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교수 “실상 모르니 안전성 판단 불가능”

믿을만한 PIF 보고서 “일본정부 주장은 엉터리”

ALPS는 고급처리장치, IAEA는 이익단체에 불과

방사성물질 총량 불변,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건 사기

한국바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라

21일 일본정부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일본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6.21 신화 연합뉴스
21일 일본정부이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일본시민들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06.21 신화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그대로 마시거나, 희석해서 마시면 인체에 아무 해가 없다거나 안전하다며 당장이라도 가져다 주면 마시겠다고 공언하는 ‘전문가’들이나 ‘공직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런 사람들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비판을 “괴담”이니 “비과학”이니 “정치적 선동”으로 몰아붙이면서 자신들 얘기가 과학이고 객관적 진리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을 불러내 세상을 어지럽히려는 정치 야바위꾼 쯤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당이 그런 주장에 앞장서고 있고, 주류 언론매체들도 그에 대한 침묵 내지 묵살로 사실상 거기에 동조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런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안전한가?…최무영 교수의 대답

이런 의문에 대해 최근 가장 인상적이고 믿을 만한 대답을 한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다.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저자요 <서울대 명품 강의> 공저자로도 널리 알려진 최무영 교수는 “과연 그런가?”라는 질문에 대해 ‘아니(No)’라고 대답했다. 최 교수는 지난 23일 <노동자 연대>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 검증을 하겠다는데 정부 브리핑에 나오는 학자들은 다들 안전하다고 확언하고 있습니다. 먼저 오염수 방류 자체의 안전성에 대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사실 확답할 수는 없죠. 왜냐하면 정확히 지금 현황이 어떤지 모르니까요. 제대로 된 정보나 자료를 받아서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걸로 저는 알고 있는데요. 일본 도쿄전력에서 말 그대로 과학적으로 검증했느냐는 사실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번에 무슨 ‘시찰단’인지 뭔지 가서 봤다고 하지만, 가서 시료를 전혀 채취하지도 못했고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 말만 듣고 온 것 같은데 그건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 현황이 어떤지 전혀 모르니까 ‘판단 불가능하다’가 아마 맞을 겁니다. 일본에서 직접적으로 자기들이 조사했다고 발표한 것 외에 현황을 조사한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최 교수는 이런 얘기를 했다. 좀 길지만 <노동자 연대> 기사를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 보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여, 널리 알리자는 차원에서 인용한다.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항의하는 일본 시민들. 2023.06.21. 신화 연합뉴스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에 항의하는 일본 시민들. 2023.06.21. 신화 연합뉴스

가장 믿을 만한 PIF 보고서

“다만 실제로 검증해서 공개된 경우가 하나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데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이라고 하는 곳에서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전문가들의 패널 보고서가 있어요.(이하 PIF 보고서)(아래에 PIF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2가지 문건 붙임) 그 문서를 제가 입수해서 봤는데요. 요약한 내용을 보면 ‘일본 정부의 보고는 너무 엉터리다’ 하는 게 결론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오염수 안에 방사성 핵종(원자)이 몇 가지가 있는지도 불확실하지만 대표적으로 64가지가 있다고 생각하죠. 사실 그보다 더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64가지 중에 사실상 9개만 검사한 결과를 태평양도서국포럼 전문가들에게 보내 줬다는 겁니다. 55개는 검사를 전혀 안 한 거죠.

그것도 어이가 없는데 측정 방식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PIF 보고서는 얘기해요.

