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전 LG CNS 대표 유력인물로 꼽아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 친형과 동문
KT 내부 “저소득층 피눈물 짜낸 장본인 안 돼”
나머지 둘은 박윤영 전 KT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KT가 차기 대표이사(CEO) 최종 후보 3인을 선정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이승훈)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 후보군을 대상으로 후보 압축 과정을 거쳐 김영섭 전 LG CNS 대표와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인을 심층 면접 대상자로 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위원회는 “3주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를 반영한 서류 심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업경영 전문성과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심층 면접 심사를 진행한 뒤 8월 초 1명을 확정해 8월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낙하산 논란을 의식한 듯 최종후보군에 정치권 인사는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영섭 전 대표가 최종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는 여러 말이 나온다. 그는 정보통신 전문가라기보다는 재무통인 데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친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이라는 인연이 있다.
김 전 대표는 전통 LG맨이다. 럭키금성 시절 입사해 회장실 감사팀과 LG 구조조정본부를 거쳐 LG CNS 경영관리본부, 하이테크 사업본부, 솔루션 사업본부에서 고위 임원으로 근무했다. 2014년 KT의 경쟁사인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에는 LG CNS 대표로 발탁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는 회사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LG CNS 컨소시엄이 수주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먹통 사태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KT 내부에서는 “저소득층 피눈물을 짜낸 장본인을 이직시켜주는 회사가 KT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KT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역임한 박윤영 전 사장은 사실상 KT 내부 인사라는 점에서 최종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이 KT 내부 출신 대표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선 KT 대표 경선에서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이 ‘내부 카르텔’이란 이유로 정부와 여당의 공격을 받고 물러난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KT 대표이사 선임에도 여러 차례 도전했다. 그는 2019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구현모 전 대표와 최종 후보로 경합한 끝에 패했고 지난해 대표이사 공모에도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KT 내부 사정을 잘 알 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은 강점이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인 차상균 교수는 KT가 미래 사업으로 꼽고 있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전문가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 인텔 등에서 사용되는 빅데이터 기술 '하나'(HANA)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한 경험도 있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인 2012년부터 황창규 전 회장 임기 말인 2019년까지 KT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KT는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난 순수 민간 기업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정치권 외압과 검찰 수사를 받고 퇴진하는 잔혹사가 되풀이됐다. 구현모 전 KT 대표도 지난해 11월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가 외압을 견디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후임자인 윤경림 사장 역시 여권의 사퇴 압박을 받고 물러났다. 이 때문에 KT는 경영 공백이 8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사업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KT가 외풍에 약한 이유는 통신 등 주력 사업이 정부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이사회의 독립이 확보되지 않은 탓이 크다. 또 전·현직 CEO가 선임한 사외이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관행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번에도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명분으로 현 정권의 입맛에 맞은 인사가 차기 KT CEO로 낙점될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 독립'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KT의 잔혹사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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