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권 책임 있는 인사들, 일말의 자책감 안 보여
권익위원장 출신 전현희, 고인 빈소에서 통곡‧울분
"반드시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죗값 치러야" 일갈
부위원장 쫓아와 "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나" 고함
권익위, 야당 의원들 빈소 방문도 사실상 막으려
'유족 요청 따라 친분 없는 분들 조문 사양' 문자
정작 유족들은 그런 의사 전한 사실 없다며 항의
"권익위원장은 그저 다녀갔을 뿐 아무 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비롯한 이 정권은 진정 소시오패스 집단인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청렴‧부패 관련 실무를 총괄해왔던 50대 고위 공무원의 비통한 죽음을 두고 시민들 분노가 들끓고 있다. 권익위 핵심 부서인 부패방지국의 국장 직무대리였던 이 공무원은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 등 여권의 직간접적 압박이 심했던 사안들을 자신의 양심에 반해 처리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인사들은 일말의 자책감도, 유족에 대한 사죄 의사도 나타내지 않고 있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책임감을 통감해야 할 권익위 수뇌부조차 파장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며 심지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적반하장의 태도까지 보여 사회적 공분을 더 증폭시키는 실정이다. 소시오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에 대한 감정적인 애착에 바탕을 둔 의무감으로서의 '양심'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0일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면서 세종시 도담동 세종충남대병원 쉴낙원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모 국장의 빈소를 다녀온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전 의원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권익위원장을 지냈다. 감사원을 앞장세운 윤석열 정권의 갖은 축출 공작에도 이를 악물고 버티며 임기를 완수했던 그는 그 과정에서 권익위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쌓아왔다. 그래서 퇴임 뒤에도 "권익위 직원들이 자괴감으로 힘들어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했다.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전날 빈소를 찾아 홀로 남겨진 채 통곡하는 국장의 부인과 어린 자녀들을 부둥켜안고 한참을 함께 울었다. 도저히 울분을 참기 어려워 장례식장을 떠나기 전 주변에 있던 윤석열 정권 고위직들에게 "반드시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런데 숨진 국장의 직속상관인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뒤따라 나와 전 의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도대체 우리 권익위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이에 전 의원은 "애꿎은 권익위 공무원들이 잘못이 아니라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 비호를 위해 권익위를 망가뜨리고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킨 바로 당신들이 잘못이고 문제"라고 답했다.
정승윤 부패 방지 담당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김 국장의 직속 상관으로서 실질적인 지휘 라인에 있던 인물이다. ☞ 권익위 간부 "너무 힘들다"…윤 정권이 죽음 내몰았나 권익위 내부에선 김 국장이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를 비롯한 여러 사건 처리에서 정 부위원장과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의원은 정 부위원장이 빈소에서 고함을 쳤던 장면을 상기하며 "젊은 국장의 비통하고 서러운 죽음에도 아무런 반성 없는 잔인한 윤석열 정권의 민낯을 본다"면서 "제가 대표 발의한 '디올백 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권익위-김건희-윤석열 부패 커넥션 진상규명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파헤치고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윤석열 정권이 살인자다. 윤석열 정권이 강직한 공직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국민권익위에서 부패 방지 업무를 담당해온 강직하고 원칙을 지키는 청렴한 공직자였던 그분이 법과 원칙과 다른 결정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립적 기관으로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청렴성을 수호해온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해 권익위를 망가뜨리고 청탁금지법을 무력화시킨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고인 앞에 석고대죄하라"며 "대통령 부부에게 억지 면죄부를 발부한 권익위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에 대해서 명백하게 진상을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전 의원은 김건희 씨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이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된 직후 권익위 내부 분위기와 관련해 "직원들이 한숨을 많이 쉬며 술들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권익위가 어떻게 이렇게 망가졌나' '이제 권익위라고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부끄러울 정도'라고 자괴감에 빠진 내부 직원들이 매우 많다고 들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13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지금 권익위원장과 부위원장들이 대통령 측근으로 구성됐고 그분들이 이번 결정에서 사실상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수뇌부를 지목했다.
권익위 상부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빈소 방문도 사실상 차단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강준현·김남근·김현정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 등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는데, 이들은 당초 유족들이 정치권의 조문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주저했다고 한다. 권익위가 '유족의 요청에 따라 고인과 친분이 있지 않은 분들의 조문과 방문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문자를 정무위 소속 의원실에도 보냈기 때문이다. 정작 유족들은 그런 의사를 전달한 사실이 없다며 권익위 측에 "왜 조문을 막느냐"고 항의했다.
신장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권익위의 '정중히 사양' 문자를 공개한 뒤 "조심스러웠지만 조문하지 못하더라도 다녀오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고 세종으로 내려갔다. 권익위 직원들이 유족들이 원치 않는다고 장례식장 입구에서 이야기했다"면서 "함께 간 정무위 소속 의원 중 한 분이라도 대표로 조문하겠다는 뜻을 유족들께 전해달라고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모두 조문해도 좋다는 유족의 뜻이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족들은 친분 있는 분들만 조문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바 없다고 오히려 분통을 터뜨리셨다. 카메라 기자들을 동반한 조문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유족들의 뜻이었는데 왜 저런 문자가 뿌려졌는지 알 수 없다며 권익위에 항의했다고 말씀하셨다"며 "사소한 오해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이런 식으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젯밤 다녀갔다는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그저 다녀갔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고 한다"며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세 가지. 진상 규명, 망자의 명예 회복, 그리고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돌봄"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도 성명을 내고 "권익위의 기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고 관련 공무원들의 양심을 파괴하면서까지 범죄를 덮어버린 것은 윤석열 정권이 얼마나 무도한 범죄집단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윤석열 정권은 망자를 위한 조문까지도 제한하고 유가족의 의사라고 날조해 조문 방해까지 저질렀다. 패륜 정권이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촛불행동은 나아가 "국가기관의 공적 기능을 모조리 사유화하고 이를 자신을 지키는 방탄 도구로 쓰고 있는 윤석열과 김건희를 이대로 둔다는 것은 이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이 이 나라의 살 길"이라며 "진실을 감추기 위해 공적 기능을 훼손한 것도 모자라 공무원의 죽음을 애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쟁 운운하며 조문까지 가로막는 윤석열과 그 일당은 결코 인간이라 할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친일매국 행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과 그 대응 과정을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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