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 “‘오염수 제로’ 약속 이행 불가”
2051년까지 이대로 가면 108만톤 새로 생겨
도쿄전력, 지하수 유입 차단벽 5년 뒤 검토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 “구름잡는 얘기” 비판
한국정부 런던협약 당사국 총회서 일본지지
지난 5일 후쿠시마 핵 오염수 두 번째 해양 투기가 시작됐다. 2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투기에도 첫 번째 투기 때와 같은 약 7800톤의 핵 오염수를 해저터널을 통해 사고 원전 앞바다 약 1킬로미터 지점의 바닷속으로 흘려 보낸다. 올해는 이와 같은 투기를 4차례 해서 모두 약 3만 1200톤을 바다에 버리게 된다.
2051년 핵오염수 134만 톤+108만 톤
그런데 이렇게 버려도 계속 새로운 오염수가 하루 1백톤 정도씩 생겨난다. 도쿄전력은 사고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1천여 개 저장탱크에 지금까지 모아 놓은 총 134만톤이 넘는 오염수를 2051년까지 다 처리(투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매일 새로 생겨나는 오염수도 그때까지는 다 처리하겠다는 얘기다. 매일 1백톤씩 새 오염수가 생긴다면, 단순계산으로 한 달에 3000여 톤, 1년이면 3만 6000여 톤, 10년이면 36만여 톤, 28년 뒤인 2051년까지면 108만여 톤이 새로 생긴다.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새 오염수 증가의 원인인 지하수나 빗물 등이 제1원전 내의 멜트다운된 원자로 1~3호기 핵연료 잔해 등의 핵 폐기물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거나, 핵 폐기물 자체를 수거해 따로 처리하면 핵 오염수 증가를 멈추게 할 수 있다.
새 핵 오염수는 부서지거나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 등의 폐기물을 식히는 냉각수에 외부의 빗물이나 지하수가 계속 스며들어 핵 폐기물과 접촉함으로써 생겨난다. 따라서 핵 오염수의 증가를 막으려면 지하수와 빗물이 스며들어 핵 폐기물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된다.
그런데 5일 열린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검토회에서 처리 주체인 도쿄전력은 그것을 막기 위한 아무런 구체적인 처리방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핵 오염수 구체적 대책 5년 뒤에나 검토 가능
도쿄전력은 장래의 오염수 대책 후보안들에 대해 설명을 했으나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검토는 5년 이상 더 지난 뒤에야 가능하다고 한 모양이다. 이 소식을 전한 <도쿄신문>은 “‘오염수 제로’라는 난제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대로 가면 2051년까지 핵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도쿄전력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검토회에서 규제위원회의 반 노부히코 위원이 “처리수(핵 오염수)의 해양 방출이 시작됐으나, 먼저 발생원인인 오염수를 억제해야 한다”며 도쿄전력에 대책을 물었다.
그러자 도쿄전력은 앞으로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한 대책들을 제시했다. 원전 건물 지하에 건물을 에워싸는 철판 등의 구조물을 만들어 지하수를 막는 법, 지하의 건물 지반에 특수 액체를 주입해서 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는 법 등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지금 실행할 수가 없다. “작업환경이 고선량(높은 방사선량)”이고 “대량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등의 악조건 때문이다. 도쿄전력이 제출한 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다.
그래서 2028년도를 목표로 조사를 해서, 앞으로의 작업 추진방책을 구체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이 대책이라고 내 놓은 것이 그것뿐이라며, <도쿄신문>은 그것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구름잡는 얘기”
“구름잡는 듯한 도쿄전력의 설명에 대해 반 노부히코 위원은 ‘무엇이 가능한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며 곤혹스러워했다. 다른 참석자도 ‘최종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도쿄전력 담당자는 ‘앞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자세한 설명을 하지 못해,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없었다.”(<도쿄신문> 10월 5일)
도쿄전력은 원전 폐기(폐로)작업 완료 목표를 2051년까지로 잡고 그때까지 핵 오염수 해양 투기도 끝내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그 전제가 되는 오염수 발생을 중단시킬 방책이 없어서 해양 투기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고 신문은 결론을 내렸다.
