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도 높은 생활물가 1.8%…28개월 만에 1%대 상승
근원물가도 3.9% 그쳐…신선식품은 전월비 4.4% 올라
기저효과 극심…채소류 전월비 7.1↑ 전년동월비 5.3%↓
최근 국제 유가 오름세, 기후 영향 등 감안하면 불안 여전
소비자물가가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진 석유류 가격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작년 동월보다 2.3% 올랐다.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에 이어 지난달까지 계속 낮아지고 있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 충격으로 급등락하는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 1월 5.0% 이후 6개월째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달에는 3.9%로 떨어졌다. 지난해 4월(3.6%)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체 458개 품목 중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보다 1.8% 상승,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1%로 내려앉았다. 다만 식품 부문은 장마로 인한 수해 등의 영향으로 4.1%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석유류였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유종별로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경유 33.4%, 휘발유 22.8%, 자동차용 LPG 17.9%가 각각 하락했다. 이같은 석유류 가격 하락은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을 1.49% 떨어뜨린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둔화 흐름을 보였다.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은 0.0%까지 내려갔고, 폭등을 거듭해 오던 전기·가수·수도의 상승률은 21.1%로 2022년 9월(14.6%) 이후 가장 낮았다.
무더위와 폭우 등 기후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신선식품지수 전월 대비 4.4%,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가 각각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지난해 7월 폭우 등으로 신선식품지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전월비 6.9%, 전년 동월비 13.0%나 됐다.
기저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은 채소류다. 채소류 물가는 전월 대비 7.1%가 올랐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5.3%가 떨어졌다. 채소류 물가가 전월보다 오른 것은 지난 3월(1.0%) 이후 4개월 만이다. 특히 상추(83.3%), 시금치(66.9%) 등의 물가가 전월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사과(22.4%), 고등어(9.2%), 닭고기(10.1%), 고춧가루(8.3%) 등이 높았다. 국산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4.1% 내렸고, 오징어 등 수산물 물가는 5.9% 상승했다.
8월 이후 물가 동향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는 분위기이고, 7월말에 집중됐던 폭우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다면 채소류를 비롯한 여러 품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까지는 작년의 기저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측면도 있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에는 이러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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