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탄핵소추안 당론 채택…국회 본회의 보고
72시간 내 표결해야…여당 꼼수에 폐기될 수도
'이동관 구하기' 위해 '노란봉투법' 등 저지 포기
이동관 직무 정지되면 방통위는 사실상 '올스톱'
'고발 사주' 손준성, '위장전입' 이정섭 탄핵안도
이미 9월에 현직 검사 탄핵소추 헌정사 첫 통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제1 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마침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방송 장악'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 사유에는 역시 '언론 자유 침해'와 방송법, 방통위법 위반 등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고민정 등 민주당 의원 168명 명의로 발의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국회 본회의에 곧바로 보고됐다. 민주당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방통위의 해임 처분이 법원에서 잇따라 효력 정지된 점 등을 이유로 이 위원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탄핵소추안에는 상임위원 5명이 정원인 방통위에 후임이 임명되지 않아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명만 남았는데도 14건의 안건을 의결함으로써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게 한 방통위법을 이 위원장이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방통위가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팩트체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며 KBS·MBC·JTBC에 보도 경위 등 10여 건의 자료를 요구해 헌법상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방송 편성의 자유를 규정한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사유도 적시됐다.
이 밖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해 방통위가 대응한다며 소관 사무 범위를 넘어 방심위 업무에 개입 ▲법원에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의 해임 사유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동일한 해임 사유를 내세워 다른 이사를 추가 해임 ▲공영방송 KBS 운영의 공정성을 도모하고 관리‧감독할 법률상 의무가 있는데도 사장 선임 과정에서 KBS 이사회의 파행 운영에 책임이 있는 이사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이사회의 파행 운영에 동조 등의 사유가 포함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석)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169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할 수 있지만 정의당(6석)과 기본소득당(1석), 진보당(1석)도 이동관 위원장 탄핵에 찬성하고 있어 야권 연대 형식으로 본회의를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윤석열 정부 들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다만 국민의힘이 야당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를 막기 위해 추진하려던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면서 금요일인 10일 본회의가 안 열리면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은 폐기될 수도 있다. 여당이 예정대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면 야당은 의석수를 이용해 24시간 이후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당일(10일)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바로 표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리버스터가 철회되고 9일 본회의가 산회되는 바람에 10일 본회의가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여야 합의로 10일 본회의가 개최되지 못하면 토요일과 일요일로 넘어가기 때문에 72시간이 지나 탄핵소추안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합의한 다음 본회의는 오는 23일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노리고 '이동관 구하기'를 위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저지를 포기하고 필리버스터를 철회했던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여당의 꼼수로 규정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을 설득하거나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을 의장 권한대행으로 내세워 10일 또는 11일 오전에 본회의가 반드시 열리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본회의 표결이 성사돼서 이동관 위원장이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경우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되고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도 맡게 된다. 직무대행은 회의를 소집할 수는 있으나 아무리 윤석열 정권의 방통위라도 '1인 의결'은 정치적 부담과 여론의 역풍이 클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가 사실상 '올스톱'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어떠한 법률 위반을 한 행위도 없는데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서 탄핵하겠다고 하는 건 민심의 탄핵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이 판단하실 거고 궁극적으로 탄핵 의결이 되면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 사유 중 가짜뉴스를 심의단속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가짜뉴스 규제 심의를 이유로 야당이 탄핵까지 추진하는 건 혹시 본인들의 선거운동에 방해되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부당하고 황당한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또 "다행스러운 것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 의결 관련 내용이 당초에 탄핵 사유로 있었는데 빠졌다"며서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방통위 해임 의결은 제 취임 전이었다. 얼마나 급하게 준비 없이 탄핵안을 만들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줘서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인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녀 위장전입과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등 여러 의혹에 휩싸인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론 발의를 결정했다. 이들 검사의 탄핵소추안 역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의원총회 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며 "탄핵소추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고 대상자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할 책무와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들은 위법한 범죄 혐의나 중대한 비위가 있음에도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제대로 징계받고 처벌받지 않는 일들이 다반사"라며 "국회가 위법한 범죄, 중대한 비위행위가 명백한 국무위원, 검사에 대해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이 차장검사와 관련해 기자들이 '탄핵소추로 인한 이 대표 수사의 차질'을 묻자 "우려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면서 "위법한 범죄 행위가 분명하고 비위 행위가 명백함에도 이러저러한 정치적 고려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못 하는 것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를 '보복 기소'한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지난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현직 검사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이때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안 차장검사는 2014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검사로 재직할 때 '유우성 대북 송금 사건'을 담당하며 피해자 유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보복 기소한 바 있다.
손준성‧이정섭 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이들은 안 차장검사와 마찬가지로 곧바로 직무가 정지되고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면 직무에 복귀하지만 반대로 탄핵을 결정하면 즉시 면직된다. 민주당 의총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는 민주당이 제출한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통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요구 등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 등 3건의 국조 요구서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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