예를 들어서 탱크에 오염수를 가둬 놓으면 오염물질은 대부분 밑에 가라앉았을 테니 어느 정도 섞어서 시료를 채취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맨 위의 물만 채취했다는 거예요. 오염물질이 가장 적은 것을 채취했을 가능성이 크겠죠.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것은 ‘처리’한 뒤의 물이거든요. 그것이 생체와 바다 생태계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제일 중요한 거죠. 그런데 그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PIF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대응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가운데)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대응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다핵종제거설비’라는 알프스(ALPS)는 믿을만한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관련 기사 때마다 등장하는 “알프스(ALPS)”라는 장비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의문을 표시했다. “영어 이름 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를 그대로 번역하면 ‘고급 액체 처리 장치’ 정도의 뜻일 거예요. 그러니 다핵종이니 제거니 하는 말은 하나도 없는데 이 장비를 왜 “다핵종 제거설비”라고 하는지 저는 이해가 안 가요. 사실 알프스의 성능이 얼마인지는 굉장히 불확실하고 신뢰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정부의 발표가 본질적으로 대중을 헷갈리게 만드는 여론조작에 가까운 것임을 간파하고 직설적으로 비판한 다음과 같은 발언도 달리 듣기 어려운 얘기다.

“물을 100배, 1000배 섞어서 버리니까 굉장히 농도가 낮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 참 우스운 얘기죠. 바다에 버리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화가 없는 거잖아요. 희석하지 않고 그냥 버려도 어차피 바다에 희석될 텐데 왜 굳이 미리 바닷물로 희석한 다음에 버릴까요? 굉장히 이상한 생각이거든요. 사실은 희석한 농도를 측정해서 방사능이 굉장히 약해진 것처럼 보고하고 버리겠다는 얘기예요.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인데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사기라고 해야 되겠죠.

중요한 것은 아무리 농도가 낮아도 생체 내에 들어간 것은 농축될 수가 있거든요. 그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거죠. 그걸 제대로 분석한 것이 일본 정부에는 없다는 게 PIF 보고서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오른쪽 두 번째)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대응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오른쪽 두 번째)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정부 대응 일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또 믿을 만한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과학 단체도 아니고, 그런 문제를 검증하는 단체도 아니고, 사실 이익 집단”이라고 명료하게 정리하고 이렇게 덧붙였다.

“핵발전을 하는 국가의 대표들, 핵발전 산업의 당사자들이 모인 단체이고 핵발전을 퍼뜨리는 이익 집단이에요. PIF 보고서에도 ‘IAEA가 검증을 전혀 안 했다. 제대로 된 측정 방식을 얘기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굉장히 놀랍고 실망스럽다’ 하는 것이 아주 명확히 적혀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 엄밀히 말하면 과학적 판단이 지금 불가능한 현실이죠. 일본에서 정확히 검증했는지도 불확실하고, 공개된 것은 일본에서 준 자료밖에 없는데 그 자료만 보더라도 이렇게 너무 불충분하고 엉터리 같아 보이니까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발표는 상당히 비과학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바닷물로 희석하면 정말로 안전한가?

안전하다고 확언하는 몇몇 과학을 전공한 것으로 보이는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그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그들이 지닌 결정적인 한계를 콕 집어냈다.

“일단 핵공학자, 그러니까 핵발전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는 핵공학자분들은 이걸 얘기할 자격이 좀 안 되거든요. 그분들은 핵발전에 대한 이해는 있겠지만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서는 사실 문외한이죠. 전문가가 전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그런 것을 조사하고 판단해야 한다면 사실 생태학자가 가장 주된 구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생태학자도 이런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를 제대로 전문적으로 연구한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 말이죠.

사실 후쿠시마 핵 사고와 그 여파는 굉장히 특이한 현상,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현상이거든요. 보통 기존의 생태학이라고 하는 건 대부분 현재의 자연적인 생태를 생각하는 거지, 이렇게 갑자기 방사성 물질을 엄청나게 바다에 배출하고 투기했을 때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아마 대부분 모르실 겁니다. 사실 처음 겪는, 유례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 중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4일차 단식농성을 하며 배진교 원내대표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 중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4일차 단식농성을 하며 배진교 원내대표와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한국 바다에는 언제 어떻게 올까?

