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0여개 원전 가동국들 마피아적 동병상련
일본의 '해양법협약 194조 2항 위반' 모르쇠
투기에 맞대응한 ‘중국의 정치적 동기’에 더 관심
후쿠시마 수산물 시식한 미국대사의 '정치적 계산'
다시 유엔 해양법협약(조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제194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 경감, 규제하기 위한 조치’ 제2항을 들여다 보자. 그것은 이렇게 돼 있다.
“모든 나라는 자국 관할 또는 관리하의 활동이 다른 나라 및 그 환경에 대해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국 관할 또는 관리하의 사건 또는 활동 때문에 생기는 오염이 이 조약에 따라 자국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구역을 넘어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엔 해양법협약 제194조 제2항 위반한 일본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은 바로 이 유엔 해양법협약 제194조 제2항에 위배된다. 그들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오염이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 너머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한국 중국 등 이웃 나라 및 그 환경을 오염시켜 손해를 주고 있거나 줄 가능성이 크며,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로 생성, 방출된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이 일본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하는 구역을 넘어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을 분명하게 어기고 있다. 명백히 국제법 위반이다.
일본의 조치, 자국 이익 극대화 겨냥
일본이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위해 취한 조치는 자국 기업이 만든 액체처리시스템인 알프스(ALPS)로 핵오염수에 포함된 핵종들을 여과(어떤 핵종들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여과했는지 조사 수치를 공개하지 않아 알 수가 없다)하고, 여과되지 않는 트리튬(삼중수소) 등의 방사성 핵종들을 바닷물로 희석해서 방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조사를 의뢰해 이런 조치들을 거친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과정이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받아내 공표한 것이 전부다.
일본이 취한 것은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 바깥으로 오염이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아니라, 일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핵오염수의 자국 내 장기보관, 모르타르화한 뒤 봉인, 지하 매설, 지층 주입, 수증기 증발 등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 바깥으로 오염이 확대되지 않게 해 줄 다른 처리방식들을 배제하고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 자국에겐 이익이지만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 바깥으로 오염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해양 투기를 강행했다.
일본이 해양 투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
일본이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강행하고도 그로 인한 오염이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 너머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다.
그것은 일본이 해양에 투기한 후쿠시마 핵오염수에 포함된 모든 방사성 핵종들을 완벽하게 제거해 그것이 이웃 나라의 주권적 관할 구역 너머로 확산되더라도 그곳 바다를 전혀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지금 IAEA와 몇몇 핵 전문가들을 앞세우고, 미국 등 구미지역과 한국 정부의 평가를 앞세워 그들이 해양에 투기한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무해하다거나, 이웃나라들의 주권적 관할 구역의 바다로 오염을 확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가능한 무해 무오염 입증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태평양 바다에 흘려보내고 있는 1백만톤이 훨씬 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가 인체나 생태계에 무해하며,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을 넘어 이웃 및 태평양 연안, 도서국들의 주권적 관할 구역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일본쪽 주장이 입증되진 않는다. 그것만으로는 ALPS가 전혀 걸러내지 못하는 반감기 12.3년의 트리튬(삼중수소)과 탄소 14(C-14) 등의 핵종들이 무해하다는 걸 입증할 수 없다. 그리고 트리튬과 탄소 14 등 ALPS가 걸러내지 못하는 방사성 핵종들은 해양 투기 이후 일본의 주권적 관할 구역을 넘어 바로 타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으로 확산되면서 그곳 바다를 ‘오염’시킨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이 삼중수소 등에 의한 ‘오염’은 1대 1200 배율의 희석을 통해 인체와 생태계에 무해하다고 주장함으로써 유엔해양법협약 제194조 2항을 어기지 않는다고 주장하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이코노미스트> “심각한 일본관리의 부패와 무능 거짓”
<이코노미스트>는 30일 ‘중국이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는 기사에서, 일본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ALPS로 거르고 바닷물로 희석해서 방류하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트리튬이라는 해로울 수 있는 핵종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그 위험 정도가 낮아서 걱정할 것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많은 과학자들은 IAEA가 그랬듯이 일본의 해양투기를 지지하고 있다고 썼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렇지만 일본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면서, 일부는 방류되는 핵오염수의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썼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관리들의 부패와 무능 그리고 거짓(속임수)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동부) 대지진과 거의 동시에 발생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당시 일본 집권당은 민주당이었지만,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일본 관리들의 ‘부패와 무능과 거짓’ 수준은 그 몇 년의 짧은 기간 뒤 권력을 탈환해서 지금까지 집권하고 있는 자민당, 특히 2012년 말의 아베 신조 제2차 집권 이후 지금의 기시다 후미오 정권에 이르는 자민당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해양 투기 구실인 '공간 부족' 주장 정말인가?