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안팎 공격 고립무원…그래도 '중꺾마' 지켜
신분 보장된 정무직 공무원들 비극적 현실 반영도
전현희 "시련의 연속…'표적 감사'에 업무 마비돼"
"정치 부재, 정쟁 과잉 시대…국민은 안중에 없어"
마지막까지 정부‧여당 직격…총선 출마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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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윤석열 정권의 집중포화를 뚫고 마침내 3년 임기를 완수했다.
밖으로는 감사원과 집권여당의 집요한 공격에 시달리고, 안으로는 '친윤석열' 부위원장들에게 포위된 고립무원 상황 속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끈질긴 싸움 끝에 스스로 다짐했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심지를 지켜낸 것이다.
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급 인사 중 임기를 채운 유일한 사례다. 비슷한 처지였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5월 30일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 두고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기어이 면직된 바 있다. 법률에 의해 신분이 보장된 정무직 고위 공무원이 정해진 임기를 완주하기가 이토록 지난하다는 사실은 윤석열 독재정권이 얼마나 폭압적인지를 증거하는 빙산의 일각이다.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권익위원장으로서의 지난 3년은 순탄치 않은 시련의 연속이었다"며 "재임 기간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으로 권익위의 업무 활동이 많은 제약을 겪었고, 임기 마지막 1년은 정무직 사퇴 압박과 감사원의 '표적 감사'를 받느라 사실상 권익위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권익위는 기소하는 검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패방지위원회, 변호사 역할을 하는 고충처리위원회, 판사 역할을 하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하나로 합쳐져 탄생한 정부기관"이라며 "역할 자체가 국민의 편에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권력의 일방통행을 방지하기 위한 기관이다. 저 역시도 위원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권력과 맞서면서, 당당하게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업무를 수행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은 '정치의 부재와 정쟁 과잉'의 시대"라며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러한 행태는 그 자체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권익위는) 다른 어떤 정부 부처보다 위원회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위원장과 위원들의 임기와 신분을 법률로 엄격히 보장하고 있다"면서 "정권이 바뀌고 초유의 감사원 사퇴 압박 표적 감사의 대상이 되면서 의도치 않게 권익위 직원들께서 겪으신 어려움과 고충 또한 잘 알고 있고 늘 안타깝고 아픈 마음이었다"고 토로했다.
작심하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한 대목으로 읽힌다. 전 위원장은 내년 4월 총선 때 통영·고성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고 소개하며 "늘 바다의 딸임을 자임하고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왔는데 조만간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데 대해 위기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퇴임 후 핵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고 (방류 대신) 고체화를 시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퇴임사 중 감정이 복받쳐 목이 메기도 했던 전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직을 떠나는 입장에서 간곡히 바라건대, 지금이라도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권력자들과 공직자들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낮은 자세의 겸허한 행정으로 '권력을 가진 자의,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권력을 가진 자를 위한'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로 거듭나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국민과 함께하는 행정을 펼치시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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