바다에 버려진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언제 어떻게 한국 연안바다들을 오염시킬지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 없다’에서부터 ‘큰일난다’에 이르는 설들에 대해 최 교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답”이라고 했다.

“바다에 버렸을 때 해류의 흐름에 따라서 방사성 물질이 어떻게 퍼져 나갈지도 의문입니다. 제가 두 가지 연구 결과를 봤는데요. 하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서울대학교 등이 정부의 용역을 받아서 했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는 독일에서 했다는 건데요.

저는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서 해류 흐름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둘의 결론이 거의 반대에 가까워요.

독일의 분석 결과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퍼져 나가서, 제주도 연안부터 오염돼서 불과 몇 달 만에 우리나라 동해·서해도 다 오염되는 걸 보여 주는데요.

우리나라에서 했다는 연구는 오염물질이 쿠로시오 해류라는 가장 강한 해류를 타고 알래스카 쪽으로 가서 미국의 서해안을 거쳐 남미로 돌아서 오기 때문에 시간이 2~3년 이상 걸리고 그 사이에 충분히 희석되니까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해요.

쿠로시오 해류가 주된 해류라는 건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설명이 충분한 건 아닙니다. 국지적으로는 얼마든지 바뀔 수가 있죠. 확산이라는 현상도 있고 해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테니 매우 복잡하겠죠.

하여튼 똑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은 이런 여러 매개 변수들을 서로 다르게 했기 때문이에요. 바닷물의 흐름이라는 게 제 전공 용어로 말하면 비선형성이 있고 복잡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예측이 굉장히 어렵고 사실 정확히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어느 쪽이 분명히 옳다고 말하기 참 어려울 겁니다. 일기예보가 어렵듯이 말이죠. 같은 얘기거든요.

(중략) 제가 보기에는 모른다는 게 답입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 중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배진교 원내대표 등과 함께 상무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 중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배진교 원내대표 등과 함께 상무집행위원회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경찰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비판을 ‘괴담’이라며 처벌하겠다는 게 가장 비과학적

최 교수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한 과학과 비과학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에 대한 촌철살인의 언급도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후쿠시마 핵 오염수는 그냥 마셔도 될 정도로 안전하며, 그것이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후쿠시마 사고 같은 경우에 과학적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답이거든요. 핵심은 어떻게 될지 우리가 잘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을지도 모르고 굉장히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불확실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해 과학이 말해 주는 건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예의주시해야 하는 거죠. 위험한지 아닌지 모를 때는 일단 위험하다고 전제하는 게 과학적 태도입니다.

‘위험성이 확실하지 않으면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건 가장 비과학적인 주장이에요.

또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말하려면 첫째로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해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다음에 둘째로 재현성이 있어야 해요.

따라서 과학적이라고 말하려면 일본에서 시료를 어디나 다 줘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교차 검증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걸 전혀 못 하게 하는 것은 철저하게 비과학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거죠.

또 비판하면 괴담이고 처벌하겠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과학적인, 그러니까 과학의 ABC도 모르는 거죠.

이런 개방성에 더해 재현성, 정량성, 보편성 같은 과학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들을 무시하고 오히려 반대로 하니까 철저히 비과학적인 거죠.“

반과학일 수도 있는 IAEA 보고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제시하려는 것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다. 7월 4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일본에 와서 공표할 것으로 보이는 이 최종보고서는, 한국정부도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용인할 경우 그 근거자료로 제시할 거의 유일한 문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내보낸 일련의 기사들은 IAEA 보고서가 일본정부와 IAEA 관계자 간에 거액의 금전이 오간 일본정부 주도의 기획물 또는 공모작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비밀취급 문서들의 폭로와 제보자의 증언들을 담고 있다. 만일 그 폭로나 증언들이 사실이라면 일본정부의 주장과 IAEA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의 이름으로 과학을 배반하는 반(反)과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 내 TV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 내 TV를 통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PIF의 2가지 텍스트

최무영 교수가 그나마 거의 유일하게 믿을 만한 자료라고 얘기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문서자료 2가지를 아래에 붙인다.

