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오염수 민심 르포 ④] 여수 해상 가두리 양식장

"소비심리 위축…가격은 떨어지고 재고 늘어나고"

"9월에 돔 안 팔리면 우럭 사룟값은 어떻게 하나"

'세슘 우럭' 때문인가…"우럭 치어 입식 31% 감소"

"수산물 먹으라 권할 게 아니라 신뢰 회복이 먼저"

"정부, 일본 옹호해 반발만…특별법 보완해야"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가 작업을 하는 모습. 2023.7.11. 김성진 기자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가 작업을 하는 모습. 2023.7.11. 김성진 기자

인류 생명의 원천인 바다가 위협받고 있다. 삼면을 둘러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일궈온 우리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 분노가 넘치고 불안이 들끓어도 정부는 '나는 모른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목전에 둔 성난 민심을 전한다.

비가 온 뒤 날씨가 갠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도 일주도로를 따라 돌산항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몇 번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추었다가를 반복하자 이윽고 멀리 여수 가막만(灣)이 펼쳐졌다. 굴, 홍합 등을 키우는 양식장의 부표가 바둑알처럼 떠 있고, 희미한 격자무늬로 반짝이는 가두리 양식장 사이로 작은 배들이 오갔다. 목적지인 돌산읍 군내리에 이르자 바다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반찬 삼아 점심을 먹었다.

이날 기자가 만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는 아버지에 이어 25년째 해상 가두리 양식업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해상 가두리 양식은 네모난 그물 가두리 시설을 바다에 띄워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의 한 종류다. 가로 6m, 세로 6m 크기의 그물 가두리 시설 1칸을 '1대'라고 부르는데, 우 씨는 이러한 가두리 시설 42대에 우럭 6만 마리, 돔 3만 5000마리, 능성어 5000마리 등 총 1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우 씨는 요즘 출하를 2개월가량 앞둔 돔에게 사료를 주느라 바쁘다. "수온이 높은 지금은 돔이 한참 잘 클 때예요. 우럭은 4~5일에 밥을 한 번씩 주지만 돔은 매일 밥을 주죠."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통상 24~30개월 물고기를 키워서 9월부터 이듬해 5월 사이에 판매한다. 우 씨의 양식장에 있는 돔은 2021년 5~6월에 치어(알에서 깬 지 얼마 안 된 어린 물고기)를 넣어 2년 넘게 키운 것이다. 지난해 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여수 양식장에서만 300만 마리에 가까운 물고기가 폐사했는데, 그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자식 같은 돔이다. 하지만 우 씨는 요즘 근심이 깊다. 그가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팔아야 할 물고기만 60톤(6만 ㎏)이고, 1㎏ 돔만 해도 30톤(3만㎏, 3만 마리) 이상 팔아야 하지만,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사무실에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7.11. 김성진 기자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사무실에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7.11. 김성진 기자

우 씨는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이 소비가 감소하지 않았다는 말을 했었다"며 "그런데 문제는 지금 판매 단가가 훨씬 싸고 재고는 더 많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수산물 전문 유통 플랫폼인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수산시장에서 500g 내외 양식 우럭 평균 시세는 지난 5월 3만 3000원이었다가 7월 2만 6400원까지 떨어졌다. 그는 "단가가 싸고 재고가 많으면 사람들을 많이 팔고 사게 되어 있는데 소비가 예전하고 비슷하다는 말은 우리로서는 소비가 준 것"이라며 "위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하지만 여기에선 그렇지 않다. 단가가 낮아졌는데도 소비가 그대로인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소비 의향이 많이 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의 걱정이 괜한 게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방류가 시작될 경우 수산물 소비량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냐'는 질문에 72.3%가 매우 또는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다. 매우 또는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10.6%,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16.1%였다. 위축된 소비심리가 산지에 도달한 것이다. 양식업자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우 씨의 경우, 후쿠시마 핵 오염수에 따른 소비 위축을 걱정해 지난해부터 치어를 전혀 들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가사업으로 받은 능성어 치어만 일부 키울 뿐이다. 농사로 치면 파종하지 않고 밭을 놀리는 셈이다. 2년 이상 물고기를 키워야 하는데 사룟값을 들이며 키워도 제대로 값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치어를 넣지 않은 것이 1차 산업을 하는 사람의 '도리'에 맞느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관리하고 밥을 먹이는 게 어마어마하게 힘든 일이거든요."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가 치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7.11. 김성진 기자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가 치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7.11. 김성진 기자

우 씨는 9월부터 돔이 팔리지 않는 상황을 우려한다. "9월에 돔을 못 팔기 시작하면 겨울에 5개월 월동해야 하니까 (사료를 많이 먹여서) 영양가를 비축해서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런데 10월이 되면 냉수성 어종인 우럭이 (먹이를) 먹기 시작하는데, 사룟값은 어디서 낼 거냐 그거예요." 돔을 팔아서 우럭 사룟값으로 써야 하는데 돔이 팔리지 않으면 자금 조달이 힘들어진다는 말이다. "100에 팔아야 할 것을 30~40에 팔면 사료 비용도 안 되는데, 자금 묶이고 시달리는 것이 너무 힘들거든요. 안 먹이면 상품성이 없어지잖아요. 내가 굶었으면 굶었지, 얘네들(물고기들)은 못 굶기거든."

