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변론’ 제작발표회…시민 5000명 후원 참여
“박 전 시장의 1차 가해 규명되지 않았다”
"결론 도출 아니라, 피조사자에게 변론기회 주려"
1년 구형 김민웅 "이 사건에서 절실한 건 질문의 권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다룬 영화 ‘첫 변론’ 제작발표회에서 성폭력이나 성희롱이라고 주장할만한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성토가 나왔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박원순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영화는 오는 7월 개봉할 예정이며 이날 발표회는 최근 이 영화를 둘러싸고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영화의 원작인 ‘비극의 탄생’ 저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을 보면 “‘섹스를 알려주겠다’ ‘남자를 몰라서 결혼을 못한 것이다’ ‘네일아트를 한 손을 만졌다’는 등의 피해자 호소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피해자의 호소 내용뿐인가 아니면 이에 대한 증거가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머릿속에 있는 내용으로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다”면서 “사건 발생 시기 찌라시라며 돈 것이 사실 피해자가 경찰에 진술한 1차 진술서였는데 내용을 자세히 보면 피해자의 머릿속에 있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박원순 매도에 활용된 언론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박 전 시장 관련 보도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이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사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발표 이후 1년 후까지 언론 보도를 조사한 결과 전체 1만 4028건의 기사 중 유족 측 입장을 보도한 기사는 2112건으로 고소인 측 입장만 다룬 기사 1만 1526건보다 훨씬 적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유족 측 입장을 반영한 기사라는 것도 사실 유족 관련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수준”이라면서 “일방적 보도로 인해 박 전 시장은 성추행범, 성범죄자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의 조사 결과 발표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국가인권위는 극히 예외적인 직권조사를 발동하여 피조사자의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라 성희롱을 인정했다”면서 “성희롱 사실을 입증 가능하다고 발표한 근거 중 네일아트 한 손을 잡았다는 주장은, 인권위 발표 이후 나온 증언으로 반박됐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6층 사람들’에게 증언하지 못하도록 하는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다는 주장도 했다.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고소인 측은 박 전 시장을 보좌했던 사람들에게 성비위 방조, 방임 혐의를 씌우려고 했지만 정작 본인이 직접 고소하지는 않았다”면서 “제삼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권력형 성범죄 방조범으로 인식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어 “죄인이 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고통을 받은 사람이 많으며 본 사건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사실상 쫓겨난 사람들도 있다”면서 “이런 분위기로 인해 많은 사람이 증언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발표회에는 김대현 다큐멘터리 감독, 원작자인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지원한 박원순 팬클럽 ‘동행’의 이선희 사무처장, 법률고문을 맡은 이연주 변호사가 참석했다.
박원순에 변론 기회 주는 영화
김대현 감독은 여성주의에서 말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동의하면서도 ‘피해자 절대주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전 시장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피해자 중심주의 등 여성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한다”면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절대주의는 아니며 2차 가해 문제는 1차 가해가 규명되지 않은 현 상황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박 전 시장 사망 후 김재련 변호사와 여성단체의 두 차례 기자회견, 지난해 1월 인권위 발표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의 사실 관계 파악이 멈춰 있다”면서 “영화를 통해 박 전 시장 사건의 진상이 거기서 멈춰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재판관이 아니기 때문에 결론을 도출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면서 “한 번도 변론 기회를 얻지 못한 박 전 시장에게 변론 기회를 주고 사실이 잘못 알려지고 오해받는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첫 변론'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이며 제작을 위해 약 5000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에 참여했다.
한편 16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의 피해자로 지목된 A 씨의 실명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김 대표는 2020년 12월 페이스북에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 편지’라며 A 씨의 실명이 담긴 편지 사진을 올렸다. 게시글은 곧 삭제됐지만, A 씨 측은 김 대표를 고소했다. 1심에서 김 대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았다.
김민웅 "합리적 의심 묵살로는 사건 실체 밝혀질 수 없어"
김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미 고인이 된 사람에게도 방어권이 존재하는가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며, 망자가 자신을 변호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그 사건과 관련한 판단은 보다 엄격해져야 할 것"이라면서 "여기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질문의 권리이며, 합리적 의심을 묵살하는 것으로 사건의 실체는 밝혀질 수 없으며 그 결론이 어느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인지는 누구도 미리 확정하고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의를 갖춘 질문의 핵심, 그리고 이에 대한 최선의 성실한 답을 구해나가는 과정이 결론의 신뢰성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문제를 제기하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는 아직 이 사건에 대해 질문을 가진 이들 또한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으며 그 질문은 흔히들 주장하듯이 2차 가해의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주장과 사실 사이의 틈새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이 틈새를 메꾸는 것은 고소 당사자에게도 절실한 일일 것이다"고 진술했다.
김 대표는 "(다만) 좀 더 주의를 기울여 SNS에 올리기 전에 잘 읽어보고 실수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것은 두고 두고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항소심 공판에 대해 A 씨 변호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관용적이어도 되는지를 보여주는 표상이 될 것”이라면서 “위력 성폭력 사건 가해자의 지지자들이 마음껏 피해자를 공격해도 좋은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시민단체(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에 의해 박원순 시장 대한 무고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으나 이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일방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이사로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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