하나는 PIF 홈페이지 ‘Security’ 코너에 실려 있는 ‘안전하고 핵 없는 푸른 바다 태평양을 위한 포럼의 관여’라는 텍스트의 일본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텍스트에는 최무영 교수가 지적한 PIF 보고서 내용이 요약 정리돼 있는데, 특히 핵 과학자들은 사실상 전혀 알지 못하는, 하지만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 오염수의 인체나 생태학적 영향에 대해 일본정부 주장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에 대해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생태학적 영향이나 생물 농축에 관한 고찰이 현저히 결여돼 있으며, 예측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신뢰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이 텍스트의 마지막은 이런 말로 마무리된다

“모든 관계자들이 과학적 방법을 통해 오염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을 입증할 때까지, 그것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우리 지역의 이 확고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또 하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 2023년 1월 4일 오피니언 난에 실린 PIF 사무총장 헨리 푸나Henry Puna의 기고문(‘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 해결을 위해 태평양 도서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비극을 맞게 될 것이다’)을 번역한 것이다. 이 역시 PIF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이 텍스트는 태평양 도서국 사람들이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용납될 수 없는 무책임한 일인지 그들 특유의 감성과 문제의식으로 차분하지만 매우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

PIF는 1971년에 ‘남태평양 포럼’으로 출범했다가 1999년에 지금의 이름과 체제로 바꿨다. 회원국 명단에는 다음과 같은 나라들이 들어 있다.

호주, 쿡 아일랜드, 피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키리바시, 마셜 군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뉴칼레도니아, 뉴질랜드, 니우에, 팔라우,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솔로몬 군도,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한국은 다수의 태평양 연안국들과 함께 PIF의 대화 파트너국의 하나로 이름이 올려져 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 후쿠시마 괴담 대응·어민 보호 대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 후쿠시마 괴담 대응·어민 보호 대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안전하고 핵 없는 푸른 바다 태평양을 위한 포럼의 관여

개요

2011년에 거대한 쓰나미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쳐 파괴했습니다. 그 사고로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 125만 톤(2023년 4월 현재 133만 톤)이 생겨나 지금 발전소 내에 보관돼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이 오염수를 처리해서 올해 안에 태평양에 방출할 의향을 발표하면서, 안전성에 문제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태평양도서국포럼(이하 PIF)의 전문가들이 내린 독자적인 평가에 따르면, 일본정부가 지금 강행하려는 해양 방출은 태평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해양생태계에 안전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태평양이 안고 있는 걱정

지구 표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태평양, 그 태평양을 지키는 것은 우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에 대한 영향에 관한 철저한 평가를 하기에 족한 충분한 데이터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에만 오염수 방출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입니다.

드러나고 있는 리스크(위험)

방사성 물질에 의한 오염 확대는 태평양에 의심의 여지 없이 심각한 위협입니다. 핵 오염은 여러 세대에 걸쳐 있는 문제이며, 핵 실험에 노출돼 온 역사를 지닌 마셜 군도 공화국,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키리바시와 주변 지역 주민들에게는 영원히 본래대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영향을 그들의 삶에 끼쳐 왔습니다.

한국,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등의 나라들도 이 일본의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보와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후쿠시마의 땅과 생활의 재생과 복구를 위해 애쓰고 있는 일본 여러분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보와 정확성’과 같은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경위

오염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에 대한 생각을 분명히 하기 위해 PIF는 지금까지 거듭 일본정부 관계자와 면회하고 우리가 찾고 있는 정보와 데이터에 대한 접근(access)을 요구해 왔습니다.

원자력 문제의 국제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패널리스트(PIF의 전문가)들은 이런 불안을 안고 있는 태평양 국가들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원자력 발전 촉진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견해에 더해, 독자적인 식견을 우리들에게 주었습니다.

