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오염수 민심 르포 ②] 강릉 사천항 멍게 양식장

항구엔 쉬는 배 그득…부두 일하는 사람 3명 내외

7년째 양식업 최씨 "전에는 멍게 달라 난리였는데…"

"투자금액 커서 오염수 방류돼도 사업 접을 수 없어"

"조선소 퇴직하고 시작했는데 잘한 건지 머리 복잡"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인류 생명의 원천인 바다가 위협받고 있다. 삼면을 둘러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일궈온 우리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 분노가 넘치고 불안이 들끓어도 정부는 ‘나는 모른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목전에 둔 성난 민심을 전한다.

 

29일 멍게 양식업자 최치훈 씨가 강원도 강릉시 사천항에서 멍게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3.6.29. 최치훈 씨 제공
29일 멍게 양식업자 최치훈 씨가 강원도 강릉시 사천항에서 멍게 채취 작업을 하고 있다. 2023.6.29. 최치훈 씨 제공

KTX 강릉역에 내려 사천항으로 가는 택시를 잡아타며 바라본 풍광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강릉 경포호의 잔잔한 물결이 기자를 맞아 주었다. 다소 무더운 날씨였지만 불쾌한 정도는 아니었다. 관광지 특유의 북적거림도 없었다. 약속 시각보다 일찍 도착해 청명한 바다를 바라보며 강릉의 명소 커피숍에 앉아 망중한을 즐길 수 있었다. 여름 휴가철보다는 차라리 지금 놀러 오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천항에서 멍게 양식을 하는 최치훈 씨를 만나자 평온함은 이내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최 씨는 이를 ‘후쿠시마 오염수 포비아’라고 불렀다. 원래 이곳은 관광객과 활어차, 용역업체 직원들이 뒤엉켜서 혼잡한 활기 넘치는 곳이었다. 그런데 기자가 찾은 이날 사천항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은 3명 내외에 불과했다. 황량한 바다에 배들만 정박하고 있었다. 최 씨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직 방류되지 않았고 위험한지는 아직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그 자체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포비아가 수요 잠식"

최 씨에 따르면 올해 멍게 매출이 급감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포비아’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최 씨는 “대한민국 멍게 양식은 50%가 통영이고 30%가 강릉”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금진항에 8어가, 사천항에 7어가, 주문진항에 5어가 등 강릉에 20어가가 있다”면서 “통영에서는 한 줄 생산량이 60kg인데 강릉은 환경이 더 좋아서 120~180kg을 생산한다”고 전했다. 최 씨는 또 “통영에서 4월 정도에 출하를 멈추면 그다음에 강릉에서 본격 생산을 시작한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출하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게 최 씨의 설명이다. 최 씨는 “수온 등 환경 영향이 아니라 사람들의 ‘후쿠시마 오염수 포비아’로 인한 수요 감소가 원인”이라면서 “60kg 하나에 16~17만 원 하던 가격이 12만 원으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전에는 멍게를 달라고 난리여서 하루에 운송차량 8대 분량의 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많아야 3대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12만 원은 매우 드문 기록적인 단가”라면서 “인건비 상승과 출하량 감소 등을 고려하면 차량 한 대당 순이익이 절반가량으로 줄었다”고 했다. 멍게 출하량은 주당 48t에서 20t 정도로 줄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포비아는 오염수 7월 방류와 무관하게 이미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최 씨의 생각이다. 최 씨는 “정확한 상황은 모르지만, 만약 일본 후쿠시마에서 멍게를 양식한 뒤에 일본 다른 지역에서 활어차에 실은 뒤, 배로 한국에 들어와 그 차가 그대로 한국 도매상으로 간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소비자로서는 후쿠시마산인지 아닌지 불안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짐작했다. 이어 “검역할 때 한두 박스 검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두 다 조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일본인은 멍게를 많이 먹지 않지만, 한국인은 멍게를 다량으로 소비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 씨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고 일본 내수 시장에서 멍게 수요가 크게 줄었다”면서 “그동안 그 물량이 홍콩과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에도 일본산 멍게 유통량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일본산 가리비도 한국에서 다량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일 강원도 바다양식협회 부회장도 일본 활어차가 아무런 제지 없이 일본산 가리비와 멍게를 유통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일본 차는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어 한국에서 운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같은 이유로 한국차는 일본에서 운전을 못 하는데 일본 활어차는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산 가리비와 멍게는 모두 홋카이도산으로 표시되어 들어온다"면서 "후쿠시마와 센다이에서도 다량의 가리비와 멍게를 양식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소비되지 않으면 홋카이도산과 섞여 한국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또 "일본 현지에 검증하러 가보겠다고 했지만, 신뢰로 수입하는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29일 강원도 강릉시 사천항에서 한 작업자가 양식장에서 생육한 멍게를 채취하고 있다. 2023.6.29. 최치훈 씨 제공
29일 강원도 강릉시 사천항에서 한 작업자가 양식장에서 생육한 멍게를 채취하고 있다. 2023.6.29. 최치훈 씨 제공

