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비자 입국 대상서 일본 제외…보복성인가

일본, 첨단 반도체 장비 통제…중국 "곧 맞대응"

"일본 기업, 거대 중국 시장 상실로 참패 직면"

중‧일 아시아국장 도쿄 회동…핵 오염수 평행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미일 양자 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안보 동맹 등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2023.05.18. A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미일 양자 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안보 동맹 등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2023.05.18. AP 연합뉴스

핵 오염수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반도체 문제로 옮겨붙었다.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 계획에 대한 일본의 강행 방침에 반발해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사실상 수입 규제에 들어간 데 이어, 이번엔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23일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통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아사히와 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의 무역 관련 법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날부터 첨단 반도체 노광·세정‧검사 장비 등 23개 품목을 수출할 때 포괄 허가 지역인 미국, 한국, 대만 등 42곳을 제외한 중국 등에 대해서는 개별 허가 절차가 적용된다. 23개 품목에는 반도체 회로 미세 가공용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포함된다.

이로써 일본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은 사실상 금지되고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산업은 앞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 조치가 특정국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군사 목적의 전용 방지를 위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통제에 보조를 맞춘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은 작년 10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중 수출과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날 일본에 이어 네덜란드도 오는 9월 1일부터 의무적 수출 허가 조치에 들어간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찍힌 반도체 회로기판 위의 중국 오성홍기. 2023 02 17. 로이터 연합뉴스
'메이드 인 차이나'라고 찍힌 반도체 회로기판 위의 중국 오성홍기. 2023 02 17.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첨단 반도체 장비 통제…중국 "곧 맞대응"

중국도 조만간 맞대응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깊은 유감과 불만을 표시한 뒤 "일본이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엄수하고,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해 양국의 정상적인 반도체 산업 협력을 방해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촉구한다"서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 조치의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우리의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도 이날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 '전략적인 원자재 수출 금지' 등의 조치가 "곧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수줴팅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일본이 반도체와 관련 산업에서 대중 협력을 약화하고자 경제 사안을 정치화하고 국가안보 개념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다음 달부터 통신·군사 장비용 등 반도체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통제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두 광물 세계 생산량의 중국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세계 반도체 산업 현황을 보면, 퀄컴과 인텔 등 미국은 반도체 다지인, ASML 등 유럽은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일본은 소재와 반도체 장비,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TSMC가 있는 대만은 파운드리 분야에서 각각 선두 주자다.

반면 중국은 소재와 부품, 패키징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 그리고 중국은 2022년도에 세계의 3분1에 달하는 1804억 달러의 반도체 판매를 기록해 단일 부문으론 세계 최대 시장에 올랐다.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가봉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3 04 19. AP 연합뉴스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가봉 정상회담에서 발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3 04 19. AP 연합뉴스

"일본 기업, 거대 중국 시장 상실로 참패 직면"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본토)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은 57억 달러로서 일본의 이 분야 수출의 30%를 차지함으로써 중국이 일본의 최대 시장이었다.

베이징 다루이 경영컨설팅의 마지화 창업자는 1980년대 미-일 반도체 전쟁으로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거대 기업이 무너진 역사를 거론하며 "거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 상실로 현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또다시 '워털루'(참패)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 창업자는 "중국에는 맞대응 방안이 많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에 대한 잠재적 수출 금지와 함께, 중국을 봉쇄하려는 미국과 일본 정부의 움직임을 동조하는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맞춤형 조치들이 있다"며 "이런 조치들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의하면, 중국 상무부는 미국과 동맹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가 미칠 영향에 대한 주요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세미나를 열었으며, 여기서 기업들은 중국 정부에 효과적 대응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은 이날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 재개 대상국을 발표하면서 당초 예상됐던 일본과 싱가포르, 브루나이 3개국 가운데 일본만 제외했다. 전날 일본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에 대한 보복 성격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일본에 대한 불만 표시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 8일 베이징의 한산한 수산시장 모습. 중국 당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의 안전성을 인정해 준 뒤 수입 음식물 특히 수산물 안전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일본 특정지역 음식물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07.08. EPA 연합뉴스
지난 8일 베이징의 한산한 수산시장 모습. 중국 당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의 안전성을 인정해 준 뒤 수입 음식물 특히 수산물 안전검사를 강화하는 한편 일본 특정지역 음식물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07.08. EPA 연합뉴스

중국, 무비자 입국 대상서 일본 제외…보복성인가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둘러싼 중‧일 간 싸움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가 거듭 핵 오염수의 '여름철 방출' 방침을 확인하자, 이달 들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선 검사를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수입 금지 조치나 다름없다.

아사히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선 검사를 강화하고 수입 허가도 잘 내 주지 않아 중국 수입업자들이 일본산 수산물 구입을 중단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일본 수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와 관련, 21일 도쿄 농림수산성에서 진행된 식품수출 촉진회의에서 전국지사장회 회장 히라이 신지 돗토리현 지사는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에게 핵 오염수 문제로 "중국에서 통관에 1개월이 걸리면, 수산물은 사실상 수출할 수 없게 된다"며 "이런 장애는 단체의 사업자나 농업단체에서 해결할 수 없으니 정부 차원의 교섭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무라 농림수산상은 이날 내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현지의 통관 상황 등 상세한 사정을 확인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현행 규제의 조기 철폐를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규제를 더 강화하지 않도록 관계 성청과 협력해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0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도쿄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7.20. EPA 연합뉴스
지난 20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도쿄 시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7.20. EPA 연합뉴스

중‧일 아시아 국장 도쿄 회동…핵 오염수 평행선

그러나 중국 정부의 대응 자세는 일관되다. 마오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 제한 취소 요구에 "일본의 해양 방출 계획에 대한 중국의 반대와 그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인민 중심의 통치 철학을 견지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일본은 22일 도쿄에서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를 논의했으나 평행선을 달렸다. 중국의 류진쑹 외교부 아주사(아시아국)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핵 오염수 투기에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중국 측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한편 장호진 외교부 1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24일 오전 통화를 통해 일본의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에 관한 허위 정보의 확산 방지를 위한 협력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방위 홍보전을 펼치는 일본 정부는 최근 'ALPS 처리된 물은 왜 안전한가', '해양 방출 이외 대체안은 있는가' 등 해양 방출 이외에 대안이 없음을 두 편의 2분짜리 영어 동영상을 외무성 유튜브 공식 채널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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