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시장 상인회장 ‘울화통 못 참겠다’ 영상 화제
경남에선 어민 1000여명 투기 반대 대규모 집회
백도명 교수 “X-레이 한번도 해로운데” 글 올려
오염수 투기 임박하며 각계 반대 움직임 가속화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임박하면서 어민 등 관련 업종 종사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사태 이후 먹거리를 둘러싼 민심이 이처럼 폭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 망원시장 김진철 상인회장의 관련 발언은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발언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반대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김 회장은 “2만 원 하던 소금이 3만 원, 4만 원, 지금 5만 원 주고 팔고 있다. 왜 국민이 소금 사재기를 하겠느냐. 이것은 국민의 불안심리다”라며 “‘우리는 바다에 버리는 거 반대한다’ 왜 이 말 한마디를 못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회장은 “한덕수 총리에게 말하고 싶다. 오염수 마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은 아가미가 없다. 오염수 먹으면 죽는다. 세계인들이 동의할 때까지 오염수 버리지 말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당연한 말 한마디 못 한다는 게 답답하다”며 “요즘 더위에 상인들이 열통이 난다. 더워서 그런 것은 참지만 속에서 올라오는 울화통은 못 참는다”고 말했다. 이 동영상은 노출 하루 만에 유튜브 채널 팩트TV에서만 6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경남에서는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처음 열렸다. 보수 정서가 강한 경상도 지역에서도 요동치는 민심이 표출한 것이다.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한국자율관리어업연합회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1000여 명은 4일 오후 경남 남해군 창선면 단항 위판장 일대에서 ‘일본 원전오염수 해양방류 규탄 및 생계대책 마련 호소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천명조 수산업경영인남해군연합회 회장은 “방류한다는 소문만으로도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데 만약에 방류한다면 국민 80% 이상이 수산물을 안 먹겠다고 한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집회장에는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막아내자’ ‘후쿠시마 오염수 바다방류 반대’ 등의 플래카드가 펼쳐졌다.
전남 순천에서는 시민들로 구성된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저지하기 위한 ‘순천시민행동’이 출범했다. 시민행동은 5일 오전 순천시청 앞에서 열린 출범식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최대한 소량화시켜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태평양에 버리겠다는 것은, 전 세계인에게 핵 오염 해양수 재앙을 안기는 반인류적 폭력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행동은 “한국언론에 소개된 IAEA 내부고발자의 증언에 의하면, 어제 일본에 보고된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의 최종 보고서가 일본의 사전 검토를 거친 뇌물 조작 보고서임이 들통나서 해양투기의 근거마저 사라졌다”며 “IAEA에 세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내는 일본이 ALPS 오염수 수치 조작과 최종보고서 조작을 위해 100만 유로의 뇌물을 사용했다는 파렴치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이 벌이고 있는 7월 총파업의 2일차인 4일 전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도 오염수 투기 반대 구호들이 나왔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의 오염수 반대 글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 글은 백 교수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정부의 실효적 조치 촉구’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개최한 3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것이다.
백 교수는 글에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기준치의 100배를 넘는 물고기가 잡혀 소위 ‘세슘우럭’이라 불리고 있다. 이렇게 세슘으로 범벅이 된 물고기는 단순히 표층해수만을 들이마시게 해서 생기지 않는다”며 “세슘 우럭이 발견된다면, 우럭이 잡아먹는 작은 물고기,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더 작은 플랑크톤 등이 세슘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오염수 10리터 마시면 X-레이 사진 1번 찍는 수준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분들도 여럿 있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진찰받으러 가면, 임산부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 흉부 촬영도 하지 않는다. 찍더라도 배를 가리고 태아에게는 전혀 방사선이 도달하지 않도록 하고 찍는다”며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것을 가능한 낮추라는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의 원칙’에 비추어,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정부에서는 괴담이라고 한다”며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넌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여러 지점의 불확실성이 있는 것을 놔두고 그냥 무조건 정부 말만 믿으라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앞잡이, 일본의 대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걸 찬성해버리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 왔던 것을 막을 논리가 사라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얼마 전 피지 장관이 ‘그렇게 안전하면 일본 안에 두지 않느냐’고 했다. 독일 환경부 장관도 해양 방류에 반대한다. 그렇게 안전하면 왜 일본이 그걸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두고 쓰거나 일본 안에 두지 않고 왜 바다에 투기하느냐”고 반문했다.