최 씨는 요즘 후쿠시마 오염수가 7월에 방류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다. 최 씨는 “멍게를 양식해서 생산하려면 처음 종묘 상태에서 1년을 키운 뒤 팜사에 이식해서 1년 반을 더 키워야 한다”며 “적정 깊이가 있는데 수심 20~30m 깊이에서 생육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올해 출하가 안 될 것으로 예상한 어가들이 멍게를 더 깊게 내리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멍게 생육에는 수온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양식 업자가 수온에 따라 멍게의 생육 깊이를 조절해 줘야 한다. 특히 해수의 수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작황에 악영향을 미친다. 만약 올해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나중에 팔기 위해 멍게를 바닷속에서 더 오래 살도록 하려면 바닷물 더 깊은 곳에서 살도록 해야 한다. 양식업자들이 멍게를 더 깊게 내리는 이유다.

"투자 금액 커서 접지도 못한다"

최 씨는 “만약 올해 출하하지 않으면 멍게를 수심이 더 깊은 곳으로 넣어둬 나중에 출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올해 7월 상황을 보고 멍게를 더 깊이 내려 둬야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가별로 수협 대출이 보통 5억 원을 넘고 나도 작년에 배를 새로 건조했다”면서 “투자한 금액이 커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된다고 쉽게 멍게 양식업을 접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안이하다고 했다. 최 씨는 “오늘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에게 출하량을 묻는 전화가 계속 오는데 평소에 자주 오지는 않았다”면서 “해수부 공무원들에게는 전화가 오지만 이 지역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선거 때가 아니면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의 경우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강릉 지역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이 배 사업하고, 양식업 하면서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29일 강원도 강릉 사천항 멍게 양식장에서 작업자들이 멍게 채취작업을 하고 있다. 2023.6.29. 최치훈 씨 제공.
29일 강원도 강릉 사천항 멍게 양식장에서 작업자들이 멍게 채취작업을 하고 있다. 2023.6.29. 최치훈 씨 제공.

최 씨는 정부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다. 최 씨는 “사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면 현 정부가 강압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과학 관측선들이 해역별로 가서 시료를 채취하고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등 국민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콩처럼 일본이 방류하는 순간 수입을 안 하겠다는 식으로 강하게 나가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강릉에는 요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뿐 아니라 산업 폐기장 신설이라는 이중 악재가 발생했다. 최 씨는 “산업 폐기물을 우리나라 어딘가에 매립해야 하지만 공장이라고는 두부 공장밖에 없는 동네에다가 폐기장을 짓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우리 양식장이 폐기장 후보지인 우암천에서 4km 떨어져 있어 수산업과 관광업 모두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강릉이 고향이기는 하지만 경남 통영의 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2015년 희망퇴직하고 강릉으로 돌아와 멍게 양식을 시작했다. 최 씨의 양식장은 사천항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32헥타르 규모다. 최 씨는 “잘한 결정이었는지 지금도 머리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사천항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가리비 양식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멍게와 마찬가지로 일본산 가리비가 밀려들면서 경쟁력을 잃어 지금은 사천항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의 여파가 지속될 경우 멍게도 가리비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 사천항에서 떠나며 바라본 황량한 바다는 말이 없었다. 일본이 예고한 오염수 방류 시점인 7월에 사천항의 운명이 뒤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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