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정원 직원 둘 재판 3년만에 1심 선고
"45일간 고문 가까운 신문 받아 허위자백"
검찰 소극적, 판사 급변동 겹쳐 유죄 불투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때 가혹 수사를 벌인 혐의(국정원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이 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관련 사건이 벌어진 지 꼭 10년 만에, 재판이 시작된 지 3년 만의 첫 선고이다.
문재인 정부 때의 검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으로 관련 국정원 직원들의 가혹수사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공판 검사가 수차례 바뀌는 등 사실상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관측이어서 국정원 직원들의 유죄 선고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하나는 유우성 씨의 출입경기록 증거조작 사건, 다른 하나는 유 씨의 동생 유가려 씨에 대한 증언조작 사건이다.
유우성 씨가 간첩임을 증명하겠다면서 국정원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유 씨의 '북중 출입경기록' 증거가 조작된 사실이 밝혀졌고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등에 대한 유죄가 2015년 확정되어 증거조작사건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가혹수사 끝에 “오빠가 간첩” 이라는 허위자백을 이끌어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수사는 뒤늦게 이뤄졌고 2020년 3월에서야 기소가 이뤄졌다.
뒤늦게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재판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검찰의 재판 대응이 더욱 소극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재판을 지켜봐온 '유우성 씨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재판을 담당한 검사가 무려 6, 7번이나 바뀌었고 국정원 직원들의 범죄 정황이 뚜렷이 담긴 검찰 과거사위 조사기록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는 등 검찰이 재판 대응에 대단히 소극적이었다는 게 변호인단의 설명이다.
판사 역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은 마찬가지이다. 2020년 3월 기소된 국정원 직원 유OO(55·남), 박OO(48·여) 씨에 대한 재판을 맡아온 송승훈 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 12단독)는 3년이나 1심 재판을 끌어오다 최종 선고를 앞두고 다른 법원으로 전근을 가버렸다. 3년간 재판을 해온 판사가 선고기일을 정해버린 뒤 전근 가는 바람에 새 판사가 제대로 사건 내용도 파악 못한 채 선고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송승훈 판사는 사법고시 합격(사법연수원 30기) 뒤 2003~2006년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2008년 판사로 임용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번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재판도 유우성 씨 변호인단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비공개 재판을 결정하고 피고인석에 차폐막 설치까지 허용했다. 이후 재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급격히 떨어졌다.
유우성 씨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양승봉 변호사는 <리포액트>와의 통화에서 “송 판사가 2022년 12월 16일 결심 공판 때 돌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피고인 신문 필요성을 언급하며 2023년 세 차례의 재판 기일을 추가로 지정해 선고기일 지정을 미뤘다. 공교롭게도 송 판사는 선고만 앞두고 전근을 가버렸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선고 부담을 피하려고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유가려 씨는 2012년 11월 초부터 2012년 12월 15일까지 약 45일간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국정원 수사관 유 씨, 박 씨로부터 가혹수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은 가혹 수사를 부인하며 재판에서 그에 대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며 “혼자서 착각에 빠져 오빠 유우성을 간첩이라고 자발적으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가려 씨가 고문에 가까운 수사를 받은 것을 목격한 증인이 재판에 출석해 이를 반박했다. 유가려 씨와 같은 시기 합동신문센터에 있었던 한 탈북자는 재판에 나와 "2012년 11월 5일 가려의 뺨이 붉어서 어디서 맞았나 보다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또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역시 “국정원이 유가려를 회유하거나 혐의 내용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허위진술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되고, 공판 검사의 질문에 대비하여 사전에 리허설을 통해 진술을 담합하고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서 (국정원이) 적극적으로 위증을 하였음이 드러났다”고 2019년 밝힌 바 있다.
유우성 씨는 <리포액트>에 “내 동생(유가려)이 개인적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국정원 직원들을 상대로 같은 주장을 10년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내 동생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합동신문센터에서 폭행당하고 잠도 못 자게 하는 고문 수사 끝에 거짓 자백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에 법과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재판 선고는 9일 오후 1시 5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522호에서 열린다.
<뉴스AS>
9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승호 판사는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 유모 씨와 박모 씨에 대해 나란히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유가려 씨를 폭행, 협박해 불리한 진술 또는 허위 진술하게 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유씨 측은 판결 직후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밝혔다.(입력: 8월 10일 오후 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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