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남욱·김만배 진술, 수시로 뒤집히고 엇갈려

김만배 “기억 나지 않지만, 유·남이 그렇다고 하니"

남욱 “1억 먼저, 다음 날 5천", 이기성 “5천 먼저"

‘선거자금 조성' 13억5천…전달된 것은 1억5천 뿐

‘지나치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변경 전후 유동규 진술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기소 당시 검찰이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호언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실장의 ‘뇌물' 혐의가, 차고 넘치기는커녕 그나마 있는 희미한 증거들도 재판이 열릴 때마다 허물어지고 흔들리는 양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으로 돈이 넘어갔다는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그 이전 단계인 ‘돈 조성'과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주장조차도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이기성 ‘더감' 대표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수시로 뒤바뀌며 서로 엇갈리고 있다. 

김만배 “기억 나지 않지만, 유·남이 그렇다고 하니"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2014년 4월 이기성 씨에서 출발해 남욱 변호사, 김만배 씨,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1억, 정 전 실장에게 5천만원이 전달됐다는 1억5천만원에 대한 부분이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는 김만배 씨로부터 1억5천만원을 한꺼번에 받아 한 날에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가, 1억원은 남욱에게 받아 김 전 부원장에게, 5천만원은 남욱 혹은 김만배로부터 받아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바뀌더니, 최종적으로 지난 5월 2일 정 전 실장의 공판에서 5천만원을 김만배로부터 받았다고 수정했다. 

김만배 씨 또한 검찰 조사 단계에서 남욱으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금액이 5천만원이라고 진술을 바꿨다. 그런데 지난 15일 김 전 부원장 공판에 출석해서는 “1억5천이든 5천이든 돈 준 사람(남욱)과 돈 받은 사람(유동규)이 그렇다고 하니 인정한 것일 뿐, 솔직히 그 부분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즉 검찰이 “남욱이 당신(김만배)에게 1억5천만원을 줬고, 그걸 유동규에게 줬다는데 맞냐"고 묻자 “그렇다"고 진술했다가, 그 뒤 검찰이 “남욱이 당신한테 줘서 유동규에게 전달하게 한 돈은 1억5천이 아니라 5천만원이라는데 맞냐"고 묻자 역시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김만배 씨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그리고 재판장이 번갈아가며 10여 차례 같은 질문을 했지만 “검찰에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남욱과 유동규가 그렇다고 하니 인정을 한 것"이라면서도 “사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15. 연합뉴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15. 연합뉴스

남욱 “1억 먼저 다음 날 5천", 이기성 “5천 먼저"

이 ‘1억5천만원'에 대해 남욱 변호사는 지난 6월 1일 김 전 부원장 공판에서 “2014년 4월 23일 유동규가 돈을 빨리 해달라고 독촉해 1억원을 직접 전달하고, 그 다음날 5천만원이 더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이기성으로부터 받아 김만배로 하여금 유동규에게 전달하도록 했다"고 진술했다. 즉 2014년 4월 23일 1억원을 먼저 받아 전달했고, 그 다음날 이기성 씨로부터 5천만원을 추가로 받아 김만배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2일 김 전 부원장 공판 이기성 더감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이기성 씨가 남욱 변호사에게 돈을 전달한 과정은 2014년 4월 17일 5천만원, 4월 22일 1억원으로, 남욱 변호사가 말한 것과 1억원과 5천만원의 전달 순서가 정반대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것도 다른 증거가 아닌 검찰이 제시한 이 씨의 법인계좌와 더감 직원들의 입출금 내역을 통해서였다. 이기성 씨는 법인계좌에서 직원들의 개인계좌로 이체한 뒤 각 직원들이 현금으로 인출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만들어 남욱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검사 2022년 10월 10일 피신조서를 제시합니다. “2014년 4월 17일 정OO(더감 직원)을 통해 4천만원을 조성했는데 추가로 1900만원을 인출한 것을 보면 그 중 1천만원 해서 5천만원을 남욱에게 전달한 것 같다"고 진술했는데. 

이기성 저게 맞는 것 같습니다.

검사 위와 같이 조성한 현금 대부분은 조우형을 통해 남욱에게 전달한 건가요?

이기성 맞습니다. 

검사 더감 명의 계좌에서 2014년 4월 20일 오후 4시 무렵에 정OO 등 4명의 직원 계좌에 합계 1억이 이체됐고, 이후 22일부터 23, 24일까지 거쳐서 각 직원계좌에서 1억이 현금으로 인출됐습니다. 남욱의 요구에 따라 현금을 조성하기 위해 1억을 현금화한 게 맞나요?

이기성 맞습니다.

