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사랑방] ‘조작’의 씨앗이 되는 검사의 ‘아는 척 본능’

유동규, “건강 문제로 출석 불가” 통보 뒤 유튜브 출연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드는 검찰의 상투적 수법

공판정 ‘검찰 진술 뒤집기’로 이어지는 ‘없는 말 지어내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5.15.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의혹'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5.15.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유 전 본부장이 증인으로 나서고 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실장의 공판이 줄줄이 연기되고 증인신문 일정이 조정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 기사에서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검찰, 총선 의식?…이재명 재판 '뭉그적', 조국 재판 '후다닥')

김용 전 부원장 공판은 일정을 바꿔 지난 25일과 어제(1일) 남욱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어제 공판이 마무리될 무렵 재판장은 다음 증인 신문 일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재판장(이하 '재') 오늘 남욱 증인에 대한 신문이 마무리될 것 같고, 다음 순서가 원래 유동규 증인이었지만 이번 주까지 안정 가료가 필요한 것 같아서, 저희 사건에서는 다른 증인들 물어보고 유동규는 맨 마지막에 하면 어떨까 싶은데, 그렇게 하는 게 순서가 괜찮을까요?

검사(이하 '검') (고개 끄덕여 동의)

피고인 측에서도 그렇게 준비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변호인 재판부께서 유동규 증인을 상당히 고려해주시는데, 지금 유튜브 나와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깜작 놀라며) 지금도 합니까? 건강이 안 좋고, 진단소견서가 나와서… 본인의 자유지만 재판에 지장있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의사를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 있으면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처음 듣는 얘긴데, 변호인께서 유동규가 유튜브 출연하고 있다고 하는데 저희가 알기로는 지금은 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영상 올라오는 건 예전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아, 그런가요? 저희 재판에 직접 관련된 것들은 공보관 통해서도 확인하고 있지만, 재판부에서 건강상 어렵다고 해서 이번 주 화요일까지 입원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상 촬영을 계속하는지 예전 것인지 모르겠지만 재판에 지장이 있는 행동은 자제시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다는 말에 재판장이 깜짝 놀라면서 "확인해보겠다"고 하자, 검사는 곧바로 "예전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명'은 완전한 '거짓말'이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의 근황에 대해 왜 검사가 나서서 '해명'을 해야 하는지부터가 이상한 일이지만 말이죠. 

유동규, "건강 문제로 출석 불가" 통보 뒤 유튜브 출연

검사가 말한 '예전'이라는 것은 유 전 본부장이 재판부에 "건강 문제로 증인 출석이 어렵다"고 밝힌 시점 이전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이 출연한 유튜브 프로그램은 27일 라이브로 방송된 것이었고, 이는 재판장이 지난 25일 공판에서 "유동규가 증인 출석이 어렵다는 소견서가 들어와 있다"고 밝힌 이후였습니다. 증인 출석이 어렵다며 신문 일정을 연기해놓고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25일 공판에서 검찰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이 모 전 원장의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고 이에 대해 이 전 원장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며 압수에 응하지 못한 사실을 거론하며 "김용의 알리바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김용 보석 전후로 증거 조작이 의심되는 사정이 발생한 것은 필요적 보석 예외 사유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의 이 발언은 오전 공판 직후 언론들에 의해 "김용 전 부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후 알리바이를 조작했다"고 포장돼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유 전 본부장은 27일 유튜브 방송에서 이 기사들을 제시하면서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며 김용 전 부원장 측을 공격했습니다. 

검사가 유 전 본부장의 근황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유 전 본부장이 "증인 출석 불가"를 알려온 뒤에 유튜브 방송을 했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면 가만히 있어야지요. 왜 해명을 한답시고 "예전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는 것"이라며 없는 말까지 지어내는 것인가요?

재판장이 깜짝 놀라며 "확인해보겠다"고는 했지만, 유 전 본부장이 "증인 출석이 어렵다"고 해놓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것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거의 매일이다시피 재판정에 나가 증인 신문을 받는 것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그 '물리적 피로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니까요. 또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 확인해보지도 않고 없는 말을 지어내 해명에 나선 것을 "쓸 데 없는 오지랖"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검찰이 이처럼 "있지도 않은 것을 있는 것처럼 지어내 주장하는 행태"가 대단히 상습적이라는 것입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자칫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검찰의 '상습적 거짓말'은 더 나아가 증거 조작에서 사건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5월 27일 유재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방송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재일 유튜브 채널 갈무리
5월 27일 유재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방송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유재일 유튜브 채널 갈무리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드는 검찰의 상투적 수법

검찰의 이러한 '습관성 거짓말'이 가장 자주 발휘되는 부분이 '증언 조작'입니다. 대표적으로 검찰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내려고 어떤 질문을 했을 때 피의자, 참고인, 증인 등이 처음에는 부인하다가도 검사가 끝도 없이 반복해서 질문을 하면 나중에 자포자기해 "그럴 수도 있겠죠"라고 대답하게 되고, 그러면 그것을 진술 조서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처럼 기록하는 식입니다. 

