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호(號)의 새 선장이 정해졌다. 한겨레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최우성 대표이사 후보(이하 ‘대표이사’로 명명)는 아직 주주총회의 의결을 통과하지 못한 후보 신분이긴 하지만 편집국 고위 간부의 부패 스캔들을 책임지고 현임 대표이사가 사퇴한 상태이므로 사실상 대표이사 역할을 바로 수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최우성 한겨레 신임 대표이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편집국 고위 간부의 부패 스캔들로 상처난 구성원들의 마음 어루만지기? 부진한 매출 만회 대책의 구상? 명실상부한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매체 전략?
모두 중요한 현안들이긴 하지만 신임 한겨레 대표이사가 만사를 제쳐놓고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신임 한겨레 대표이사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한겨레의 사회적 신망을 회복하는 것이다. 추락한 한겨레의 신망이 회복된 연후에야 구성원들의 사기진작도, 매출 증가도, 종합미디어 그룹으로의 도약도 도모할 수 있다.
이제부터 최우성 신임 한겨레 대표이사에게 한겨레의 사회적 신망을 최단시간 내에 복원시키기 위한 천기(天機)를 누설할 터이니 최 대표는 주의 깊게 듣기 바란다.
조국, 박원순, 윤미향 등에 관한 보도행태에 대한 대국민 사죄가 필수
한겨레의 독자는 촛불시민들이다. 그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한겨레가 독자들인 촛불시민들에게 분노와 실망을 넘어 환멸과 포기의 대상으로 전락한 건 압도적으로 한겨레가 조국, 박원순, 윤미향 등에 관해 조중동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보도들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난 박원순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검-언 합작테러라고 명명해도 모자란 조국(정경심) 사건 및 윤미향 사건의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에 의하더라도 조국(정경심)과 윤미향의 주된 혐의는 거의 대부분 무죄였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한겨레는 이제라도 조국, 박원순, 윤미향 등에 관련해 쏟아냈던 보도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잘잘못을 가리고, 한겨레가 저지른 조직적 과오에 대해 조국 등과 주권자들에게 솔직히 반성하는 보고서를 공표해야 할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겨레가 조국, 박원순, 윤미향 등에 관련한 일련의 보도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완성된 검-판-언 연성쿠데타 성공에 결과적으로 일조했음을 고백하고, 조국 등과 주권자들에게 사죄하는 일종의 속죄의식이라 할 것이다.
법조팀의 역할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이 긴절
최우성 신임 대표이사는 검찰의 기관지 노릇에 충실한 법조팀을 검찰에서 철수시킨 후 긴 호흡을 갖고 공소장 및 판결문 분석 등을 치밀하고 정교하게 수행하는 조직으로 완전히 개조시키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한겨레라면 형사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검찰 밖에서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게 싫거나 역량이 되지 않으면 차라리 검찰발 보도를 아예 하지 않는 게 맞다. 한겨레마저 검찰의 스피커 역할을 하면 시민들이 완벽히 검찰측 입장을 추종하는 최악의 재앙이 발생하며, 우린 지난 몇 년간 이런 현상을 신물 나게 봐왔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한겨레는 주요 형사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검찰 안이 아니라 검찰 밖에서, 검사들의 입이 아니라 취재와 공소장과 판결문을 통해 찾아야 옳다. 거의 모든 미디어가 검찰의 기관지 노릇을 하고 있는데 한겨레마저 거기에 가담하는 것보다 한겨레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행태도 없다.
한겨레 구성원들의 호구지책을 위한 한겨레는 주권자들이 용납못해
내가 장담하는데 만약 최우성 한겨레 신임 대표이사가 내가 제안한 두 가지 것만 수행할 수 있다면 한겨레에 대한 촛불시민들의 신망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고, 그 신망을 바탕으로 한겨레는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모쪼록 최우성 신임 대표이사는 나의 충언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지난한 과제이고 한겨레 내부에서 내전을 방불케하는 소란이 발생할 사안들이지만, 위의 두 가지 현안을 돌파하지 못하고 한겨레가 주권자들의 신뢰를 복원할 길은 없다.
끝으로 한마디만 더. 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보도나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행태를 보면 한겨레는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겨레가 한겨레 구성원들의 호구지책 수단으로만 기능하거나 한겨레 기자들의 기자 노릇을 위한 장치로만 작동할 때 87년 체제의 자식 한겨레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다. 사회적 쓸모를 다한 한겨레는 살아 있어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좀비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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