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로 가장 앞세운 것이 폐로(사고원폐기)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녹아내린 핵연료 더미 등을 끄집어 내서 처리할 장소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염수 저장탱크들 자리를 비워 공간을 마련해야 하고, 따라서 저장탱크들 속의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자로 설계자인 공학박사 고토 마사시는 핵연료 더미를 끄집어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설사 끄집어 내더라도 그것을 처리할 공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폐로작업 진행공간 부족이 해양 투기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문제의 사고원전 전경을 찍은 사진들을 보면, 부지 내에도 아직 빈 공간이 있고, 부지 주변이 온통 야산 언덕처럼 펼쳐진 땅이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확장해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보인다. 고토 박사는 지금의 오염수 저장탱크 크기를 100배 정도 더 키우면 100년을 저장해 둘 공간도 지금 부지 내에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자민당 정권이 내세우는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 무해 주장, 자국의 주권적 관할 구역 이외의 구역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주장을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핵분열과 그 에너지 활용,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 관한 인류의 연구 역사와 지식은 아직 일천하며, 핵분열 에너지 활용에 따른 부작용 등 위험요소들에 대해 아직 제대로 모르는 부분도 많다. 누구도 절대 안전, 무해를 주장할 수 없다.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대응’에 더 관심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처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한 더 본질적인 문제, 즉 일본이 왜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해양 투기를 강행하는 것인지, 그것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서방언론은 물론 한국의 언론들도 별 관심이 없다.
<이코노미스트>의 이번 기사 제목이 말해 주듯, 이 잡지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자체가 안고 있는 ‘일본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해양 투기에 반응하고 반발하는 ‘중국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 특히 중국쪽이 그렇게 움직이는 ‘정치적 동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4일 일본이 해양 투기를 시작하자마자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금지하는 강수를 두었다. 중국정부는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에 반발하며 반일 조짐을 보이는 중국 대중의 반응을 방치함으로써 사실상 그것을 부추기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정부가 그렇게 하는 것에는 예컨대 최근 미중분쟁 와중에 친미 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불만 내지 경고, 지난 18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이 상징하는 한미일 3국의 준동맹적 결속 및 대중국 견제 강화에 대한 불편함과 맞대응이라는 정치적 동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서방과 한국 언론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코로나 엔데믹과 ‘중국 리오프닝’ 이후의 어려운 현실, 즉 중국경제의 급속한 재부상을 기대했던 예상과는 달리 부동산 위기, 수출, 소비, 투자의 부진 속에 디플레와 소득 감소, 높은 청년실업 등으로 커지고 있는 내부 불만을 다스리는데, 중국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불러일으킨 반일감정을 호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가서 수산물 시식한 미국대사
서방 언론과 한국 언론에서 이런 류의 관심방향과 분석은 비교적 찾아보기 쉽지만, 그런 문제를 야기한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와 관련한 ‘일본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박약하다. 대체로 원전 대국들인 서방 국가들(일본과 한국 포함해서)을 포함한 세계 30여개 원전 가동국들의 동지애적(마피아적) 동병상련 때문인가.
31일 후쿠시마 현 소마 시를 찾아간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현지의 수산물을 직접 먹어 보이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안전을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펼친 것은,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수 조치 배면에 깔려 있는 중국의 정치적 동기에 대한 미국의 '정치적 계산' 또한 그 배경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일본정부 손 들어준 한국정부의 자승자박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해양오염이 그 주권적 관할 구역 바깥으로 확산될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그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은 한국의 집권세력은 일찌감치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손을 들어준 뒤 자국민에게 그것이 옳으니 받아들이라고 설득하는데 수백억의 돈을 쓰고 있다. 일본에서 얘기하는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따른 풍평(소문)피해로 한국 수산업계와 소비자들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그것을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아니라 소문에 흔들리는 자국 소비자들과 정치적 비판세력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로 인한 한국 수산업계의 수천억 규모에 이를 피해 지원도 당연히 한국민의 세금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금지라는 “예상외의” 강수로 자국민의 피해가 커지자 풍평피해 대책으로 마련해 둔 800억 엔 기금을 더 늘리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 대체지역 개척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본 수산물의 중국 수출에서 단일품목으로 가장 인기가 높고 많이 팔린 것은 홋카이도산 가리비다. 일본이 물색할 중국 외의 가리비 수출 대체지라면, 선호도나 수입 능력, 예상 수입규모 면에서 가장 유력한 나라로 한국을 꼽지 않을까. 정부가 일본의 해양 투기 핵오염수 무해론을 펼치며 많은 돈을 들여 자국민을 설득하고 있는 판이니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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