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피해자 주장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했다?
김재련 등 숱한 폭로 중 두 가지만 '성희롱' 판단
'섹스 알려주겠다' '무릎에 입술 접촉' 등 배척해
목격자 "비서가 먼저 네일아트한 손 내밀어" 증언
남은 건 텔레그램 메시지…실체와 경중 따져봐야
죽음보다 비참한 양상 예견했을 박원순의 선택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의 상영을 격렬히 반대하는 점에서는 조선일보나 한겨레나 차이가 없다.
이들 언론이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단정하는 주된 근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 내용이다. 그래서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박원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 노력했다"는 다큐 제작진의 호소는 간단히 무시된다. 조선일보의 경우 관련 기사에서 "인권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1년 피해자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면서 "그럼에도 다큐 제작에 나선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은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언론 대부분이 마찬가지지만 수구-진보 양측을 대표하는 두 신문이 소위 박원순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 기울인 노력은 거의 전무했다. 처음부터 '피해-가해' 관계를 기정사실화한 채 박 전 시장의 갖가지 성폭력 사례를 폭로하는 측의 주장만 맹목적으로 추종했을 뿐, 그와 배치되는 증언‧증거들은 철저히 무시하거나 최소화해 보도하는 논조로 일관했다.
그런데 이들 언론이 금과옥조로 삼는 인권위의 조사 결과는 실제로 '피해자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을까. 법원이 인정한 혐의는 어디까지며, 그 사안의 '경중'은 상식인들이 판단할 때 어떤 정도의 내용일까. 고인은 물론 유족 측에게까지 혐오의 극언들이 빗발쳤던 것처럼, 박 전 시장이 생전 극악무도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일반의 인식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할까.
박원순이 극악무도한 성폭력?…김재련 등의 갖가지 폭로 회견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들은 A씨가 서울시장 비서직을 수행하는 4년 내내, 그리고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이후에도 박원순 전 시장의 범행이 지속됐다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단정적으로 제기해왔다.
① 박원순 시장이 A씨에게 "둘이 셀카를 찍자"고 요구해 집무실에서 셀카를 촬영했고, 그때마다 얼굴과 몸을 A씨에게 밀착했으며 손으로 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② A씨의 멍든 무릎을 보고 "여기 왜 그래? 호 해줄까?"라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하는 행위를 했다.
③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즉 침실로 A씨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
④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사진과 성적인 이모티콘을 전송했다.
⑤ A씨가 2016년 1월부터 매 반기별 인사 이동을 요청했지만, 박 시장은 "그런 걸 누가 만들었냐"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A씨의 전보 요청을 만류하고 불승인했다.
⑥ 박 시장의 혈압 체크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으나 여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 박 시장은 "자기(A씨를 지칭)가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⑦ 박 시장 참모들이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성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
⑧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주어야 했고, 샤워를 마친 시장이 벗어놓은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시장 집에 보냈다. 시장이 내실에서 낮잠을 잘 때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며 여비서에게 해당 업무가 요구됐다.
⑨ 결재받을 때 비서에게 "시장님 기분 어때요? 기분 좋게 보고하게…"라며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와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
⑩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별정직 등이 '박원순 고소'가 알려진 뒤 A씨에게 전화로 ▲정치적 진영론에,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하거나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하거나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고 압박했다.
⑪ 20여 명에 달하는 서울시 동료들이 이 사건을 은폐, 왜곡, 축소하는 데 가담했다. A씨가 기억하는 내용만 하더라도 부서 이동을 하기 전에 17명, 부서 이동 후 3명이다.
