 처리'됐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 철회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이라는 여당 주장에 대해서도 "일사부재의란 가결 혹은 부결 등 결론이 난 경우에 해당한다"며 "용어의 정의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사무처는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을 철회할 때는 본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국회법 90조와 관련해 "전날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만 됐다. 이는 일종의 공지 행위이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본희의 의제가 된 '의안'으로 볼 수 없다. 일사부재의의 원칙이 적용되지도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에선 본회의에 보고가 됐기 때문에 탄핵안을 철회할 수 없고 일사부재의 원칙에도 해당한다고 항의했지만 근거 없는 우격다짐이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1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꼼수가 보여준 방송 장악 노골화와 부패 검찰 지키기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힘은 어제 '노란봉투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자 황급히 철회하는 꼼수로 탄핵안 처리를 방해했다. 이 소동으로 인해 여당의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가 진정성 없는 정치쇼라는 것만 들키고 방송 장악과 언론 탄압을 하겠다는 노골적 의지만 분명해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꼼수로 문제 인사 탄핵을 잠시 미뤘는지 몰라도 결코 막을 수 없다"면서 "민주당은 원칙과 기준대로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해 법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확언했다. 아울러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경고한다. 국회가 검사 탄핵에 나서게 된 것은 위법을 저지른 검사를 징계할 검찰총장이 도리어 이들을 감싸는 데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도록 부담을 떠넘긴 본인의 직무 유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의 현실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민주당의 검사 탄핵에 대해 '보복 탄핵' '협박 탄핵' '방탄 탄핵' 운운하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면서 "모든 것을 이재명 대표와 연결해 이해하는 것은 검찰이 얼마나 정치에 매몰된 집단인지 똑똑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러면 검찰은 고발을 사주하고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부정부패 검사들을 그냥 두라는 것이냐. 범죄 검사들을 방치한 것이야말로 권력남용 아니냐"며 "이원석 검찰총장의 언사는, 검사를 건드린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오만방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검사는 법을 어겨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성역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11.9.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며 더불어민주당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11.9.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날 민주당이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데 대해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목청을 높인 바 있다. 이 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자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이라며 "그래도 탄핵하겠다면 검사를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총장을 탄핵하시라"고 비장한 투로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철회 뒤 재발의 추진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의장이 민주당에서 제출한 탄핵소추안 철회 건을 본회의 동의를 안 거치고 처리해버렸다"며 "우리 동의권이 침해됐으므로 김 의장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빠른 시간 안에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는 (오늘) 철회된 내용과 같은 내용의 탄핵소추안이 상정돼선 안 된다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까지 같이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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