PIF의 전문가들은 독립된, 신뢰할 수 있는 패널리스트입니다. 한편 일본정부는 극히 제한된 데이터와 정보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PIF 전문가들

이 건에 대해 우리와 협력하고 있는 과학자전문가들은 큰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들의 다음과 같은 평가는 일본정부 쪽이 제공한 극히 한정된 정보를 토대로 도출해낸 것입니다.

* 데이터의 질과 양이 충분하지 못하며, 필요한 구성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불완전하고, 일관성도 없다. 바다로 방출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 저장탱크의 복잡성과 거대한 크기라는 특성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행해진 ALPS 처리수 테스트 양으로는 적절하고 충분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저장탱크 내의 극히 일부분이 샘플로 추출됐다.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공유되고 있는 데이터 내에서 추출되고 있는 것은 64종의 전체 방사성 핵종 가운데 단 9종뿐이다.

* 도쿄전력의 측정 프로토콜/수순은 통계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편향(치우침)이 보인다.

*생태학적 영향이나 생물 농축에 관한 고찰이 현저히 결여돼 있으며, 예측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신뢰할 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패널리스트

켄 베셀러 박사, 우즈 홀 해양연구소 수석연구원, 해양학자Dr.

Ken Buesseler, Senior Scientist and Oceanographer at the 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아준 매키자니 박사, 에너지와 환경 연구소 소장

Dr. Arjun Makhijani, President of the Institute for Energy and Environmental Research

퍼런크 (제이콥 롤프) 달노키-베레스 박사, 제임스 마틴센터 핵비확산연구소,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몬터레이연구소 상근과학자 겸 겸임교수

Dr. Ferenc (Jacob Rolf) Dalnoki-Veress, Scientist-in-Residence & Adjunct Professor at the James Martin Center for Nonproliferation Studies, Middlebur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at Monterey

로버트 H. 리치몬드 박사, 하와이대학 마노아 캠퍼스 커왈로 해양실험실 연구교수, 소장

Dr. Robert H. Richmond, Research Professor and Director at the Kewalo Marine Laboratory in the University of Hawaii at Manoa Dr. Antony Hooker, Associate Professor, the University of Adelaide

향후 계획

일본은 글로벌 파트너이고, 영역 관할 관리구역 내에서의 자신들의 행위가 타국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국제법을 토대로 사회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걱정에 대해 응답해 주기를 일본정부에게 계속 호소해 갈 생각입니다.

또한 이 오염수의 해양방출에 긴급성이 없으며, 오염수의 처리방법에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점을 지적해 둡니다.

‘유엔 해양과학 10년’(The United Nations Decade of Ocean Science)에서 차세대를 위해 바다를 지키는 것으로 일본은 국제사회에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관계자들이 과학적 방법을 통해 오염수 해양 방출의 안전성을 입증할 때까지, 그것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우리 지역의 이 확고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27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종합어시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설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오는 28일 시작할 방침이다. 2023.6.27. 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27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종합어시장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설비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를 오는 28일 시작할 방침이다. 2023.6.27. 연합뉴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 해결을 위해 태평양 도서국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비극을 맞게 될 것이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회원국들은 일본이 2021년 4월에 발표한 대로 100만 톤이 넘는 핵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겠다고 한 제안에 관해 지난 20개월 이상 일본정부와 대화를 해 왔다.

나는 그 방출 제안이 환경과 사람의 건강에 대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우리가 확인할 때까지, 일본이 특히 우리 태평양 주민들의 다수가 연안에 살고 있고 바다는 변함없이 그들의 최저생활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제안을 보류해야 한다고 처음부터 주장해 온 PIF 멤버들의 확고한 입장에 고무됐다.