조국 전 장관 사건에서 검찰은 김경록 씨를 대상으로 "정경심 교수 자택에서 하드를 교체할 때 정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조국 아니냐"고 추궁했습니다. 김경록 씨로서는 그게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검찰은 끊임없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 결국 "조국 전 장관일 수도 있겠죠"라는 답을 이끌어냈고, 검찰은 이것을 근거로 조국 전 장관을 '증거인멸 교사 공모'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

그때 정경심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와 통화를 한 사람은 정 교수의 이혼한 동서, 즉 조 전 장관 동생의 전 부인이었다는 사실이 공판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돼 이 부분은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검찰은 이를 수사 과정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도 김경록 씨로 하여금 '자포자기성 진술'을 이끌어내 그것을 근거로 기소까지 했던 것입니다.  

공판정 '검찰 진술 뒤집기'로 이어지는 '없는 말 지어내기'

이런 행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과 김용·정진상에 대한 재판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4일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성남시 공무원 A씨는 검찰에서 "김문기가 시장을 바짝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유동규가 시장을 잘 모시라고 지시한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대표 변호인이 이 진술에 대해 질문하자 A씨는 "기억 안 난다. 어떤 맥락에서 나온 진술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변호인이 "그렇게 진술을 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진술이 '잘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한 것을 보면 증인의 추측이다. 왜 그런 추측을 했나?"라고 질문하자 A씨는 "검사님이 그렇게 물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검사가 "김문기가 시장을 바짝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유동규가 시장을 잘 모시라고 지시한 것 아니냐"고 반복해서 질문하자 A씨가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 진술조서에는 그 문언 자체를 A씨가 능동적으로 진술한 것처럼 기록돼 있었습니다. 

이처럼 증인이 재판정에서 진술하면서 "검사님이 집요하게 물어보셔서 그렇게 답변했다"며 검찰 진술을 뒤집는 일은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재판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입니다. 심지어 검찰의 가장 강력한 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동규 전 본부장조차 최근에는 검찰에서의 중요 진술들을 부인하는 일이 날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2021년 6월 8일 김용 전 부원장의 주차기록이 있는 광교 카페거리 제1공영주차장. 검찰은 5월 4일 공판에서 이 주자장이 대로변에 있는 노상주차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의 확인 결과 출입차단기와 울타리가 설치된 폐쇄형 주차장이었다. 사진 김용 전 부원장 변호인단 제공.
2021년 6월 8일 김용 전 부원장의 주차기록이 있는 광교 카페거리 제1공영주차장. 검찰은 5월 4일 공판에서 이 주자장이 대로변에 있는 노상주차장이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인단의 확인 결과 출입차단기와 울타리가 설치된 폐쇄형 주차장이었다. 사진 김용 전 부원장 변호인단 제공.

검사든 피의자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두어야

검찰은 김용 전 부원장의 '광교 공영주차장' 출차 기록과 관련해 지난 5월 4일 "광교 공영주차장은 조기 출차나 이동 주차가 필요 없는 노상 주차장"이라고 주장했다가 1주일 뒤인 11일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사진을 제시하며 "광교 공영주차장은 노상 주차장이 아닌 출입 차단기와 울타리가 설치된 주차장"이라는 것을 밝혀내 1주일 만에 거짓말이 들통난 적도 있습니다. (☞"검찰이 기가 막혀"…일주일 만에 들통난 얄팍한 거짓말)

이 역시 "광교 공영주차장에서 일찍 출차해 유동규를 만나러 갔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김용 부원장이 "야간이 되면 주차 공간이 여유가 생기는 지역이라서 일찍 출차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곧바로 광교 공영주차장의 시스템도 모르는 채 반사적으로 "광교 공영주차장은 노상 주차장"이라고 둘러대듯 주장해서 생긴 일입니다.

검사든 피의자든, 증인이든 누구든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 두어야 합니다. 검사 입장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이 "모른다"는 진술이 미덥지 않으면 다른 방식으로 입증을 해야 합니다. 모르는 것을 마치 아는 것처럼 꾸며내서는 안 됩니다. 

검찰이 상습적으로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하여금 잘 모르는 사실을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진술하게 하는 것은, 유 전 본부장의 유튜브 출연의 경우처럼 검사 스스로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없는 말을 지어내서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나서게 만드는 일종의 '직업적 본능'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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