<백도명 교수 회견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기준치의 100배를 넘는 물고기가 잡혀 소위 ‘세슘우럭’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슘으로 범벅이 된 물고기는 단순히 표층해수만을 들이마시게 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슘새우’ 세슘플랑크톤‘ 등 먹이사슬의 문제입니다.
세슘은 물고기가 클수록 그리고 잡식성일수록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면서 그 농도가 높아집니다. 세슘 우럭이 발견된다면, 우럭이 잡아먹는 작은 물고기,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더 작은 플랑크톤 등이 세슘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렇게 연결된 환경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생태계는 먹이사슬과 서식처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한 축이 무너지면 다른 축으로 연결되면서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DDT 살충제를 쓰니까 치사량보다 훨씬 낮은 농도에서 철새들이 줄어들더라, 이게 먹이사슬을 통해 생체 축적되는 DDT가 생식기능에 영향을 미치면서, 농도만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생긴 변화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사건 이후 한국 해안의 표층해수 세슘 농도가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저침전물, 특히 동해안 해저침전물 세슘 농도가 지난 2011년 최고 농도로 올라갔습니다. 2011년 이후에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다시 예전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침전물과 함께 생태계와 먹이사슬의 문제는 찾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듯, 근거가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Absence of evidence is not the evidence of absence).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태계는 많이 망가져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큰 물고기들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후쿠시마 앞바다의 방파제에 그물을 친다고 플랑크톤이 그 안에만 갖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 않습니다. 플랑크톤을 먹는 물고기들이 없어진다면 플랑크톤은 아마 더 많은 수가 더 멀리 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조류의 흐름과 달리, 먹이를 찾아 왔다 갔다 하는 물고기는 일본 앞바다에 있다가 제주도로 출몰할 수도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겹쳐진다는데, 서식지와 해류와 먹이와 그리고 물고기 이동이 앞으로 어떻게 연결될지 모릅니다.
결국 이러한 가능성은 이제까지 한평생 잘 사셨던 어른들에게는 상관없더라도 앞으로 아이들과 그 후손들에게는 아마 다른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방사선 관리에 justification이라는 원칙이 있습니다. 영향을 받는 주체들에게 해보다는 이득이 더 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라면, 회원만의 입장만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의 입장에서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justification을 할 수 있는 분이기를 바랍니다.
“오염수 10리터 마시면 X-레이 사진 1번 찍는 수준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분들도 여럿 계십니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진찰받으러 가면, 임산부의 경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단순흉부촬영 즉 simple X-ray도 찍지 않습니다. 찍더라도 배를 가리고 태아에게는 전혀 방사선이 도달하지 않도록 하고 찍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 없이 오염수를 마시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방사선 관리의 원칙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optimization의 원칙, 즉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것을 가능한 낮추라는 ALARA의 원칙에 비추어,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유기물과 결합하는 삼중수소는 그냥 삼중수소수보다 그 영향도 더 심각하고, 더 오래 체내에 머물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생물농축의 가능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지상의 농작물에서 합성되는 유기물질 농축계수보다는 덜 하지만, 바다 생물에서도 광합성을 통한 유기결합 삼중수소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삼중수소가 DNA의 구성성분이 되면, 핵분열을 통해 헬륨으로 변환되면서 DNA를 손상시키는데, 세포가 분열하면서 DNA를 복제하는 시점이 되면, 손상으로 인한 문제가 복제 과정에 드러나게 됩니다. 세포가 만들어진 후 다시 분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DNA의 여러 곳이 손상되면서 복구는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체기관으로서 난소의 난자 DNA에 삼중수소가 사용된다면, 태아시기에 만들어진 난자는 성인이 되어 배란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중간에 멈추었던 세포분열이 다시 시작되는데, 이때까지 축적된 DNA 손상에 따라 난자가 죽어버리거나 태아에 이상이 생기는 생식독성, 유전독성, 소아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게 됩니다.
지금 한국에서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정부에서는 괴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잘 알려진 사실들에 근거하여, 아직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검토할 것을 제시할 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의견이 다르다고 싸잡아 괴담이라고 한다면, 문제를 잘 정리해서 최선을 선택하려는 태도와는 거리가 매우 먼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지만,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보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넌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여러 지점의 불확실성이 있는 것을 놔두고 그냥 무조건 정부 말만 믿으라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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