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여제자 손목잡아" 콕집어 견강부회

중앙일보 등 신문들 '조선 따라쓰기' 반복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김수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3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석락희 씨 페이스북.
지난 9일 김수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3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고 있다.  석락희 씨 페이스북.

조선일보가 김수진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박원순 추도사’까지 시비걸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추도사 가운데 “굳이 입에 담기도 가소로운 얘기지만, 나 자신 여학교 교수직을 수십 년 해 오면서 무수히 많은 여제자들을 가르치고 길러냈는데 나를 스승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하고 따랐던 제자들이 당연히 많았단다. 이들과 손목도 잡고 어깨를 두들기며 격려도 하고 또 국내외에서 학위도 받고 취업도 하게 되면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제 간의 정 나눔이지 여기에 무슨 도덕적 윤리적 일탈이 개입했겠니? 일개 교수가 그러했는데 수천수만의 지지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온 너에게 그야말로 저열한 주홍 글씨가 제대로 씌워질 리가 없잖니?”라는 부분을 콕 집어내 <박원순 선대위장 출신 교수 “나도 女제자 손목 잡아, 성추행은 중상모략”>이라는 선정적 제목의 기사를 11일 내보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9일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묘소에서 3주기 추모사를 낭독했다.

조선일보가 이 기사를 출고하자 중앙일보가 같은날 막바로 받아 <김수진 교수, 故박원순 추도식서 “나도 여제자 어깨 두드리며 격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뒤이어 <박원순 선대위원장 출신 이대 교수 “여제자 손목 잡는 건 사제 간의 정”>(한국일보), <박원순 前 선대위원장 교수 "나도 여학생 손목 잡아…중상모략“>(한국경제), <“나도 女제자 손목 잡아, 박원순 성추행은 중상모략”…이화여대 교수 주장>(헤럴드경제), <박원순 선대위원장 출신 교수 “나도 제자 손목 잡고 얼싸 안아…자연스러운 정 나눔”>(여성신문) 등 대동소이한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도 조선일보가 먼저 쓰고 다른 매체들이 따라쓰는 전형적인 ‘조선 베껴쓰기 패턴’이 반복된 것이다.

 

이 기사들은 대부분 ‘박원순은 성추행범’이라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양 전제로 깔고 있다. 박원순의 ‘성추행 근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 내용 정도다. 이를 반박하는 증거와 증언도 부지기수다. 반박의 증거와 증언은 본지의 <박원순의 진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사가 상세히 다룬 바 있다.

이 기사들은 또 김수진 명예교수가 ‘성추행범’을 비호하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니 김 명예교수 또한 매한가지라는 ‘악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단히 노골적이고 선정적이다.

김 명예교수는 애초 현장에서만 추도사를 낭독됐을 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도사를 다시 듣거나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10일 페이스북에 전문을 공개했다. 그는 추도사를 공개하면서 “추도사 내용과 관련한 어떤 토론도 사양합니다”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기어이 그의 추도사를 견강부회하여 칼질을 했다. ‘굳이 입에 담기도 가소로운 기사지만’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추도사 전문을 소개한다. (아래, 전문) 

 

비가 쏟아지던 지난 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추모제가 열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에 놓인 꽃. 연합뉴스
비가 쏟아지던 지난 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추모제가 열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묘소에 놓인 꽃. 연합뉴스

[김수진 교수 추도사]

원순아.

너를 따르고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사람들을 충격과 슬픔 속에 빠뜨리고 홀연히 이들 곁을 떠난 지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창녕 고향 땅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 못다 한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따스하고 아늑한 혈육의 정은 잘 나누었니?

이제 다시 아버지 슬하를 떠나 이곳 모란공원에 와서 나라와 사회와 민중을 위해 고락을 함께 했던 많은 선배 동지들 곁에 자리 잡았는데 니 맘에 흡족하고 또 편안하니?

너의 마지막 결단을 둘러싸고 수많은 억측과 비난과 중상모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내 마음은 그저 냉철할 뿐이란다.

너에 대한 이와 같은 비난이 새삼스럽지도 않으며 또 이런 일로 니가 크게 상처받지도 않는다는 것을 난 잘 알기 때문이다.

니 삶의 중요한 굽이마다 니가 내렸던 결단은 오로지 너 자신의 냉정한 판단과 선택의 결과였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돈 잘 버는 변호사 일을 팽개치고 인권 변호사의 험한 길로 들어섰을 때, 영래 형 타계 후 홀연히 해외로 떠나버렸을 때, 수년 후 돌아와 용산 허름한 사무실에서 시민운동이란 걸 시작했을 때, 참여연대를 훌쩍 떠나더니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고 이어서 희망을 제작하겠다고 팔 걷어붙였을 때, 마침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고 백두대간을 뚜벅뚜벅 걸어 내려왔을 때, 이 모든 결단은 오직 박원순이었기 때문에 단행할 수 있었던 과감하고 단호한 결단이었고 원순이 너는 그 결단들이 가져 온 결과 앞에 항상 당당했다.

그러므로 3년 전 니가 내렸던 최후의 결단 역시 오직 너이기 때문에 내릴 수 있었던 선택과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추상같이 엄격하고 또 당당하려 했던 인간 박원순 평생에 걸친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응축된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단다.

결코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하기 위해서 주저 없이 내린 결단이었다고 나는 믿는단다.

그러하기 때문에 시정의 못난 자들, 모자란 자들, 사악한 자들이 쏟아내는 비난과 모략과 폄훼를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너의 삶 곳곳에서 직면했던 억압과 비판과 훼방과 중상모략에 대해 분노가 아니라 싱긋 차가운 웃음으로 반응하며 냉철하고 당당한 태도를 견지하려 했던 너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란다.

굳이 입에 담기도 가소로운 얘기지만, 나 자신 여학교 교수직을 수십 년 해 오면서 무수히 많은 여제자들을 가르치고 길러냈는데 나를 스승으로서 존경하고 사랑하고 따랐던 제자들이 당연히 많았단다.

이들과 손목도 잡고 어깨를 두들기며 격려도 하고 또 국내외에서 학위도 받고 취업도 하게 되면 얼싸안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제 간의 정 나눔이지 여기에 무슨 도덕적 윤리적 일탈이 개입했겠니?

일개 교수가 그러했는데 수천수만의 지지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 온 너에게 그야말로 저열한 주홍 글씨가 제대로 씌워질 리가 없잖니?

너를 알게 된 이후 니가 거쳐 온 모든 삶의 역정을 일관해서 원순이 너는 나의 가장 자랑스런 벗이었고 그것은 응당 지금도 마찬가지란다.

여기 너를 에워싸고 계신 문익환 목사님, 백기완 선생님, 김근태 선배, 조영래 형을 비롯한 누구에게도 너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 온 이 시대의 사표요 선구자란다.

그러니 원순아.

이곳 모란공원에 함께 자리 한 많은 선배와 동지와 벗들과 더불어 자랑스런 삶의 추억들을 함께 나누며 따뜻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

엿새 전 7월3일 우리의 벗 두 명이 같은 날 앞서거니 뒤서거니 니가 간 길을 따라갔단다.

너와 불어반을 같이 했던 김양곤이

그리고 너를 무척 좋아했던 문학청년 구재구가 너의 뒤를 좇아 갔구나.

머지않은 훗날 나 또한 너를 만나러 갈 터이니 그때까지 평온하게 쉬고 있거라.

너의 친구 수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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