치어를 넣지 않은 것은 비단 우 씨만이 아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우럭의 치어 입식량(치어를 양식장에 넣는 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5월 치어 입식량은 4300만 마리로 전년 대비 31%나 줄어들었다. 6월 치어 입식량을 고려하더라도 전년,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KMI는 "불법 우럭 종자 생산량이 증가해 입식량이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는 현장 의견이 있다"고 밝혔지만, 양식장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우 씨는 "우럭이 뭔가 이슈가 돼서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우 씨는 인근 양식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작은 동력선으로 5분 정도 나가니 양식장에 오를 수 있었다. 사람 1명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네모 가두리 시설 위로 우 씨는 성큼성큼 걸어갔다. 파도가 칠 때마다 균형 잡기 어려웠지만, 그는 편하게 서서 치어에 대해 설명했다. 먹이를 조금 던져주자 수면에 올라온 치어들이 반짝였다. 시설을 둘러본 뒤, 아슬아슬한 가두리 시설 위를 걸어 양식장 옆에 지은 작은 휴게실로 가니, 오전부터 나와 있는 박평운(63)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경력이 30여 년이라는 그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양식장에 있다고 한다. 매일 사료를 줘야 하니 여행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전했다.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박평운 씨(63)가 장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보다 10분의 1로 위탁판매고가 줄었다. 2023.7.11. 김성진 기자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 해상 가두리양식장에서 박평운 씨(63)가 장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비슷한 기간보다 10분의 1로 위탁판매고가 줄었다. 2023.7.11. 김성진 기자

하지만 박 씨도 여느 양식업자와 마찬가지로 요즘 주름살이 부쩍 늘었다.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보여줄 것이 있다며, 숫자가 빼곡하게 적힌 장부를 꺼냈다. 그는 "2022년 1월 1일부터 6월 13일까지 위탁판매고가 1억 3000만 원이었는데, 2023년은 오늘이 7월 6일인데 1800만원을 팔았다"며 "지난해 대비 10분의 1 정도로 판매가 아예 안 된다. (물고기를) 사러 오는 사람이 없는데, 안 먹는다는 얘기 아니겠냐.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에 쌓인 사료 포대를 만지며 "비싼 거 한 포대가 5만~6만 원 정도 하는데 이거라도 아껴가면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럭, 농어, 돔 등 치어를 양식장에 넣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다가오면서 걱정이 깊다고 한다. "양식업자가 종묘(치어)를 빼놓고 아무것도 안 되지 않느냐. 그래서 넣었다. 앞날은 불투명하지만 올해 12월까지 기다려볼 생각"이라면서도 "무기력한 상황이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주변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대화도 많이 했는데, 힘이 빠져서 하고 싶은 얘기도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일본 대변자 역할만 할 게 아니라 서민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IMF도 덤덤하게 지나갔다는 이들 바닷사람에게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사태는 그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소비자들에게 물고기를 많이 먹어달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수산물 안전과 관련해 '신뢰 회복'을 하는 것이 먼저라는 말을 했다. 우 씨는 "'시푸드 프롬 노르웨이'를 모두가 인정하듯이 '시푸드 프롬 여수'로 수산물 '안전'에 대한 브랜드를 선점해야 한다"며 "어떤 수산물이든 안전함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국가가 법을 고치거나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거나, 검증 장치를 거쳐서 안전성을 인증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에서 배를 타고 양식장으로 향하는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의 모습 2023.7.11. 김성진 기자
지난 6일 전남 여수시 돌산읍 군내리 돌산항 인근에서 배를 타고 양식장으로 향하는 우성주 씨(50·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연합회장)의 모습 2023.7.11. 김성진 기자

그는 정부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정부가 신뢰 회복을 못하고, 오히려 이상한 소리만 해서 반발만 사고 있다. 굳이 일본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아도 되는데, 너무 옹호하다 보니까 그냥 무조건 안전하다고 한다"며 "그러다 자기들 말을 입증하기 위해 어민들이 무슨 피해 봤냐는 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는 막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그는 이후의 상황에 대해선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지 못한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 씨는 "피해는 오염수 방류 자체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직간접적 피해를 인정하는 게 맞다"면서 "피해 어업인 지원 및 해양환경의 복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 어민들의 타격이 크다. 1년 안 팔리면 양식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양식 수산물에 대한 정부수매 등 즉각적인 조치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