원전건물 주변 지하수 차단벽 설치도 불가?
도쿄전력이 전에 지하수를 차단하기 위해 원전 건물 주변 땅을 전기로 얼려 일종의 빙벽을 만들었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오염수 처리를 위한 일본정부 홍보물에도 그림까지 그려 그렇게 설명했다.
높은 방사선량과 대량 폐기물 발생으로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때는 어떻게 그 작업을 했을까. 그리고 지금 매일 100톤 이상 불어나는 핵 오염수는 어떻게 수거해서 저장탱크에 담고, 해양 투기를 위한 배관작업 등은 또 어떻게 했을까.
멜트다운된 원자로들이 들어 있는 외부건물 주변을 파서 거기에 콘크리트 구조물 방벽을 만들어 주변 지하수의 유입을 막는 작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건물 외부의 방사선량이 높다면 그런 작업들은 어떻게 한 것인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어떻게 현장점검을 하고 있는 것인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처리방법으로 해양 투기 외에 핵 폐기물을 지하 깊숙이 매설하거나, 콘크리트 등으로 원자로를 봉합하거나, 오염수를 증기화해서 처리하는 것 등 모두 5가지 정도를 검토했고 그 중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 투기 쪽을 택했다. 나머지 4가지는 모두 일본 영토 내에서 일단 처리가 될 수 있지만, 해양 투기는 바다를 통해 이웃나라와 섬나라들은 물론 전 세계로 방사성 물질을 퍼뜨리는 위험을 안고 있는데도 일본은 나라 안팎의 반대를 무시하고 그 방식을 택했다.
못 막는 것인가, 안 막는 것인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그 연장선상에서 핵 오염수 처리를 마찬가지로 비용 최소화라는 방침 아래 강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새 오염수 발생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전혀 세워 놓지도 않고 막연히 먼 장래에 구체화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대책없이 오염수가 생기는 대로 바다에 그냥 계속 버리겠다는 것 아닌가. 그것이 일본이 치러야 할 비용과 위험을 사고와는 무관한 이웃나라 등 외부 세계로 전가함으로써 일본으로서는 ‘가장 값싸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것이 원전 건물 주변을 일정 깊이로 파고 거기에 콘크리트 차단 구조물을 만드는 비용과 수고조차 절약하게 해 주니까.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액체처리시스템(ALPS)으로 핵 오염수의 수백 수천 종 핵종들을 사고 원전 현장에서 다 걸러내고 삼중수소도 바닷물로 희석해서 안전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바다에 흘려 보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원전 건물에서 일정 거리를 둔 바깥 땅을 파고 지하수 유입을 막는 콘크리트 방벽을 만드는 것조차 높은 방사선량 때문에 위험해서 5년 뒤 10년 뒤에야 그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는 얘기를 믿으라는 것인가.
<도쿄신문> 6일 보도를 보면 그런 의문이 든다.
런던협약 당사국 총회서 한국정부 일본 지지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5일 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본부에서 열린 제43차 런던협약 제18차 런던의정서 당사국 총회에서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문제를 다뤘다.
이날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 세션에서 당사국들은 일본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입장을 각각 약 50분에 걸쳐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대표, 그리고 그린피스 대표는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중국)이며 런던협약, 런던의정서에서 방사성 물질 해양 투기를 금지하고 있는 조항 “위반”(러시아)이라며 계속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한국대표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 첫 방류가 IAEA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의해 과학적, 기술적 측면이 검토되고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방류계획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일본과 일본의 해양 투기를 지지 또는 묵인하고 있는 서방 주요국들의 견해와 대체로 일치한다.
일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 나라와 달리 한국은 바로 이웃인데다,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한국정부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 그들과 손잡고 함께 작업을 벌인 IAEA를 무조건 믿는다고 고백하는 것 외에 내놓은 대책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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