⑫ 시장실 '6층 사람들' 일부가 A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거나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행위를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이 같은 폭로 시리즈가 첩첩이 누적되면서 국민 다수가 큰 충격을 받고 박 전 시장을 인면수심의 괴물이나 악마 정도로 간주하는 심증을 초기부터 형성시켰다. 아울러 당시 시장실 직원들을 박 전 시장과 공모한 범죄집단 정도로 매도하게 됐으며, 이렇게 고착된 기억들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언론이 김재련 변호사 측 주장에 반하는 의견들은 워낙 안 다루거나 사갈시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초두효과' '마이너스효과'가 작용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인권위는 두 가지만 인정…'섹스 알려주겠다' '무릎에 입술 접촉' 등 배척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2021년 1월 25일 이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A씨 측의 다른 주장은 모두 배척한 채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를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두 가지 주장만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것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앞서 6개월간 서울시청 시장실 및 비서실 현장조사를 비롯해 피해자 면담조사 2회,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 총 51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 서울시‧경찰‧검찰‧청와대‧여성가족부가 제출한 자료 분석, 피해자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감정 등을 벌였다. 그렇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자" 했는데 "피해자의 주장 외에 행위 발생 당시 이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부재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 자료가 없는 경우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권위는 또 시장실 직원들의 사건 은폐 주장에 대해서도 "동료 및 상급자들이 피해자의 전보 요청을 박 시장의 성희롱 때문이라고 인지하였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면서 "참고인들이 박 시장의 성희롱을 묵인·방조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일례로 박 전 시장이 '냄새가 맡고 싶다' '집에 혼자 있어? 내가 갈까? 나 별거 중이야' '결혼하려면 여자는 섹스를 잘해야 해' '섹스에 대해 알려주겠다' 등 성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A씨 진술에 인권위는 "피해자가 이를 받았을 당시 보거나 들은 참고인이 없고, 이 내용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되지 않아 대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A씨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하기로 결심한 후 나온 얘기여서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체 접촉 중 국민들에게 가장 끔찍한 인상을 줬던 '무릎 호' 주장의 경우,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한 참고인은 A씨가 술을 마시고 넘어져 다쳤다며 박 전 시장에게 먼저 "호 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호 해달라"고 말했다는 주체가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2명의 참고인은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고, 결국 인권위는 A씨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며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일한 신체 접촉 "손톱과 손 만졌다"…목격자 증언은 전혀 달라
A씨와 여성단체들이 줄곧 부각시켰던 '성추행'이라는 표현은 인권위 발표문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인권위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한 유일한 신체 접촉은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것인데, 그토록 무시무시했던 연쇄 폭로에 비하면 사안 자체가 경미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피해자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참고인의 진술이 근거가 됐다.
그런데 그 진실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증언이 존재한다. 네일아트한 손을 만지게 된 것은 당시 시장실에 여러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A씨가 먼저 자기 손톱에 네일아트를 했다고 자랑하며 박 전 시장 면전에 손을 들어 거듭 보여주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박 전 시장이 A씨 손을 쓰다듬거나 하는 성희롱 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는 인권위 발표 6개월 뒤인 2021년 7월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날의 목격담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박원순 시장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중 집무실 내에서 한 여성비서가 '시장님 저 네일아트 했어요. 어때요 예쁘죠'라고 손을 들이대며 자랑을 했고, 박 시장은 굉장히 어색해 했다. 옆에 있던 동료가 '요즘은 저런 게 개성이다. 잘 가꾸고 꾸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자 겨우 '그러냐'며 여비서가 내민 손을 살펴봤다. 그 여비서는 시장실에 가끔 올라갈 때 가장 오래 봤던, 인터뷰가 길어지면 '감히' 문을 열고 들어와 다음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며 끊었던 바로 그녀였다. (…) 다른 피해 주장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목격한 네일아트 자랑 건은 도대체 뭐지? 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내가 목격한 그 네일아트 자랑 건은 '성'폭력이 절대 개입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백주대낮에 중인환시리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봉수 기자는 이 글에서 자신이 뒤늦게 목격담을 털어놓은 이유를 두 가지 꼽았다. 박 전 시장에 관한 탐사 취재 결과를 '비극의 탄생'이라는 책으로 펴낸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가 그 일로 회사에서 징계를 받게 된 데다, 한겨레에서 "가해자가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보도한 게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보수경제지 기자가 이미 고인이 된 박 전 시장 편을 들겠다고 없는 일을 꾸며내 공연히 '표적'이 되는 게 무슨 득이 될 리는 만무하다.