이기성 씨의 진술은 계좌 입출금 내역을 토대로 한 것이므로 이에 따른다면 남욱 변호사의 “2014년 4월 23일 1억, 그 다음 날 5천" 진술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이를 "남욱에게서 받아 유동규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사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만배 씨의 증언과 연결해보면, 남욱 변호사가 이기성 씨로부터 받은 1억5천만원을 직접 혹은 김만배 씨를 통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는 검찰 주장이 허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6.9. 연합뉴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9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6.9. 연합뉴스

‘선거자금 조성' 13억5천…전달된 것은 1억5천 뿐

또 다른 문제는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이 ‘1억5천만원'은 남욱 변호사가 이기성 씨를 통해 ‘선거자금'으로 조성했다는 13억5천만원 중 실제로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전부라는 것이다. 

남욱 변호사는 "이재명 시장의 재선 선거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이기성 씨에게 위례신도시 아파트의 분양대행을 맡기면서 13억5천만원을 비자금 형태로 조성하기로 하고 계약 직전인 2014년 4월부터 자금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선거자금 명목으로 전달된 것은 1억5천만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12억원은 모두 남욱·김만배·조우형 등이 각자 나눠 썼다. 

즉 ‘위례 비자금'은 관련자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사업 목적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 각자 쓴 돈이며, “이재명 시장 재선 선거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이기성 씨를 분양대행업자로 선정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남욱 변호사의 주장이 근본적으로 허위일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는 대목이다.  

더욱이 남 변호사는 처음부터 ‘선거자금 조성 목적'이었다고 이기성 씨에게 얘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기성 씨는 ‘용처'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고 개인적 용도와 사업자금으로 생각했으며, 선거자금 얘기는 나중에 들은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이기성 씨는 2021년 11월 첫 번째 조사부터 2022년 4월 대장동 재판에서의 증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용처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진술하다가 최근인 2022년 9월 2일 검찰 조사에서 “선거자금이나 로비자금으로 생각했다"고 진술이 바뀌게 된다. 그러다 22일 법정에서는 이도 저도 아니게 진술을 반복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들은 적 없다. 나중에 알게 된 것"으로 정리됐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 이건태 변호사(가운데)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진술의 허구와 사건 병합에 따른 재판 장기화의 원인인 검찰의 막무가내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2023.6.16. 연합뉴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 이건태 변호사(가운데)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진술의 허구와 사건 병합에 따른 재판 장기화의 원인인 검찰의 막무가내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2023.6.16. 연합뉴스

‘지나치게 생생하고 구체적인' 변경 전후 유동규 진술

이처럼 김 전 부원장과 정 전 실장에게 전달됐다는 1억5천만원은 출발점인 이기성 씨에서부터 남욱, 김만배, 유동규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하나도 맞지 않고, 각각의 관련자들의 진술도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번복되고 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는 “워낙 돈을 많이(자주) 줘서 기억이 헷갈리고 섞여서 그렇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에 관한 한 “오래 전 일이어서 희미한 기억"이라거나 “빈번한 일이어서 기억에 혼란이 일어난다"는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변경 전과 후의 진술이 단순한 사실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지나치게 구체적인 정황'을 너무나 생생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초 “남욱으로부터 1억5천만원을 받아 같은 날 김용에게 1억, 정진상에게 5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에서 “남욱으로부터 1억을 받아 김용에게 주고, 그 다음 날 김만배로부터 5천만원을 받아 정진상에게 줬다"는 진술로 바뀐 것은 단순한 ‘기억의 착오'로 볼 수 없다. 

(5월 2일 정진상 공판 유동규 증언)

변호인 2022년 10월 5일 피신조서를 제시합니다. “어느 날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저녁 무렵 김만배로부터 쇼핑백에 든 현금 1억5천만원을 받았다. 5천만원은 빼서 차에 두고 1억이 든 쇼핑백을 이매동 삼성아파트 김용 집에서 전달하고, 정진상의 집으로 이동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검은 비닐봉투를 구해 5만원권을 넣고 그 위에 과자를 올렸다"고 생생하게 진술했습니다. 

유동규 네.

변호인 그리고 그 다음 날인 10월 6일에도 김만배로부터 1억5천을 받았다고 확실하게 진술합니다. 그러다가 1주일 쯤 지난 10월 13일 피신조서에서 진술을 번복합니다. 검사가 “1억5천만원 누구한테 받았냐"고 하자 “지난 조사에서 김만배로부터 받았다고 했는데 남욱으로부터 1억을 받은 것 같다. 나머자는 남욱 또는 김만배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유동규 네.

변호인 이렇게 수시로 진술을 변경한 이유가 뭡니까?

유동규 수시로 변경했다… 맞는 말씀일 수 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과정들은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고, 돈을 전달한 장면만 기억납니다. 제가 김만배로부터 대로변에서 5천만원을 받았을 때 기억은 생생하게 납니다. 

너무나도 생생한 상반된 진술. 둘 중 한 쪽이 사실이라면 어느 한 쪽은 희미하거나 허술한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둘 중 한 쪽이 사실일 가능성보다, 둘 다 과도한 포장으로 '꾸며진 진술'일 가능성이 더 높다. 유동규의 진술은 항상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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