우리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일본의 입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이해하기 위해 일본과 협력하는 중요한 조치들을 취했다. 지역 차원에서 우리는 해양 방출 충격에 대한 독립적인 과학적 평가를 위해 기술 수준에서 그들과 함께 일하고, 원자력과 방사선, 고에너지 물리학, 해양 화학, 생화학, 해양 생물학, 해양학과 같은 핵심 분야에서 5명의 과학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적인 패널에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 1년 간의 논의는 고무적이지 못했다. 우리는 제안된 해양방출과 관련해 중대한 정보 격차(gap)와 심각한 우려사항을 발견했다. 간단히 말해서, 해양 방출이 허용될 수 있으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향후 40년이 걸리는 해양 방출을 2023년 봄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핵 오염과 관련한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보건대, 지금 해양 방출 계획을 고집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거니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40년 간이나 둘러앉아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가 점검하지 않을 경우 이 지역이 또다시 다른 사람들이 저지르는 중대한 핵 오염 참사로 향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나는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활동의 충분한 의미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함께 일하는 것이 긴요하다. 지금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금 및 다음 세대를 위해 그런 방출이 환경과 사람 건강에 끼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을 위해 그들의 미래가 안전하게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도덕적 법률적 의무다.

우리는 함께 우리가 라로통가 조약(Treatyof Rarotonga)을 통해 맺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방사능 및 핵 폐기물 그리고 다른 방사능 물질에 의한 환경 오염으로부터 우리 지역을 지키고, 해양 투기와 다른 나라들의 해양 투기를 돕거나 부추기는 모든 행동을 막아야 할 법률적 의무가 있다.

나는 이런 대화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한다. 40년 전의 포럼 지도자들도 일본과 다른 해운국가들(shipping states)에게 “그들의 핵 폐기물을 태평양에 저장하거나 투기하지 말고 그들 자신의 나라에 저장하고 투기하라”고 촉구했다. 1988년에 그 정치적 선언이 나온 지 불과 4년 만에 포럼은 “일본은 태평양 지역 공동체들이 표출한 우려를 무시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태평양에 버릴 의사가 없다”고 한 일본 총리의 성명을 환영했다.

해양 투기 결정은 일본의 국내적 사안이 아니며, 또 그래서도 안 될 뿐만 아니라 국제법적 의무라는 맥락에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글로벌하고 초국가적인 문제다. 국제 거버넌스 관점에서 적절한 길을 선택하고 채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국제법 아래서 활용할 수 있는 매커니즘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한 방도를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의 국제적 안전기준이 후쿠시마 제1원전 핵 오염수 해양 방출이라는 전례없는 경우를 다루는데 적절한 것인지 면밀히 검토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실로 이번 사안의 전례없는 성격이 주요 관심사다. 글로벌 공동체로서 우리가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것이 장래의 행동과 대응의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세계의 원자력발전소와 인프라의 안전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는 기후위기 및 빈도와 강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자연재해 속에서 특히 중요하다.

대안적 옵션에는 안전한 저장, 방사성 붕괴, 생물학적 정화, 그리고 특수용도의 콘크리트 조성을 위한 처리수의 활용 등이 포함된다.

우리 앞에는 40년간의 해양 투기가 펼쳐지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사전에 바로잡을 수 있는 황금의 기회가 놓여 있다. 우리 지역이 또 다시 스스로 그릇된 안도감에 빠지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일 것이다.

나는 우리가 해양 방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가 주민들의 건강과 바다의 건강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과학적 엄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갖고 함께 협력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나는 우리 태평양 주민들이 수십년 전 우리 지역과 바다가 핵 실험장이 됐을 때 물어볼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을 지금 묻고 있다. 나는 우리 지역이 우리 모두를 위한 최선의 행동방침을 선택하기 전에 이들 행동이 지닌 의미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요청하고 있다.

우리를 무시하지 마라. 우리와 함께 일하자. 우리의 집단적인 미래 그리고 우리 미래 세대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

헨리 푸나 PIF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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