남는 건 '부적절한' 텔레그램 내용뿐…증거는 안 내놔
인권위의 발표는 김봉수 기자의 증언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면 남는 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냈다"는 주장이다. 신체 접촉은 아니지만 이런 행위도 피해자에게 얼마든지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는 있다. 이 역시 문제는 사실의 뒷받침이다. 그러나 부적절하다는 그 메시지의 전모가 뭔지, 앞뒤 맥락이 어떤 상황이었고 구체적 증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국민들이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텔레그램 대화 내용의 물증을 A씨 측이 공개한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렌식으로 복구된 대화 내용 일부에 따르면 오히려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꿈에서 만나요' '꿈에서는 돼요' 등의 메시지를 잇따라 보낸 것으로 나타나 의문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래서 손병관 기자도 "여성단체와 인권위는 복원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왜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나. 텔레그램이 공개되면 A씨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까봐 박 시장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고 사건을 덮을 심산으로 비공개한 것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2020년 12월 29일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고소 사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이 강제추행을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혐의 없음'으로 결론지었다. "피해자의 휴대폰은 증거 가치가 없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서울지방경찰청 수사 책임자는 "직접적인 증거로 쓸만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검찰 역시 지난해 1월 3일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 수사도, 인권위 조사 결과도 없이 "박원순 성추행" 판단한 재판부
이처럼 수사기관의 혐의 규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판결은 두 건이 존재한다. 우선 인권위 조사 결과도 나오기 전인 2021년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박원순의 성추행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는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B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고, 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여부는 '별건'에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경찰 수사도, 인권위 조사 결과도 없이 당시 재판부가 근거로 삼은 건 A씨의 병원 상담·진료 기록이었다. A씨가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 호소했던 발언을 토대로 재판부가 간접적인 추정을 했을 뿐 별도로 사실관계를 심리하고 검증한 게 아니다. 병원 상담 내용 역시 종전 김재련 변호사 등의 폭로 기자회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일방적 진술인 것이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가 6개월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은 게 자신이 아닌 박 전 시장의 성추행에 따른 상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PTSD는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피고인(B씨)에 대한 배신감,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에 대한 억울함, 타인에게서 피해 받을 것 같은 불안감 등에서 온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보인다"며 박 전 시장을 PTSD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하지는 않았다.
행정법원도 물증 없이 진술 일부 신빙성만 인정…인권위 조사 수준
또 다른 판결은 박 전 시장의 배우자 강난희 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가 지난해 11월 15일 원고 패소로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인권위가 피해자 구제와 제도 개선을 위해 내린 권고 결정에 재량권의 남용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사랑해요' 등의 메시지를 먼저 보낸 사실조차 "이성 간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라기보다 부서 동료, 상하 직원 사이 존경의 표시로 보인다"고 했다. 강난희 씨 측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많이 당황스럽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항소했다.
결국 행정법원 판단은 A씨와 참고인들 진술의 신빙성을 일부 인정해 종전 인권위 조사 결과를 추인해준 수준에 그친다. 여전히 ▲박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를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이 두 가지가 인권위 및 법원에서 인정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에 관한 내용 전부다.
'실체적 진실'과 '사안의 경중' 더 따져봐야…언론은 공론장 봉쇄에만 급급
앞서 설명한 대로 유일한 신체 접촉인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부분은 목격자의 상반된 증언이 제시돼 있다. 텔레그램으로 보냈다는 부적절한 내용 중 '향기 좋아 킁킁' '너네 집에 갈까'라는 메시지는 객관적 입증 자료도 없는 데다 대화 중 앞뒤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흰색 러닝셔츠를 입은 사진, '오늘 멋졌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여성의 가슴이 부각된 이모티콘을 보냈다는 부분 또한 눈으로 판단할 수 있는 실물이 없으며 사실관계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게 과연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결국 '실체적 진실'과 '사안의 경중'에 관해 여러 이견이 제시될 수밖에 없고 좀 더 열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데,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포함한 언론 상당수는 '첫 변론'이라는 다큐 한 편 개봉까지 악착스럽게 반대하며 공론을 봉쇄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 '피해자 중심주의'와 '성인지 감수성'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일방의 진술을 관성적으로 절대화하면 저널리즘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로 결정한 것은 '죽을죄'를 인정한 결과일 수도 있으나 그 자신의 결벽적 성품이나 해결할 길 없는 억울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그가 피해자에게 고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쏟아진 거대한 멸시와 조롱, 그리고 저주의 언사들은 역설적으로 박 전 시장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죽음보다 비참한 양상을 예견한 박원순이 삶을 포기함으로써 무엇을 회피하려고 했는지, 또는 말하려고 했는지, 진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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