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애로 해소와 규제 완화가 대부분
드론 비행 구역 확대·융복합 산업단지 조성 등
수출 현장의 절박함 찾아볼 수 없어
중국 경기 둔화로 하반기 수출 전망도 막막
수출 부진 극복하려면 대중 관계 개선 시급
정부가 부진에 빠진 수출을 살리기 위한 비상대책 회의를 수시로 열고 있지만 엉뚱한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에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날도 실효성 있는 수출지원 대책은 내놓지 않고 신산업 투자 촉진을 위한 현장 애로 해소와 국가 마이데이터 혁신 추진전략, 공공선박 발주제도 등 대부분 규제 완화에 대한 것이었다. 수출과 투자 활성화 항목도 있었으나 수소충전소 안전기준 마련, 충북 오송 융복합 산업단지 조성, 세종·대전 시내 드론 비행 구역 확대 등 수출 지원과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수출 현장의 절박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로 하반기에는 수출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중국이 극심한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수출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과 공급망 재편 등으로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이 줄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의 총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6%에 달했다.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는 약 45%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중국은 수출과 투자, 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악화일로에 있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위기의 진원지다. 최근에는 대형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경제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며 중국경제는 활력을 잃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7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3월 리오프닝 효과로 소매 판매 증가율은 10.6%까지 올랐다가 6월 3%대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에는 2%대로 주저앉았다. 중국의 소비 둔화는 한국의 대중 수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14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줄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판매가 부진하자 현지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있다. 일부 공장을 매각했고 가동률도 낮추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했던 현대제철도 반기보고서를 통해 베이징법인과 충칭법인 매각 방침을 밝혔다. 삼성전자 등 다른 한국 기업도 중국 내 사업을 줄이고 있다.
수출 부진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매출은 다소 늘었으나 이익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이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615개 상장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390조547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3조1083억 원으로 52.45%나 감소했다. 2005년 통합 거래소 출범 이후 영업이익의 낙폭이 가장 컸다. 적자 기업이 늘고 부채비율도 높아지는 등 재무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려면 수출 회복이 필수적이다. 대중 수출 감소 폭을 줄이는 게 최대 관건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대중 수출의 추세적 감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중국에 편중된 수출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의 중요한 수출 시장이다.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경제 외교에서 탈피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한중 관계가 좋아야 한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출 기회가 많아지고 대중 수출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다. 수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등 상투적인 대책만으로는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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